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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종교의 독선의 무서움을 담고 있는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by 썬도그 2013.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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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이란 하나의 자신만의 표현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스타일을 평생 지키면서 살기 힘듭니다. 그러나 무명일 때도 유명할 때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지키는 사람을 우리는 작가라고 합니다.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 사자상을 탔고 좀 더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불편하고 어둡고 보기 힘든 그러나 현실에서는 분명 존재하는 인간 이면의 흉측함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 '뫼비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았고 제한 상영관이 없는 한국에서는 그의 영화를 볼 수 없는 위기에 처했습니다. 

나라님이 국민들을 초중딩으로 여기사 보면 안 되는 영화를 잘 가려주어서 성인이라도 보지 않게 하는 계몽 국가가 한국이네요. 

잉마르 베리만 감독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감독입니다. 현재의 수 많은 영화 감독이 존경과 찬사를 아끼지 않는 영화감독이고 '제7의 봉인' '산딸기' 같은 영화는 세계 100대 영화에 들어갈 정도로 뛰어난 영화입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은 2년 전입니다. 제7의 봉인을 본 후 이 감독의 명성을 직접 목도 했고 산딸기에서도 복잡하게 보면 복잡하고 가볍게 보면 가볍게 볼 수 있는 베리만 감독만의 스타일과 영화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베리만 감독의 스타일이란 종교에 대한 질문이 항상 있습니다. 
그게 주제가 되든 잠시 지나가는 곁가지가 되든 항상 종교와 신에 대한 질문을 하는데요. 이 감독은 무신론자에 가까운 모습으로 신에 대한 윽박지름을 보여줍니다.  영화 '제 7의 봉인'에서는 페스트로 죽음의 시체가 가득한 중세 유럽을 보여주면서 신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이냐며 따져 묻습니다

이런 그의 스타일은 그의 마지막 연출작인 화니와 알렉산더에서도 잘 나오고 있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같았던 '화니와 알렉산더'

이 영화는 상당히 깁니다. 원래 이 영화는 TV 4부작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진 영화로 러닝타임이 무려 312분입니다. 그런데 이걸 영화관에 상영하기 위해서 편집된 것이 188분입니다. 약 3시간 짜리 영화인데요. 상당히 지루한 모습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초반의 크리스마스와 가풍을 묘사하는 장면은 나중에는 이해가 가지만 참으로 졸립고 지루하고 따분합니다. 그냥 크리스마스 카드를 1시간 동안 들여다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이 영화는 영화 매니아가 아니라면 비추천 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후반부에는 꽤 흥미롭고 격정의 소용돌이가 펼쳐집니다.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초 스웨덴 웁살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베리만 감독의 출생지이기도 하죠. 20세기 초라서 자동차 보다는 마차와 가스등이 가득한 근대입니다. 영화는 이 웁살라 지역에서 극장을 운영하는 에카달 집안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이 에카달 집안은 대대로 연극 공연과 극장 운영을 하면서 삽니다. 이 에카달 집안에는 할머니라는 큰 어르신이 있고 그 밑에 아들들이 결혼을 해서 손주까지 낳았습니다. 

영화는 크리스마스 연극 공연을 보여주고 공연 후 성대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대로 보여줍니다. 연극의 배우들은 계층 스펙트럼이 아주 큽니다. 상류층도 있고 하류층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배우들이기에 에카달 집안 사람들은 그들을 귀한 손님처럼 대합니다. 계급 사회가 남아 있는 사회이지만 연극 공연단 안에서는 계급이 사라진 민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영화의 주인공인 맏아들 오스카의 자녀들인 화니와 알렉산더와 연극 공연단 단원은 꼬마들이 스스럼없이 지냅니다. 
참으로 진보적인 집안입니다. 또한, 무척 관대합니다. 얼마나 관대한지 유부남인 둘째 아들인 구스타프가 하녀와 애인 관계에 있어도 집안에서는 그걸 용인해 버립니다. 오히려 그 하녀에게 카페를 하나 차려주고 격려도 합니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넘어서 자유분방한 모습이지만 매사에 감사하고 사랑으로 대하며 관용이 넘치는 에카달 집안의 그림 같은 사는 모습을 영화는 1시간 가까이 보여줍니다. 


그러다 에카달 집안의 첫째 아들이자 화니와 알렉산더의 아버지인 오스카가 연극 공연 중에 쓰러진 후 숨을 거둡니다. 
이후, 화니와 알렉산더 엄마는 목사와 결혼을 합니다. 영화는 이때부터 큰 파고가 칩니다. 

목사와 결혼하게 된 후 이 착하디 착한 아이들인 화니와 알렉산더는  주교(목사)가 사는 교회에서 살게 됩니다. 이 교회에서 삶은 수도사의 삶 그 자체입니다. 곰 인형 가지고 노는 것도 탐탁치 않게 하고 정해진 규칙을 무조건 따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엄마는 아이들에게 결혼 사실 및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하지만 목사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강압적이고 일방적이고 편협스러운 독선주의자인 목사와의 삶은 화니와 알렉산더에게는 지옥과 같습니다. 목사를 죽이고 싶어하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는 알렉산더. 이런 갈등관계에서 영화는 큰 이야기들이 흘러 나옵니다. 



종교의 독선주의에 화를 낸 영화 '화니와 알렉산더'

영화를 보다가 화가 나서 목사의 멱살을 잡아서 던저버리고 싶었습니다. 그 만큼 영화에서 목사는 악마 같이 그려집니다. 
자신의 말이 무조건 옳고 바르다고만 생각하는 편협적이고 독선적인 모습에 엄마와 두 아이들은 기겁을 합니다. 

이에 큰 아들인 알렉산더는 반항을 하며 거짓말을 합니다. 그러나 항상 진실과 정의는 내편이라면서 회초리를 꺼내서 고해를 하라고 강압을 합니다. 전 이 모습을 보면서 현재의 한국 개신교를 돌아보게 되더군요. 일부의 개신교도들이지만 길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남이야 듣던 말던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심스럽게 쳐다 봅니다. 저런 공포심 자극해서 종교를 믿게 하는 것이 과연 진리인가? 저런 행동이 종교라면 전 평생 종교를 믿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편협스럽고 배타적인 모습은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일부 개신교의 행동이라고 치부하고 싶지만 비종교인이 바라보는 개신교의 이미지는 배타적인 모습이 너무나 많이 보이네요. 이런 종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은 베리만 감독의 과거에서 연유 된 것으로 보입니다. 베리만의 아버지는 루터교의 목사였는데 바깥에서는 상냥하고 포근하고 친절하고 다정다감하지만 집에서는 폭군이자 훈계와 회초리로 규율을 지키라는 엄격한 도덕성에 베리만은 반항을 하다가 가출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종교에 대한 아니 종교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확대 해석도 가능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불만을 말년에는 직접적으로 쏟아내네요. 평생 아버지와 화해를 하지 못헀나 봅니다. 


그러나, 이 까칠한 베리만 감독도 영화 후반부에서는 화해의 제스쳐를 보여줍니다. 먼저 목사가 자신을 누군가가 싫어할 줄은 몰랐다면서 울먹입니다. 자신의 독선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되죠. 그러다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화니와 알렉산더는 목사의 구속에서 풀려나게 됩니다. 


다시 알렉산더는 할머니의 넓은 품에 안깁니다. 알렉산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죽은 아버지의 환영을 보며 목사가 죽은 후에는 목사의 환영도 보게 됩니다. 목사의 환영은 알렉산더에게 경고합니다. 항상 네 주변에 있겠다고 하는데요. 알렉산더는 엄마와 같은 친 아버지와 엄격한 꼰대 아버지 같은 양 아버지인 목사의 환영을 보면서 살아갈 듯 하네요.

다시 찾아온 평화. 영화는 종교에 대한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연성이 없는 일들도 살다보면 참 많이 일어난다고 말하면서 종교를 논리적으로만 보지 말라고 충고를 합니다. 그리고 종교가 있던 없던 평화와 친절함과 미소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관조 하면서 즐기라고 말 합니다. 

역시 나이 들면 온화해지네요. 말년에 촬영한 이 '화니와 알렉산더'는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이자 그의 종교관과 세계관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지루합니다 그러나 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고 종교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종교의 존재 이유도 살짝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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