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설국열차, 억지로 탑승한 승객들이 인간 역사라는 궤도를 달린다

by 썬도그 2013. 7. 31.
반응형

역시! 봉준호라는 느낌이 팍 들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알레고리가 있나? 정말 영화 전체가 인류의 역사를 은유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시각적인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 전달력은 무척 뛰어나고 좋았습니다. 우리 인류의 역사를 설국열차에 탄 사람들이 객차를 연극 무대 삼아서 표현하는 작품이 바로 '설국열차'입니다.


설국열차 세계관에 대한 설명은 턱없이 부족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쓴소리부터 좀 해보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 설국열차가 인류에 대한 우화라는 주제 자체는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소재 즉 멈추지 않고 전셰계를 맹목적으로 달리기만 하는 설국열차가 참 궁금했습니다. 인류가 지구 온난화를 막겠다면서 CW7를 공중에 살포 합니다. 이 화학물질은 지구 온난화를 막아주고 지구의 평균기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떨어뜨려도 너무 떨어트려서 새로운 빙하기가 시작 됩니다. 

인류는 전멸하게 되고 유일하게 설국열차만이 노아의 방주가 되어 빙하기를 뚫고 달립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이게 말이 됩니까?  열차라는 노아의 방주 자체는 이해가 갑니다. 그럼 그 방주가 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영화에 없습니다. 봉테일 감독이 이걸 왜 안 넣을까요? 그건 그렇다고 칩시다. 왜 만들어졌는지는 그렇다고 치고 그럼 이 열차가 어떻게 17년 동안이나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엔진은 무엇이며 어떻게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지 어디서 자는지도 자세히 다루지 않습니다.

다큐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이 열차라는 폐쇄적인 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어느정도는 해줘야 좀 더 열차 안의 인간군상들에게 집중할 수 있을텐데 이게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때문에 만약 이 설국열차를 과학적인 시선으로 접근 하신다면 큰 실망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설국열차는 하나의 우화로 혹은 인간 판타지로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면 탑승하셔도 되고  과학적인 접근 혹은 부실한 세계관에 대한 개연성 문제를 지적하고 싶은 분들은 탑승을 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폭주 기관차 같은 스토리는 압권

설국열차 전체 세계관에 대한 질문이 없거나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시고 탑승하셨다면 이 설국열차에 대한 무시무시한 이야기에 압도 당하실 것 입니다. 

영화 스토리는 꼬리칸에 사는 무임승차 승객들이 엔진이 있는 앞칸까지 진군을 하는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예고편에서는 여기까지 나오지만 영화 끝 무렵에서는 혁명을 넘어서 권력에 대한 심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는 마치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창조주이자 시스템 개발자인 아키텍쳐와의 조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이야기의 진폭이 무척 큽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꼬리칸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설국열차에 무임 승차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최하층 계급층이고 매일 같이 정체모를 단백질 덩어리를 먹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것을 착취 당하고 사는 모습은 영락없는 하층민들이고 수시로 

지배층에게 훈계를 들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민주주의라는 운영체제(민주주의도 따지고 보면 계급을 허용하는 운영체제죠)가 나오기 전까지는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다 가끔 혁명이 일어나기도 하고 새로 리셋이 되어서 새로운 권력자가 나타나면 다시 지배층 피지배층이 생깁니다. 설국열차는 인류의 역사를 축소한 듯 꼬리칸 사람들의 혁명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꼬리칸 사람들은 혁명을 일으키고 한칸 한칸 부셔가면서 엔진과 지배자인 윌포드가 있는 곳까지 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한칸 한칸 전진하면서 수 많은 인간들의 인간 군상을 스틸 사진 처럼 분절된 형태로 보여줍니다.

행동대장인 커티스와 정신적 지도자인 길리엄가 쌍두마차가 되고 문을 여는 열쇠 꾸러미를 가진 열차의 설계자인 남궁민수와 딸 요나가 합세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류의 혁명이 그랬듯 혁명이 진행되면서 회의감도 들고 여기서 멈추자는 목소리가 나오게 됩니다. 


영화는 상당한 알레고리(은유)가 가득한데요. 
이 영화의 재미는 액션도 액션이지만 스토리가 주는 특히 후반부의 스토리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봉준호 감독은 열차 자체를 지구라는 폐쇄계를 축소해 놓았습니다. 지구라는 곳도 하나의 폐쇄적 시스템이고 누군가가 자원을 많이 쓰면 누군가는 굶주리거나 추위에 떨게 되어 있습니다. 외계에서 물질을 계속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지구 안에 있는 자원을 어떻게 분배하느냐에 따라서 가난한 사람 혹은 부자 혹은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연속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자원 분배 문제를 담당하는 것이 정치이고 정치인들이 자원 분배를 담당합니다. 그 자원 분배에 불만을 품고 우리도 치킨이나 스테이크를 먹어보자고 들고 일어선것이 바로 꼬리칸 사람들입니다. 

열차 자체가 하나의 지구이고 그 안에 타고 있는 승객이 바로 우리 인류라고 볼 수 있기에 100명이 사는 지구라는 이야기가 생각날 정도입니다. 질서를 강조하는 2인자인 국무총리 메이슨은 사람은 자기 역할이 있고 위치가 있다면서 신발은 발에 신겨야 제 역할을 하지 머리 위에 쓸 수 없다고 꼬리칸 사람들에게 설교를 합니다. 이는 시스템을 평화롭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꼬리칸 사람들은 그런 질서를 파괴하고 우리도 니들처럼 살아보자고 투쟁을 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아주 돌직구처럼 혁명의 단계를 열차 뒤에서 앞칸으로 과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미있었던 장면은 이 꼬리칸 사람들과 그들을 막는 바리케이트 역할을 하는 사람들간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서도 새해가 되는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장면이나 비록 열차 안에서는 서로 죽고 죽이지만 외부의 위험 즉 열차가 큰 얼음 덩어리를 뚫고 지나갈 때는 폭력을 멈추는 장면에서는 서로 아웅다웅 칼질을 하지만 외부로부터의 위험에는 공동으로 대처하는 모습도 참 재미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인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데요. 이게 좀 작위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 영화가 상업영화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정도의 결말은 공감도 동의도 쉽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가 허리우드 제작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상업영화였다면 좀 더 밝고 경쾌하고 명징한 이야기를 담았겠지만 봉감독이 말하고 싶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는 눅눅한 그러나 고달픈 이야기를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런 알레고리가 전 아주 좋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잘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를 여름 흥행용 액션영화 혹은 판타지 영화로 보려고 한다면 이 영화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손잡고 보기에는 좀 힘겨울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 영화가 매니아층에게는 환호성을 지르게 하지만 반대로 일반 대중들에게는 좀 어두운 영화로 느껴질 수 있어서 흥행은 하겠지만, 대박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설국열차의 가장 큰 매력은 배우들의 연기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메이슨은 이 영화의 엔진과도 같습니다. 틀니를 낀 여자 교장 선생님 같은 이미지를 너무나 잘 연기를 해서 놀라울 정도로 깊게 빠져드는 연기를 합니다. 이렇게 연기를 맛깔스럽게 하는 배우가 있다니 놀라울 정도입니다. 영화에서는 조연으로 나오지만 진정한 주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송강호의 연기도 아주 좋습니다. 생각보다 고아성과 송강호의 분량이 많아서 놀랄 정도로 분량도 많고 역할도 꽤 큽니다. 
폐쇄계를 깨트리자는 생각도 송강호에서 나오는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이해가 안가는 캐릭터가 송강호가 연기한 남궁민수입니다. 


이 남궁민수는 이 설국열차를 설계한 설계자이지만 이 사람이 왜 윌포드가 있는 곳까지 동행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습니다. 왜 감옥칸에 갖혀 있는지도 설명되지 않고 왜 그 험난한 여정에 함께 동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설득력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전혀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후반부에 설명이 되긴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왜 대화로 설득을 할 생각을 안 했는지가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아무튼 꽤 중추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외에도 존 허트가 연기한 길리엄도 윌포드 역을 연기한 에드 해리스의 연기도 일품입니다. 에드가 역의 제이비 벨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장센이 무척 뛰어난 영화. CG도 합격점

영화는 칸칸 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한 칸을 지나면 수족관이 나오고 학교도 나옵니다.
이렇게 칸을 열때 마다 다른 세계가 펼쳐지는 모습은 이 영화의 흥미 중 하나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칸이 학교입니다. 이 칸에서는 아이들이 역사를 배우는데 열차 밖의 얼어죽은 7인을 보면서 선생님이 가르칩니다

몇년 전에 열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저렇게 얼어 죽었다면서 절대로 열차 밖으로 나가면 안되고 이 열차라는 폐쇄시스템 그러나 완벽한 생태계를 이끌어주는 윌포드를 경배하는 모습은 아주 흥미롭네요. 이런 모습은 진격의 거인과 어느면에서 일맥상통한 모습이 있습니다. 진격의 거인도  거대한 벽을 쌓고 그 안에 사는 폐쇄계에 사는 인간들이 열린 시스템으로 나가기 위한 도전을 담고 있습니다

칸칸마다 보여주는 인간들의 이미지들은 우리가 현재 세상을 살면서 보여지는 그런 이미지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칸칸마다 보여줄 수 있는 상황들은 없고 그냥 잡지책 넘기듯 넘기는 형태로 지나치는 칸이 많은 점은 좀 아쉽습니다. 


개봉전에 CG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그냥 기우였습니다. 
CG가 아주 뛰어나다고 할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습니다. 열차 자체는 좀 아쉽긴 하지만 주변 풍경에 대한 CG는 수준급입니다. 특히 설경이 가득한 계곡을 지나는 장면등은 무척 그럴싸 합니다. 


열차라는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혁명과 권력의 순환계

열차라는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혁명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잘 담고 있습니다. 
혁명이 성공하면 그 혁명을 이끈 사람은 새로운 권력자가 되어서 다시 질서를 잡기 위해서 시스템을 가동하고 그 시스템은 다시 불만세력에게 몽둥이질을 합니다. 이 몽둥이질을 하지 않으면 다시 혁명이 일어납니다. 우리가 지난 4.19 혁명이 지속가능하지 못한 이유는 강력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고 떄문에 매일 같이 시위가 일어나고 세상이 시끄럽자 탱크를 앞세운 군사정권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강력한 독재 시스템에 반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이 군사 정권 시스템에 길들여졌고 지금은 숭배까지 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커티스와 윌포드는 이런 모습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혁명은 성공해도 다시 필연적으로 혁명이 일어나는 모습. 아니면 혁명을 불순분자라고 생각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복종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시스템이 독재자가 운영하는 시스템이라도 불만은 있을지언정 그래도 이게 낫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꼬리칸 사람들은 혁명을 외쳤지만 다른 칸 사람들은 지금의 시스템이 너무 좋다면서 만족 혹은 숭배를 합니다. 모든 권력은 엔진을 돌리는 윌포드가 가지고 있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들지 않고 분권을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영화는 마지막에 혁명이 권력의 관계로 이양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변화무쌍함이 참 좋은 영화입니다.


좀 어둡고 매니아적인 성향 혹은 작가주의 영화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에 흥행은 하겠지만 대박은 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배급을 하는 작품이니 제작비 이상은 수익을 낼 듯 합니다. 고아성의 연기도 참 좋았는데요. 평론가들이 좋아할만한 영화라서 영화평도 상당히 좋을 듯 합니다. 이미 좋다고 마케팅을 잘 하고 있고요. 


설국열차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매트릭스의 기차버젼이라고 하고 싶네요
영화를 보고 나면 계급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될 것입니다. 니들이 있는 계급이라는 칸을 넘지 않는 것이 질서이자 삶이고 행복이다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과 불평등 함에 횃불을 들어야 한다는 사람으로 갈릴 듯 하네요. 

별점 :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