본문 바로가기
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남의 시선에 대한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 사진작가 고석민의 'The Square'

by 썬도그 2013. 10. 16.
반응형
















위 사진은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진은 착시 사진 또는 숨은 그림 찾기 같아 보입니다. 사진 속에는 큰 거울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은 손가락입니다. 손가락이 나와서 거울을 잡고 있습니다.

이 거울은 바로 앞에 있는 풍경을 담고 있지만 착시 사진처럼 교묘하게 남을 비추는 것이 아닌 자신을 투영하는 유리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마시멜로우 같이 생긴 추수가 끝난 농촌의 볏집 더미를 둘둘 만 사진을 보면 거울이 앞에 있는 볏집 더미 뒷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 자리에 볏집 더미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죠

'The Square'시리즈는 풍경과 하나가 되거나 혹은 튀는 이미지를 통해서 시선을 유도하거나 회피하거나 속이고 있습니다.
이 거울은 우리의 시선입니다. 사진작가 고석민은 거울을 통해서 우리의 시선에 대한 강박을 묘사 했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남의 시선을 잘 의식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남이 뭘하든 관심도 없고 수근거리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다릅니다. 자신과 조금만 달라서 수근거리고 조금만 튀는 행동을 하면 발로 차서 길들입니다.
이런 한국인들의 에포케(습속)는 우리가 자주 쓰는 말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아! 쪽팔려"
우리는 정말 쪽팔리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꽈당하고 넘어져도 쪽팔리고 튀는 행동을 해도 쪽팔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들의 시선을 많이 받으면 쪽팔리다고 합니다. 이 쪽팔리다는 말은 유명세가 아닐때 주로 사용합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은 다 있기에 우러려보거나 존경의 눈빛 부러움의 눈빛은 쪽팔리다기 보다는 그냥 그 시선을 즐기죠.

하지만 남들보다 못하거나 다르거나 튀거나 실수를 하면 쪽팔려 합니다.
왜 쪽팔려하죠? 밥 혼자 먹는 것도 쪽팔려하고 영화 혼자 보러가는 것도 쪽팔려서 못하고 보통 우리가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가장 큰 걸림돌은 남들의 시선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도 해도 괜찮지 않나요? 그러나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관심만 받아도 쪽팔려 합니다.

이 쪽팔림은 체제에 순응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이기도 할 것입니다. 시스템의 부품처럼 행동해야 착하다고 바르다고 칭찬 받는데 시스템의 부품이 아닌 머리가 되려고 하는 주체적인 행동들 까지도 남의 시선에 대한 두려움으로 스스로 포기하고 말때가 많습니다. 저도 남의 시선 참 잘 의식했는데요. 요즘은 별로 의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쪽 팔려도 그 사람들이 날 아는 사람도 아니고 아는 사람 앞에서 쪽을 팔아도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라고 치부하고 과감하게 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쪽이 팔리더라도 하나의 경험을 얻기 위해서는 그 정도는 수업료 치고는 싸다고 느끼니까요.
제가 얼마나 쪽을 많이 팔았냐면 맘에 들지 않은 식당에 가서도 그냥 나가면 뒤에서 레이저를 쏘는 식당 주인이 무서워서 못나가기도 했어요. 20대때 이야기인데 지금은 메뉴판보고 가격이나 기타 등등의 이유로 맘에 안 들면 벌떡 일어나 나갑니다.

그런데 이런 남의 시선에 대한 의식도 신기하게도 아저씨 아줌마가 되면 얼굴이 두꺼워져서인지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요. 한국인들은 정말 극단적인 사람들 같아요. 20대에는 남의 시선 많이 의식하다가 아저씨 아줌마 되면 남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아요. 딱 중간이 좋은데요. 그래서 추태 부리는 사람들 보면 중년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중년이지만 그런 중년들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사진작가 고석민은 아마도 20,30대들이 남의 시선에 휘둘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반영 했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는 없고 다른 이미지로 가리고 사는 사람들. 어디서 차용한 듯한 이미지가 자신의 이미지인양 생각하고 모든 행동들에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걱정을 하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반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그런가요? 왜 한국인들은 젊었을 때는 남의 시선을 그렇게 의식하면서 중년이 되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일까요? 정확하게 들어가보면 중년들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긴 하네요.

내 딸이 이번에 명문대 들어갔다느니 내 아들이 대기업에 취직 했다느니 하면서 남들에게 부러운 시선을 받고 싶어 하는 그 행위들 자체가 남을 졸라게 의식 하는 것이겠죠. 그런데 그건 아는 사람들이 부러워 해주길 바라는 시선이고 자신과 연관이 없는 공공시설이나 공공 장소에서는 추잡한 행동 너무 자연스럽게 합니다. 중년들을 싸잡아서 말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고 누워서 침뱉기이지만 정말 공중도덕 어기는 사람 8할이 중년 즉 50대 이상 분들이 많이 보이는 것도 거부할 수 있는 사실입니다.

나잇살 먹으면 세상의 주인이 되는 것일까요? 20,30대는 남의 시선을 지금 보다 덜 의식했으면 하고 50대 이상 분들은 공공장소에서 남의 시선 좀 의식 했으면 합니다.


고석민 작가 홈페이지 http://www.seokminko.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