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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향기/책서평

유시민이 인생 후배들에게 전하는 덕담 어떻게 살 것인가

by 썬도그 201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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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을 처음 알 게 된 것은 TV토론 사회자로 알게 되었습니다. 키가 작은 한 사람이 강한 어투로 말하는 양쪽 패널에게 기회를 주고 제지하면서 토론을 풀어가는 모습이 보기 썩 좋더군요. 그리고 그가 정치인이 되겠다고 선언한 후 이전과 반대로 많은 TV토론에 나와서 보수 진영과 홀로 분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렇게 말을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진중권이 한 때 진보 진영의 대변인 역할을 했지만 진중권에게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그냥 자기감정 그대로 뱉어내고 마는 것뿐입니다. 그가 박학하고 다식하다고 해도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말을 전하는 화법이 문제가 있습니다.

반면, 유시민은 공격할 때도 최대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면서 공격을 하고 방어 할 때도 두루뭉수리로 넘어가지 않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면서 할 말은 다 하는 정말 최고의 달변가이자 투사이자 언변의 귀재입니다. 한 때 보수의 입이었던 전여옥이 가장 힘든 상대 진영 패널을 골라보라고 하니 주저 없이 '유시민'이라고 했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인 경호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입이었습니다. 그리고 서거한 후 서울역 국민 분향소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조문객을 받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세상엔 저런 정치인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정치인들 대부분은 앞에서는 시장에서 맘에도 없는 악수질이나 하면서 악어의 눈물을 흘리는 그런 겉과 속이 다른 인간들이 정치인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달랐습니다. 정말 몇 안 되는 존경심을 보내주고 싶은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정치인의 삶을 벗어 버렸습니다. 왜 갑자기 그가 정치를 그만두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통진당 부정 선거 사태로 인해 정치에 대한 회의를 느끼고 정계를 떠난 듯합니다. 여러모로 통진당이 참 밉고도 밉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습니다. 똥통 같은 정치계를 떠나서 좋은 말 좋은 글 좋은 강연으로 대중과 만나면 되니까요. 정치인 같은 큰 권력과 힘은 없지만 우리를 다독이고 감동시키고 때로는 삶의 길라잡이 역할을 하면 되니까요. 유시민은 정계를 은퇴한 후 스스로 지식 소매상이라고 자청하면서 책을 냈습니다. 그 책이 바로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유시민의 삶에 대한 성찰을 들어 볼 수 있는 '어떻게 살 것인가'

글은 하나의 에세이 같아 보일 정도로 가볍고 차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쉽습니다.
이 책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은 20,30대 청춘들에게 전해주는 인생 선배의 다독거림과 혹은 자신의 경험담을 말하는 책입니다. 내용은 거대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이 거대한 화두만큼이나 책 내용도 거대합니다. 거대하다는 이유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이 책은 생각보다 다양한 상식과 지식을 전해 줍니다. 보통,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는 책들은 과학적인 지식들을 잘 담지 않습니다. 삶이란 공수래공수거라고 하는 뜬구름 잡기식의 명징하지 않은 내용들이 대부분이죠.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뜬금없을 정도로 다양한 지식과 정보 상식도 담고 있습니다. 이게 이런 류(?)의 책과 어울리지는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주제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이 책에 나온 유물론에 대한 쉬운 설명 덕분에 유물론에 대한 개념을 좀 더 확실하게 잡을 수 있는 마중물이 되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유시민은 여러 가지 유명인들의 삶을 소개하는데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틴 셀리그만이라는 임상심리학자가 수많은 관찰 상담 사례를 얻은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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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 놀이이다.
여기에 유시민은 하나를 더 보탭니다. 삶은 사랑과 일과 놀이와 연대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놀며 일하지만 외롭다고 합니다. 그 외로움의 치료제가 바로 연대라고 합니다. 참 공감이 가죠. 연대의식이 있으면 덜 외롭습니다. 촛불로 연대 했던 그 시간들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이제는 그런 연대가 많이 보이지는 않네요. 저 조차도 이제는 촛불 집회에 잘 참여하지 않게 됩니다. 뭔가 다 사라진 느낌! 이래서 뭐 하나~ 하는 자괴감과 자기 파괴적인 생각이 너무 가득하네요. 1장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재미있게도 2장은 삶의 양면의 동전과 같은 존재인 '죽음'을 화두로 꺼냅니다.


2장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하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죠. 유시민은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자신이 목도한 죽음 등을 토대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20대 청년 시절 시위를 하다가 남산 밑으로 끝려가서 취조를 당한 이야기를 비롯해서 우리 주변의 다양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성적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학생, 직장에서 짤려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삶을 스르르 끊어버리는 노동자들 삶 등도 담으면서 죽음에 대한 생물학적이고 과학적인 이야기도 나옵니다. 위에서 말한 좀 뜬금없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게 다각적으로 죽음을 바라보니 죽음에 대한 의미를 더욱 깨끗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보통, 죽음 이야기하면 칙칙하고 피해야 하고 눈을 부릅뜨고 볼 상대가 아니라고 하는데 죽음에 대한 거부감을 덜기 위해서인지 유시민은 다양한 이야기를 하면서 죽음의 실체에 접근을 합니다.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죽음도 말합니다. 3장에서는 1장에서 살짝 말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장에서는 직업 선택에 대한 저자의 의견도 들어 있는데요. 가장 궁금한 것이 그거 아닐까요? 내가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 아니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지에 대한 의견입니다. 이건 아주 심각한 고민이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또한, 대부분의 명사들이 잘 하지 않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탁석산 선생님은 직업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내가 잘하는 것을 해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돈을 더 잘 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유시민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 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정답은 없겠죠. 둘 다 옳은 말이니까요. 가장 좋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보다 잘하면 돈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잘하는 것도 없는 삶은 참 건조합니다. 일과 놀이 그리고 사랑과 연대에 이야기가 가득 나오는데요. 이 중에서도 전직 정치인이다 보니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도 가끔 나오는데 이게 참 흥미롭네요.


내가 보수정당을 싫어하는 이유는 보수주의가 인간 여러 본성 가운데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대변하고 부추기기 때문이다. 물질에 대한 탐욕, 이기심, 독점욕, 증오, 복수심, 두려움, 강자의 오만, 약자의 굴종 같은 것이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생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보수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 가운데서 가장 원초적인 것에 기반을 둔다. 그래서 어떤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에서나 강력한 보수정치 세력이 존재한다. 보수정당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중에서 일부 발췌

그래서 그런가 봅니다. 보수 정당 정치인들이 하는 행위들인 불법, 뇌물 수수, 배임, 리베이트 성추행 등은 우리의 자연스러운 행동 혹은 보편적인 행동이기에 꾸준한 인기를 끄나 봅니다. 반면, 진보는 자연스럽지 않은 행위, 즉 동물에게서 볼 수 없는 행위들을 주로 하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고 구현되기 힘든가 보네요. 4장은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을 소개하는데요. 이 중에서 '출생이라는 제비 뽑기'라는 꼭지가 재미있습니다.

시쳇말로 그런 말을 하죠. '부모 팔자 반 팔자'라고요. 부모 잘 만나서 떵떵거리고 사는 사람이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삶은 불공평합니다. 인생을 100미터 달리기라고 하면 누군 태어나자 마자 엎어져 있고 누군 70미터에서부터 출발을 합니다. 유시민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주어진 가족에 대해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개인사, 아버지의 개인사,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개인사를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러면 내면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책은 큰 형이 덕담을 하듯 말하는 모습이고 읽기는 참 편합니다.


또한, 유시민의 개인사와 여러 에피소드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다양한 지식을 쌓게 하는데는 마중물이 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좋았지만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면 좀 낯선 이야기 방식이고 주제와 너무 동 떨어져서 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좀 더 주제에 집중하는 글들이 많았으면 어떨까 합니다. 수많은 인생 길라잡이 책들이 있습니다. 그중의 한 권인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은 아닙니다만 유시민을 좋아하고 인생 선배의 덕담 정도로 느낀다면 읽어 볼만 한 책입니다. 수많은 지식을 다양한 책과 인터넷 자료로 넣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유시민 자체가 거대한 콘텐츠이니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담았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정치인에서 자유인으로 돌아와 내놓은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세상의 변화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면서 한 걸음 앞서 시대와 삶의 과제를 고민해 왔던 유시민이 정치시장을 떠나 지식시장으로 복귀하여 내놓은 첫 책이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도덕을 설교하거나 당위를 주장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로세우기 위한 사상이나 이론을 설파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드러내 놓고 비판하거나 위로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자기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성찰하면서 인생의 기쁨과 아픔,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삶과 죽음, 개인과 사회, 자유와 공동선, 진보와 보수, 신념과 관용, 욕망과 품격, 사랑과 책임, 열정과 재능 등 우리의 삶을 형성하는 물질적 정신적 요소들을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한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여러 관념들을 깊게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은 없는지 찬찬히 되짚어 본다.
저자
유시민
출판
생각의길
출판일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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