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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더 테러 라이브 영리함과 긴장감으로 가득한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

by 썬도그 2013.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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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하다. 영리해. 이 영화 참 영리해. 감독이 누구지? 시나리오는 누가 쓴거야. 어떻게 이렇게 작은 라디오 부스와 등장 인물도 많지 않고 협소한 공간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지? 이 긴장감. 정말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허리우드 영화가 재미있긴 하고 화려하긴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품의 안전빵에 롯데리아에서 불고기 버거 먹고 나오면서 흡족한 맛에 미소를 짓지만 색다른 맛은 아니고 이미 먹기전에 예상한 맛 그 자체이기에 실패한 맛은 아니지만 남에게 권하고 싶은 맛은 아닌 영화가 즐비합니다.

아이언맨과  슈퍼맨이 하늘을 날고 건물을 까부수지만 한 편으로는 허무 했습니다. 아니 영화관 밖을 나오면서 바로 휘발되는 그 느낌에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영화의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재미가 있을까? 로봇이 변신하고 저 외계에서 온 생물체가 지구인을 조지는 내용만이 쾌감을 줄까?  영화 '폰 부스'나 '패닉 룸' 같이 전화박스 혹은 집에서 일어난 내용이 더 흥미롭고 애간장을 태우는 영화가 더 영리한 것 아닐까? 적어도 외계인이 침공하고 슈퍼 히어로가 나온 영화 보다는 적은 예산으로 만들지만 같은 쾌감을 준다면  돈 적게 쓰고 같은 쾌감을 준다면  '폰 부스'나 '패닉 룸'이 영리한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그런 협소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영리한 영화입니다. 


30평 정도 되는 라디오 부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리한 영화 '더 테러 라이브'

참으로 영리합니다. 이 작은 공간 제작비도 정말 별로 들었을 것 같지 않은 이 영화가 내가 본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입니다. 
영화는 예고편 보시면 아시겠지만 작은 라디오 부스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댜. 영화는 한 번도 이 라디오 부스에서 카메라가 나가지 않습니다. 아 있긴 합니다. 부감 샷으로 여의도 건물 혹은 마포대교를 비추긴 하지만 99%의 영상은 라디오 부스에서 일어나는 일만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 폰 부스와 참 비슷합니다. 


2002년 개봉 작 영화 '폰 부스'는 전화 박스에서 주인공이 범인이 건 전화를 받으면서 전화 부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계속 진행 됩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이 영화와 상당히 흡사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미디어의 생리를 아주 적날하게 담았다는 것 입니다. 

영화의 물리적 크기가 무조건 재미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영화 '폰 부스'와 '패닉 룸'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다이하드도 건물 안에서 일어나는 액션만으로도 큰 재미를 주죠. 비행기 안에서 일어나는 액션은 어떻고요. 영화 '유령'도 잠수함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영화입니다. 공간의 크기가 재미와 비례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영화가 바로 '더 테러 라이브'입니다. 공간의 협소함은 제작비의 절감을 가져옵니다. 

중요한 것은 규모의 크기가 아닌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심리의 크기이자 공감의 크기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30평도 안되는 라이도 부스 공간을 최대한 크게 보이게 하기 위해 클로즈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리하다는 것은 CG에서도 나옵니다. 실제 같이 담았다면 제작비나 CG작업 시간이 더 걸렸겠지만 몇몇 장면을 빼고는 방송 화면으로 담아 버립니다. 아무리 풀HD 시대라고 하지만 방송 화면은 실제보다 화질이 떨어집니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보도 촬영 도구로 활용하는 장면들을 보면 이 영화가 얼마나 영리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조악한 화면이 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장소의 협소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클로즈업 사용 그리고 이야기의 세밀함

얼마 전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서 사진 촬영을 하면서 풍경이라는 것이 꼭 광각 렌즈로 담아야만 아름다운 것이 아닌 매크로 렌즈로 담아도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거시적인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미시적인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입니다. 

정말 작디 작은 개구리를 매크로 기능이 있는 줌렌즈로 담아보니 그 개구리에게서 거대한 풍광 이상의 흥미와 재미를 느꼈습니다.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미시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그 미시적인 재미를 위해서 촘촘하고 아구가 잘 맞는 시나리오와 클로즈업을 준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액션이 주가 아닌 스토리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시각적 재미는 크지 않습니다. 대신에 촘촘한 시나리오 진짜 일어날법한 모습을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 담고 있습니다. 

거기에 하정우 원맨쇼라고 할 정도로 하정우의 표정 연기가 대단한데요. 피부가 좋지 않은 배우로도 잘 알려진(?) 하정우의 얼굴이 화면 가득하게 자주 나옵니다. 하정우 피부관리 정말 잘 받았더라고요. 피부가 미끈 하네요. 아무튼 이렇게 배우의 클로즈업과 상황 전개가 긴박하게 흐르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습니다. 

스토리는 단순하다면 단순하고 복잡하다면 복잡합니다. 트릭도 있고 예상을 넘어서는 장면도 참 많습니다. 
관객의 입장과 하정우가 연기한 윤영화 전 앵커가 초중반 접속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철저하게 윤영화 앵커의 입장에서 영화는 진행을 하고 윤영화 앵커가 아는 것이 관객이 아는 것과 동일합니다.

보통, 대부분의 영화들은 주인공이 모르는 것도 관객이 아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범인이 뒤에서 칼을 들고 서서히 다가가면 관객은 미리 겁을 먹고 소리를 칩니다. "야! 도망가~~"라고요. 그러나 이 영화는 윤영화전 앵커가 아는 것이 관객이 아는 것과 동일합니다. 때문에 윤영화가 놀라면 관객도 놀랍니다. 참으로 영리합니다. 철저하게 1인칭에 가까운 시점으로 영화를 담습니다. 

또 영리한 것은 이 영화의 시점을 넘어서 영화 속 시간입니다. 영화의 상영시간과 영화에서 흐르는 시간이 동일합니다. 영화에서는 마포대교 폭탄 테러가 9시 33분에 시작되고 2시간 정도 후인 오전에 끝납니다. 상영시간도 그 상영시간과 싱크를 해서 더 몰입하게 됩니다

1인칭 시점에 동일한 시간 흐름? 미드 24와 비슷하죠. 
여기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촘촘하게 박아 넣었습니다. 



미디어에 대한 신랄한 조롱, 또는 프레임 전쟁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윤영화라는 앵커 자리에서 밀려난 아나운서가 9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에서 시작 합니다. 여느 날과 비슷한 하루가 시작하는데 한 청취자가 전화를 겁니다. 부자 감세에 대한 시청자 의견을 듣고자 전화 연결을 했는데 전화 연결된 청취자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진부하게 하자 윤영화 진행자는 전화를 끊고 다른 전화를 받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전화를 건 사람의 전화가 끊기지 않습니다. 

광고가 나가는 사이에 윤영화 진행자는 그 훼방꾼에게 쌍욕을 합니다. 그런데 이 청취자 예사롭지 않습니다.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하자 윤영화는 터트려 보세요!라고 자극을 하고 잠시 후 쿵~~~ 하고 SNC 방송국 건물 외부에서 폭발이 일어납니다. 여의도를 연결하는 마포대교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고 윤영화는 그 모습을 창밖으로 봅니다. 보통 이렇게 진행되면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하지만 윤영화는 이걸 기회로 삼습니다.

테러범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건 자신만이 소유한 특종이라고 생각하고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 혹은 진급의 기회로 삼습니다. 뒤통수 맞을 수 없다면서 보도국에 전화를 해서 라디오 스튜디오를 생방송 뉴스 스튜디오로 전환을 하고 단독 특종을 시작 합니다. 여기서부터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보통 우리가 세상의 뉴스를 접할때 직접 뉴스를 접하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뉴스는 언론 그리고 아나운서 혹은 앵커와 기자가 만든 미디어와 언론을 통해서 접하죠. 문제는 이 언론이 씹어주는 세상의 사건 사고가 언론의 생리 혹은 언론의 순익 계산 후에 보도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는 바른 이미지 혹은 신뢰의 이미지로 소비됩니다. 

영화에서 테러범이 말하듯이 자신이 말하는 것은 누구도 들어주지도 믿지도 않지만 국내 최고의 앵커였던 윤영화가 말하면 세상 사람들이 믿어준다고 말합니다. 우리가 언론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 앵커의 말을 믿습니다. 또한 신뢰를 하죠. 그러나 그 모습이 조작된 혹은 어떤 외부적 힘 혹은 실제의 이미지와 다르다면 우리는 혼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바른생활 사나이 같은 앵커가 실제의 삶은 추잡스럽고 조폭의 삶과 비슷한 사리사욕에 가득한 모습이라면 우리 대중은 너무나 충격을 받겠죠. 생각해 보세요 9시 뉴스 앵커가 사생활이 문란하다면 얼마나 놀랍겠어요. 영화는 이런 미디어의 생리를 잘 보여줍니다. 

윤영화는 아주 바른생활 사나이의 이미지를 가진 앵커였습니다. 세상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죠. 그런데 실제로는 아주 추악한 인물입니다. 테러가 일어났지만 자신의 진급을 위해서 특종을 따내겠다는 신념으로 테러범에게 돈을 입금하고 스토리까지 만듭니다.  흥미롭게도 테러범은 이 윤영화의 추악함을 라이브로 까발립니다.  대중 앞에서는 반듯한 이미지지만 테러범에 의해 발가 벗겨지고 심지어 또 다른 특종을 추구하는 다른 언론사 앵커에게 직접 인터뷰를 받기도 합니다. 

여기에 보도국 부장인 차대은(이경영 분)은 시청률 70%를 목표만 생각하고 달립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프레임 전쟁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윤영화 차대은이라는 SNC 언론사가 만든 프레임은 테러범을 이용해서 특종을 만들려고 했지만 이 똑똑한 테러범은 자신만의 프레임으로 이끕니다. 다시 청와대가 개입하면서 청와대의 프레임으로 넘어가고요. 

가장 앞권이었던 것은 청와대 관계자가 윤영화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지금의 당신 말을 여론이 믿어줄 것 같아? 우리도 희생양이 필요해. 포장할 것이 필요하다는 식의 말은 사건의 본질 보다는 자신들이 만드는 프레임에 넣으려는 알력다툼으로 비추어집니다.

이렇게 권력 기관끼리의 프레임 전쟁을 보면서 요즘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언론에 노출 되지 않으면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모르는 세상. 매주 서울시청에서 촛불을 들지만 어느 언론도 그 모습을 ENG 카메라로 담지 않으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요즘과 이 영화는 링크가 됩니다. 

우리는 보이는 것 보여주는 것만 전부인 양 믿고 삽니다. 좀 우스게 비유로 뉴스 앵커가 상의만 잘 갖추고 반바지를 입고 진행을 해도 우리는 그런 사실을 알 수 없습니다. 안 보여주면 당연히 정장 바지 입고 있겠지 하지요. 영화 '더 테러 라이브'는 이런 미디어의 생리 즉 특종을 위하면 거짓과 돈 거래 같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모습도 쉽게 합니다. 성재기의 투신 퍼포먼스에 ENG 카메라를 대동해서 찾아간 공영방송 KBS의 행동은 묘하게도 윤영화와 차대은의 행동과 참으로 비슷합니다. 

영화는 이런 언론의 생리를 고발하고 비꼬는 것을 넘어 계급에 대한 이야기도 합니다. 설국열차도 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 영화가 좀 더 명징합니다. 30년 전에도 건설 노동자였지만 30년 후에도 건설 노동자인 삶을 저주하고 자괴감을 그대로 내 보이는데요. 이런 모습은 마음이 아프기까지 합니다. 다만, 이 영화가 그런 계급 불평등 아니 가난한 놈은 평생 가난한 것에 대한 울부을 담긴 했지만 그걸 카타르시스까지 느끼게 하지 못함은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게 라이브라서 그런가요? 역시 가난쟁이들은 영원히 발언권이 없나 봅니다


훌륭한 배우, 영리한 감독이 만든 올해 최고의 한국 영화 

너무나 영리하게 영화를 만들어서 감독이 누군가 찾아 봤습니다. 김병우 감독? 잘 알려진 감독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이 영화 포함해서 2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전작이 2007년 개봉한지도 모르는 리튼이라는 영화입니다. 이 리튼이라는 영화 평들을 보니 이렇게 적은 예산으로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기도 힘들다는 평들이 많네요. 이런 모습을 높이 샀나 봅니다. 김병우 감독 이번에 제대로 일을 냈네요. 80년 생인데 이 나이에 이렇게 높은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다 참 대단합니다. 

더 테러 라이브는 칭찬할 것이 참 많습니다. 감독은 뛰어나고 영리한 연출을 했고 하정우는 단독플레이라고 할 정도로 2시간 내내 관객의 시선을 묶어 둡니다. 화를 냈다가도 참았다가도 ON AIR가 들어오면 능숙하고 침착하게 테러범과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작은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 영화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결말 부분입니다. 이 영화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가지게 전진을 하고 후반에는 생각보다 큰 규모가 되어가지만 크라이막스가 없다고 할 정도로 강한 임팩트 한방이 없는 것이 아쉽습니다. 또한, 울분을 터트리고 세상에 고함이나 욕지기 시원하게 한 번 해주는 그런 통쾌함이 없는 것은 아쉽습니다. 좋게 해석하자면  그게 삶이다. 참고 사는 것이 삶이고 라이브라고 해석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수 많은 한국영화를 올해 봤고 얼마 전에 설국열차를 봤지만 저에게는 이 영화가 가장 뛰어난 한국영화입니다. 
요즘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를 놓고 싸움질을 하던데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하는 유아기적인 행동 하지 마시고 둘 다 보세요.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습니다. 설국열차도 좋고 더 테러 라이브도 좋습니다.  

설국열차는 담고 있는 메시지의 심도가 아주 깊고 큽니다만 대중성은 좀 떨어지고 더 테러 라이브는 메시지는 작지만 강하고 대중성은 더 좋습니다. 따라서 난 많은 생각하지 않고 재미만 추구하면 '더 테러 라이브'를 권해드리고 은유가 좋고 장대한 메시지를 느끼고 싶으면 '설국열차'를 권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둘 다 보세요. 둘 다 괜찮은 영화입니다. 

놀라운 것은 더 테러 라이브가 제작기간이 3개월도 안되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더 테러 라이브'는 공간이 작은 영화를 어떻게 만드는지 표본이 될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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