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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국내사진작가

꾸며진 임산부 이미지 너머의 진실을 카메라에 담은 정지현 사진작가

by 썬도그 2013.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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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거리를 걷고 있는데 한 임부가 씩씩하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내 앞을 지나가는데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임신한 배를 앞으로 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에 순간 멍하게 봤습니다.

뭐지? 이 느낌은?
약간의 충격을 먹은듯한 내 모습에 스스로 자문 했습니다. "왜 내가 멍해졌지?". 보통 저 정도의 배가 나온 임부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거나 남편이나 다른 가족 혹은 친구가 부축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요?  길거리에서 걸어가면서 담배피는 여성을 보기 힘들 듯 거리에서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는 임부를 본 기억이 별로 없었습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다녀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혼자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한 참을 봤습니다. 


정지현, 선희ⓒ갤러리룩스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시리즈)


저출산의 나라가 되더니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게는 임부와 산부를 보살피고 배려해야 한다고 배우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출산율이 1점대로 떨어지자 이러다가 나라 망한다는 강박에 의해서 임부와 산부를 보살피고 보호해야 한다고 계몽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학습 효과인가요? 90년대에 그런 모습을 봤다면 그냥 아무런 생각도 없이 지나갔을텐데 그 계몽운동의 효과 때문인지 "저러면 안 되는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제 머리속에 가득 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이렇게 우리에게 있어 임산부는 보호해야 하는 존재 혹은 아름다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과 임신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발견이라도 한 듯 많은 부부들이 임신한 아내와 함께 사진관에 찾아서 아름다운 D라인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하지만 정말 임부가 9개월이라는 임신기간 내내 행복할까요? 태어날 아가를 생각하면서 하루하루가 생글벙글 할까요?
잘은 모릅니다. 제가 임산부의 경험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임신기간이 결코 행복한 기간일수만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낍니다. 그러나 임신기간,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우리는 너무나 미화시키고 아름답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사진작가 정지현은 현실의 임산부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정지현, 은미ⓒ갤러리룩스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시리즈)


임신기간 동안 임부들은 많은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이 뱃속의 아이를 어떻게 키우나하는 걱정도 들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시끄러운 음악을 좋아하던 자신의 취향은 버리고 아기를 위해서 모짜르트의 태교 음악을 들어줘야 합니다. 

모든 것이 희생모드입니다. 아기를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고 오로지 아기에게 좋다면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해야 합니다. 
이런 일상의 변화와 함께 임신 기간에 찾아오는 우울증과 함께 한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도 합니다. 

어머니가 되는 과정은 그렇게 복합적인 감정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그 감정들을 임신을 해보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항상 방실방실 웃는 임산부만 봐왔으니까요.
정지현 사진작가는 그 실제적인 모습 또는 진실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개콘의 네가지에서 촌놈 양상국은 말합니다. 촌놈이라고 시골에서 오이나 수박이나 먹고 사는 줄 안다면서 우리도 롯데리아 가서 햄버거 먹는다고 항변합니다. 개그의 소재지만 저는 이 개그가 현재 우리의 편견이라는 폭력을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견이란 참 무섭고도 편합니다. 편견이 있기에 쉽게 이해하기도 하지만 그 편견으로 인해 그 당사자에게 고통을 주기도 합니다. 임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나 방송에서 나오는 임산부의 과장된 모습 혹은 미화된 모습이 진짜 임산부의 모습인 줄 착각을 합니다. 



정지현, 한나ⓒ갤러리룩스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시리즈)


지루하고 긴 임신기간 그 기간에 느끼는 수 많은 임부들의 복합 감정을 우리는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정지현 작가의 사진을 보면 실제적이고 진짜의 임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임신을 축하한다면서 임신한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웃고 떠들고 지나간 후의 외로움 또는 두려움 혹은 지루함의 임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어떤 기교도 형식미가 넘실거리는 연출도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직시해야할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이 임부들이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낳기만 하는데 집중하게 해주는 사회적 풍토가 되어야 하는데 정작 우리 사회는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미흡합니다. 

출산장려금이나 태어난 아이의 유치원비를 지원한다 공짜로 다니게 해주겠다고 정치인들이 말은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 목정성이 임산부가 아닌 국가의 미래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다 공멸한다는 정부의 공포감이 임산부를 떠받들고 있지 실제로는 임산부 자체에 대한 배려는 아닙니다. 


전 이런 사진들이 좋습니다. 가려진 진실을 까발리는 사진, 왜곡된 이미지들이 아닌 실제적인 진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좋습니다. 


정지현 작가의 전작인 The Shaded Scenery라는 시리즈에서는 인공의 녹색과 자연의 녹색의 차이를 담백하고 차분하게 잘 담았습니다. 정지현 작가의 작품은 편하고 쉬워서 좋습니다. 현학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보면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게 사진이니까요. 사진이 쉽기 때문에 인기있듯 정지현 작가의 작품들도 쉽게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사진은 쉽기 때문에 이미지 왜곡도 참 쉽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수 많은 사진 이미지가 내 뱉은 사실이라는 왜곡에 휘둘리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이 광우병 촛불시위 때 한 시위자가 경찰을 폭행하는 장면을 신문에 실었습니다. 그 폭행 자체는 사실이자  실제적으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러나 시위대가 경찰을 폭행한 사건이 1이고 경찰이 시위대를 폭행한 사실이 99라면 사진은 그 99의 보편성을 담아야 합니다. 그게 사실과 진실의 차이입니다.

극히 일부의 이미지를 마치 전체인 양 호도하는 사진들이 넘칩니다. 그 호도하는 사진에 우리는 그게 전체인 양 생각하죠.
그래서 어느때 보다 진실을 카메라에 담는 사진기자와 사진작가가 필요합니다. 그 사진작가가 바로 정지현 작가입니다.


얼마 전에 인사동 갤러리 룩스에서  (미영 은정 현주 그리고…시리즈) 를 전시 했었습니다. 

전시회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 흥겨운 전시회 풍경은 http://photobada.com/120193376240에 잘 소개 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고 지켜보고 싶은 작가님입니다. 사진 스타일이 딱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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