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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명품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이유는 위치재이기 때문

by 썬도그 2013.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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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백, 5초 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뭔지 몰랐습니다. 제가 이 단어를 처음 접한 것은 홍대에서 한 2011 아시아프에서 였습니다. 아시아프는 아시아 청년 작가들의 미술을 전시하는 전시회인데 이 전시회 작품 중에 한국 작가의 작품 제목이 '3초 백 , 5초 백' 이었습니다. 바로 스마트 폰으로 검색을 해보니 

3초 백은 루이비통, 5초 백은 샤넬 가방을 3초 백 5초 백이라고 하네요. 


명품 가격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이유

몇년 전에 한 독일 주방 용품이 잘 팔리지 않자 제품 가격을 올렸습니다. 보통 제품이 안 팔리면 제품 가격을 내리죠 그러나 이 독일 주방 용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는 반대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안 팔리던 제품이 불티나게 판매가 되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가격을 올리니까 더 잘 팔리다니 이해가 가시나요?

이는 이 독일 주방 용품 수입업자가 독일 주방 용품을 물적재가 아닌 위치재로 판단하고 혹은 그렇게 보이게 끔 했기 때문에 잘 팔린 것입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에 이 명품이 비쌀수록 잘 팔리는 이유를 소개하고 있는데 제가 이 책 내용을 좀 소개를 하겠습니다. 

프레드 허시는 성장을 막는 사회 한계라는 책에서 물적재(meterial goods)와 위치재(positional goods)를 구분 했습니다. 물적재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전통적인 가격 형성 곡선을 따르는 흔한 우리 주변의 공산품들을 말합니다. LED TV가 안 팔리다가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확 늘고 노트북이 가격을 내리면 수요가 확 느는 등 대부분의 제품들은 물적재입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도 한계까지 가면 더 먹지 않듯 물적재는 한계효용이 0이 되면 소비를 멈춥니다. 하지만 위치재는 다릅니다. 위치재는 절대가치가 아니라 상대가치, 사회가치를 지닌 상품입니다. 

명품 가방, 명품 브랜드, 명문학교, 고급 휴양지의 주택, 고급 레스토랑 예약 등이 위치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명품이라고 하는 것을 그냥 위치재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위치재는 희소성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너도 나도 들고 다니면 그건 상대적 가치가 점점 사라지게 되죠. 

원 한다고 다 살 수 있다면 그건 명품이 아니죠.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 위치재가 참 묘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원래 명품 같은 위치재는 소수의 사람들이 소유해야 상대적 가치가 높아지는데 너도 나도 다 들고 다니니 위치재의 가치는 낮아지게 됩니다. 이에 명품 가방 수입업자들은 상대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가격을 오히려 더 올립니다. 실제로 한국의 명품 가방 수입업자들은 한-EU FTA효과로 무관세가 되었지만 가격을 내리지 않고 오히려 올렸습니다. 정부는 명품 가방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오른 것에 당혹스러워 했는데요. 이는 명품 가방을 물적재로 봤기 때문입니다

위치재는 관세가 사라진다고 해서 가격이 확 내려가는 제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나 쉽게 구매하고 구입 문턱이 낮아지게 됨년 위치재의 상대가치가 떨어지게 되므로 끊임없이 가격을 올리고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려고 합니다. 마트에서 파는 물적재 가방이 아닌 위치재 가방이 되기 위한 노력이죠

또한, 소비자들은 누구나 다 들고 다니는 루이비통 가방 보다는 좀 더 접근하기 힘든 루이비통을 원하게 됩니다. 좀 더 접근하기 힘듬이란 쉽게 말하자면 가격을 올려서 2,3달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가격이 하닌 연봉을 다 털어야 살 수 있는 루이비통이 되길 원합니다. 위치재는 희소가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아무나 사고 입고 탈 수 없어야 위치재로써의 영롱한 빛이 나고 자신의 가치를 돈으로 쉽게 치장할 수 있으니까요.

똑같은 제품을 아무런 이유 없이 가격을 올리도 구매를 하는 이유는 그 만큼의 가치를 나에게 주기 때문에 위치재는 가격이 오를수록 더 잘 팔리게 됩니다. 여기서 잘 팔리게 된다는 것은 한국,일본에 국한된 모습입니다.  서양에서는 가격이 오르면 위치재라고 해도 안 사게 되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상하게 더 잘 팔리게 됩니다. 아니면 가격이 올랐다고 불만을 터트리지 않습니다. 원래 그런 제품이니가 혹은 비싸야 더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명품 가방이 무조건 위치재로써의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위치재는 소비자가 원한다고 마구마구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것들이 주로 위치재라고 합니다. 콘서트 장에서 VIP석에 너도 나도 앉고 싶지만 좌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위치재는 상대가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명품 가방이나 명품 제품들 중 상당수는 소비자 수요가 늘수록 생산량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물론, 공장라인을 확장해서 마구 생산하는 그런 공산품과는 다르지만 어느 정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돈을 더 벌 수 있지만 생산량을 마구잡이로 늘리지 않는 이유는 자신들의 제품이 흔해지거나 가치가 떨어지면 물적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들의 제품이 위치재에 있도록 관리를 합니다.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더 많은 위치재를 살 돈을 벌려고 물적재를 교역한다. 이 떄문에 과소비가 생기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이 모방하려고 하는 위치재다. 흥미롭게도 명품 브랜드는 가격을 높이면 위치재로서 가치도 높아진다.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피에르 가르뎅에게 낮은 가격에 팔지 말라고 충고했다. "비싸게 파세요. 재능은 그만큼 받아야 합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위치재를 소비하기도 한다

<책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중에서 일부 발췌>


1899년 유한계급론을 쓴 소스타인 베블런은 책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베블런 효과라고도 하는 이 과시적 소비는 한국에 너무나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수 많은 여성들이 명품 가방을 가지고 다닙니다. 심지어 돈을 벌지 않는 여대생들도 루이비통을 삽니다. 또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3달치 월급을 몽땅 쏟아서 명품 가방을 삽니다.

그 가방을 사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분명 이런 소비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적 소비이고 우리가 그렇게 과시적 소비를 자연스럽게 혹은 부러워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여자분들이 명품 가방을 통해서 차별적인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착각입니다. 위치재는 상대가치이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다 들고 다닌다면 이건 위치재가 아닌 물적재가 됩니다.

서양에서는 명품 가방 사는 여자가 많이 없고 대부분 물적재 가방을 주로 가지고 다닌다고 하는데요. 유독 한국과 중국 일본 소비자들이 명품이라는 위치재 소비가 많고 이는 분명 과시적인 소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체면사회! 이게 한국사회의 단면입니다. 이는 여자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닙니다. 배기량을 따지고 자동차 가격을 따지면서 자신의 월급 수준에 맞지 않게 비싼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남자 분들의 소비 행태도 과시적인 소비형태입니다. 


위치재의 가격은 사람들이 위치재의 가치를 이해하게 돕지만, 역설적으로 위치재를 물적재와 같은 범주로 묶게 한다
모든 것을 돈이라는 하나의 척도로 평가하면 사람들이 획일적으로 변한다. 삶의 풍요를 나타내는 척도인 건강, 행복, 가족, 명성, 위치, 지성, 성공, 영향력, 아름다움을 칭송하기보다 돈이 많다고 칭송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삶의 척도가 돈뿐이라면 세계에서 몇 사람만이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경제의 궁극적 역설이다. 부는 위치재다. 다른 위치재와 마찬가지로 부 자체만으로 삶이 풍요로워지지 않는다

<책 무엇이 가격을 결정하는가 중에서 일부 발췌>

위 문구가 너무 마음에 와 닿네요. 세상 아니 한국 사회가 점점 돈이 유일한 가치척도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돈으로 비싼 위치재를 사서 자신을 치장하고 있습니다.  자기 본인의 가치는 그 사람 자체에서 나오는거지 명품 같은 위치재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도 위치재를 사서 자신을 치장하고 치장은 위장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명품을 무조건 사지 말자는 아닙니다. 자신의 능력에 맞게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게 소비를 하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사람으로 인정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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