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진작가나 사진 문화에 대한 정보를 많이 쌓아 올리다보니 사진을 보러 오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가끔은 그 방문이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사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저에게 고맙다고 하거나 잘못된 점 혹은 오해인 부분에 대한 댓글들을 달아주십니다. 

솔직히 저는 이렇게 이 블로그가 커질지 몰랐습니다. 
아마도 카메라 관련 블로그는 많아도 사진 그 자체에 대한 정보와 글을 꾸준하게 쓰는 블로그가 거의 없기 때문이겠죠. 
사진전 소식을 전하고 직접 갤러리에 가서 사진전을 감상하고 그 사진 감상기를 올리며 국내외 사진작가를 이 블로그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하게 사진작가와 사진전을 소개한지가 한 5년이 넘어가네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지난 5년 수 많은 사진전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진가들의 사진전을 관람하면서 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2가지가 있습니다. 


사진 : 최민식


첫번 째는 다큐 사진작가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큐 사진이나 사회성 짙은 사진 혹은 시의성이 있는 고발성 다큐류 사진들을 좋아하다보니 주로 다큐 사진에 큰 감동을 하는데(사진은 권력이다에서의 사진은 다큐 사진입니다) 요즘 이런 다큐 사진이 상대적으로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다큐 사진을 하는 사진작가가 적다고 해야겠죠

아니 다큐 사진을 하는 사진작가의 숫자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다른 장르의 사진작가들이 많이 늘었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큐 사진이 희귀해지고 있습니다. 1년에 전국의 사진학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진 학사가 얼마나 될까요? 그 사진 학사들 대부분은 현재 뭐하고 지낼까요? 사진 작가로 활동을 할까요? 모르긴 몰라도 사진 작가로 꾸준하게 활동하는 졸업생은 아주 극히 일부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진 작가들은 돈을 거의 벌지 못합니다. 사진을 사주는 컬렉터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사진을 하는 젊은 사진작가들의 사진전을 찾아가서 보면 지루합니다. 
왜냐하면 사진들이 맥아리가 없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이미지, 혹은 해외 사진작가가 먼저 시도한 것을 똑같이 따라한 듯한 표현, 그리고 깊이가 없습니다. 다큐 사진만이 사진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큐 사진만이 힘이 있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 취향을 넘어서라도 한국 사진계는 유난스럽게도 다큐 사진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육명심, 최민식, 홍순태, 김기찬 같은 기록 사진가 혹은 다큐 사진가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합니다. 
80년대 해외에서 사진 유학을 하고 돌아오거나 사진학과 출신 사진작가들을 추종하고 신앙시 하면서 정작 우리의 기억이 희미한 혹은 태어나기 이전의 한국을 기록하거나 우리가 관심 가지지 않는 세상 어두운 곳을 향해서 카메라 앵글을 돌렸던 사진작가들에 대한 존경심이나 따르는 모습이 약합니다. 다큐 사진이라고 하면 무조건 '로버트 카파'나 '앙리 까르티에 브레송' 같은 유명 해외 다큐 사진 작가나 좋아하고 연구하고 분석하면서 정작 우리의 과거를 기록한 사진작가에 대한 연구도 존경도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가장 쉬운듯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사진이 다큐 사진이기 때문입니다. 다큐 사진은 연출 사진이나 광고사진이나 모델 사진과 달리 그냥 누구나 촬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찍어보면 아실 것입니다. 한 장의 사진에 그 현장의 모든 것을 담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를요. 또한, 이 다큐는 나이가 많을수록 그 노련미가 잘 담기기 때문에 나이가 어느정도 차야 원숙미가 나옵니다. 

그러나 20대에 이런 다큐의 눈을 가지긴 힘들죠. 그래서 대부분의 20대 사진작가들은 다큐 사진을 잘 찍지 않고 최근들어 이런 경향은 더 심해지는 듯 합니다 그래서 사진학과 출신이 아닌 분들이 나이 들어서 다큐 사진을 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뛰어난 다큐 사진작가가 계속 나와야 하는데 언젠가 부터 이 다큐 사진 분야의 새로운 사진작가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분명, 세상에 보여줄 작은 이야기 혹은 찬란함에 가려진 어두운 곳이 많은 요즘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그걸 고발하고 세상에 호소하는 사진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에 다큐 사진이 점점 줄어드는 것일까요?



사진을 위한 사진인 조형 사진만 가득한 한국 사진계



사진을 조형예술의 한 분야로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해 프레임이 쓸데없이 커지고 형식만 있고 내용은 없다는 것이 한국 현대 사진에 대한 나의 지적이다. 

한국사진계는 체제에 저항하고 권위에 도전하는 기백과 패기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젊은 사진가들이 기존의 권위에 조아리며 그들의 교시에 추종하는 것을 보면 죄수들의 행렬을 보는 것 같이 끔찍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몇몇 잘나가는 자칭 대가라고 하는 사진가의 사진만을 사진으로 알고 따라하고 있다

<월간사진 6월호 중에서 눈빛 출판사 대표 이규상 글 일부 발췌>

한국 사진계의 사진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이유 2번째는 그림 같은 사진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모호하면서도 탐미적인 사진, 정말 멋진 풍광의 사진들이 가득한 모습을 보면서 살롱 사진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쁜 사진 좋죠. 신비주의 사진 좋죠. 좋은데요. 이런 사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사진이 분명 미술 조각, 건축과 같은 조형예술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와 달리 사진만의 특성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기록성입니다. 생각해보세요. 평생을 살면서 사진에 감동하는 사진 대부분은 세월의 더께가 묻은 오래돈 빛바랜 사진입니다. 

할머니의 젊었을 때의 사진, 아버지의 어린 시절 사진, 내 친구의 유치원 때 사진 등등 우리가 보지 못한 과거의 이미지를 담는 뛰어난 기록성이 사진의 최고의 장점이자 매력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기록사진을 예술에서 제외하고 B컷 취급을 합니다.

이는 사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기록사진은 B컷 사진으로 치부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전 감히 말하지만 명징한 기록사진 혹은 뛰어난 통찰력의 관찰사진 혹은 다큐사진이 사진 작가 본인이나 아는 듯한 흐릿하고 애매모호하고 신비하지만 신기하지 않는 사진보다 훨씬 좋습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 취향이지만 한국 사진계는 너무나도 이 조형적인 아름다운만 추구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 스토리를 넣지 못하고 그림이 되고자 하는 사진들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어느 사진작가는 멋진 사진을 위해서 나뭇가지를 자르고 어린새를 나뭇가지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접착제를 칠합니다. 


해외 사진작가들과 비교하자면 해외 사진작가들은 사진들이 쉽습니다. 쉽지만 메시지 전달력이 너무 좋습니다. 
미국인들의 식사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서 쭉 보여주는 사진작가의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의 기록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미국인들의 삶을 수평으로 잘라서 보여주는 모습, 왜 우리는 이런 모습이 많지 않을까요?
자신들만의 세계에 갖혀서 혼잣말 하는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현학적으로 까지 보여집니다.  지루하고 지루합니다. 왜 사진이 그림 같아져야 합니까? 왜 사진들이 점점 어려워져야 합니까? 사진이 좋은 점은 이해하기 쉽고 명징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강렬한 메시지 전달력 때문인데 이걸 아웃포커스로 날려버리고 흐릿하게 해서 신비주의만 보이게 하려는 사진들이 많이 보입니다. 

좀 더 쉬운 사진, 좀 더 명징한 사진을 담아줄 수 없을까요?
주제 넘는 소리를 했는데요. 오늘 월간사진 6월호의 이규상 대표님의 글을 읽으면서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사진의 기록성, 이거 너무 무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 사진이 매력적인지 사진의 본질적인 장점이 뭔지를 돌아봤으면 합니다. 사진하는 인구는 늘었지만 우리의 현재를 기록하는 사진가는 과연 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젊은 사진작가들이 스승의 권위에 춤을 추지말고 스승의 권위를 깨고 도전하는 패기 있는 사진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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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corba20 BlogIcon 텍사스사진사 2013.06.30 04: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감입니다.

    저는 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 'Originality 가치의 중요성'이 기본 교육에 녹아 들어가 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튀지말고 대충 남하고 비슷하게 해서 중간이나 가자는 사고를 무의식적으로 주입하는 교육으로 인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나가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선택과 결정의 순간엔 항상 '무난한' 것을 택하게 되는 사회가 되버린거라고 판단합니다.

    사진을 예로 드셨지만, 한국의 드라마를 외국의 드라마와 비교할 때도 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일년에 수십편의 드라마가 만들어지지만 대부분 비슷한 줄거리에 비슷한 소재들, 더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이 단순 흥미위주일뿐 깊이있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상 오랜 전통을 가진 외국문화를 부러워들하곤 합니다.

    어떤 전통이 아무리 100년이나 되었다고 하더라도, 100년전에는 누군가에 의해 처음(originality)으로 시도된 일이었을 것입니다.

    Just be yourself

  2. 지니 2013.06.30 08: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이 현대에 파인아트로 편입되면서 생긴 작가군의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과 실용적 매체로써의 사진과, 또 사진사들과 뭔가 구별 지어야 한다는 충동에 휩싸이다 보니 나타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3. Favicon of http://ujuc.kr BlogIcon 사진우주 2013.07.01 0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다큐가 어렵더군요.. 생각보다...^^..
    모르겠습니다. 사진과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왜 사진과를 선택하고.. 그 졸업생들이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요..

    그리고 다큐쪽은... 비전공자가 더 많으신듯해요..

    ps. 캡챠가..ㅡ.ㅡ.... 적응이 안되는군요..;;;쩝..

  4. Favicon of http://th1rteen.blog.me BlogIcon Rachel 2013.07.01 13: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주 좋은 지적이시네요... 저도 제 사진찍는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5. 지단날도메시 2013.08.25 04: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썬도그님이 올려주신 최민식, 김기찬님 등의 사진에서 감동을 많이 받은1인으로써 후세를 위해서도 그런 감동적인 기록사진을 찍을 의무가있다고 생각합니다

  6. 그대 2015.08.30 12: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합니다...찾고 있던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