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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왜 우리는 국정원 선거개입에 분노하지 않는가?

by 썬도그 2013.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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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내에 나갈 일이 있어서 서울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다시 3권을 대출하면서 현대 디자인라이브러리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청계광장 옆 계단에서 사람들이 시위를 하네요. 


국정원 선거개입에 관한 시위입니다.


많지는 않았습니다 대략 500명 내외? 
지금은 자유발언대 시간으로 한 시민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적은 인원입니다. 지금 많은 대학교가 시국선언을 하고 있습니다. 
시국선언은 식자들이 나라와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는 행위입니다. 이 시국선언은 87년 6.10 민주항쟁때도 있었고 2008년 광우병 사태 때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무척 심각한 상태입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하냐면 국정원이라는 권력기관이자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사건입니다.  이건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나 있었던 공무원의 선거개입입니다. 당시 얼마나 심한 선거개입을 했냐면 밀가루를 풀어서 국민들의 환심을 샀던 박정희 전 대통령도 있었고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편법으로 정권을 유지했던 이승만도 있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는 말을 말죠. 이 두 인간은 가장 많은 국민을 살해한 살인마들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어둡게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은 대통령이었고 대통령들은 자신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서 공무원과 권력 정보기관을 동원했습니다. 재야인사와 야당의원을 감시하고 도청하기도 했으며 정권에 해가 되는 시위 학생들을 잡아다가 바로 군대로 보내는 이상한 행동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두운 과거를 하나, 둘 제거해 갔고 해외에서는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성공했지만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는 한국에 쓴소리를 하다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자. 민주주의도 완성되었다고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라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연장 선상에 있는 정권이 들어서자 다시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갔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국정원의 선거개입니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좌편향이라고 매도 당하고 있는 전교조는 항상 지탄을 받고 있고요.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강조되고 있는 것은 공직(公職)을 정당의 지배로부터 독립시켜 공무원으로 하여금 정권교체와는 상관없이 안심하고 국민 전체의 봉사자 또는 수임자(受任者)로서 본분(本分)을 다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이를 통해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함으로써 정권이 몇 번이고 바뀌더라도 행정의 공정성(公正性)과 계속성(繼續性), 그리고 전문성(→전문화)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치적 중립 [政治的中立, political neutral]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용어사전, 2010.11.23, 새정보미디어)

그런데 전교조의 좌편향을 탓하는 정권이 국정원을 시켜서(자발적 충성이겠지만) 선거에 개입한다? 그것도 추잡스럽게 알바나 직원 고용해서 오늘의 유머 같은 대형 커뮤니티에 현 정권 찬양 혹은 박근혜 지지 혹은 문재인 비판 댓글을 단다?

이게 말이 됩니까?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받는 국정원 직원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함을 넘어서 조직적으로 여론몰이를 한다? 이게 뭡니까? 이게.. 정말 쪽팔립니ㅏ.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법을 지켜야 할 공무원이 선거법에 국정원법 모두 위반을 하다니요. 지금 조사중인데 제 예상으로는 아주 아주 가벼운 처벌 혹은 잔챙이들인 하위 공무원들만 실형을 받겠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털끝하나 건들지 못하겠죠. 뭐 정치검사와 국정원은 같은 레벨의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이 국가기강을 문란케함을 넘어서 그 누구보다 준법정신을 강조했던 이명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법을 어기는 행동을 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두 사람 중 한 사람 이상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보세요. 아무런 사과도 안 합니다. 아니~~ 법을 어기는 대통령이 어디있습니까?

자기들이 직접 하지 않았다고요? 자기들이 직접 지시 하지 않으면 밑에 있던 똘마니가 살인을 해도 그 조직의 두목은 전혀 책임도 연관도 없겠네요. 정부 조직상 저런 권력기관이 움직였다는 것은 그 위에서 지시를 했다는 것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놀랍게도 이런 국가문란 행위에 우리 국민들 분노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왜 분노하지 않을까요?


1. 자포자기 무력감

어제 너무 괴로웠습니다. 그냥 서글퍼지더군요. 이제는 이렇게 길들여지는구나 하는 생각이들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절 초기에는 많은 지식층들이 일본제국에 맞서며 독립군을 후원하고 지원 했는데 일제 말기에는 많은 지식인들이 일제를 찬양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변절을 했습니다. 그 변절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저항을 하다하다 지쳐서 무력감에 빠지고 그래! 이 일제시대가 새시대구나 하고 변절했던 사람도 많았을 것입니다.

지금이 그렇습니다. 이명박의 5년 폭정에서 저항하며 굳건하게 버티었지만 5년 후에 또 다른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모든 희망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심할 정도로 그 울분을 페이스북에 토로했고 이 기록은 영구히 간직하고 있을 생각입니다.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렇게 몇 주를 술로 달래면서 지냈고 지금은 내성이 생긴 것 보다는 그냥 외면했습니다. 그래서 제 블로그에 정치 시사 이슈 글이 싹 사라졌습니다. 앞으로도 잘 쓰지 않을 생각이고 그런 글 써봐야 뭐하나? 하는 자괴감도 듭니다. 

지금 제 상태는 자포자기입니다. 그냥 될대로 되라~ 식입니다.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분쇄해야할 정당이고 그렇다고 통진당도 가망이 없습니다. 전 통합진보당은 다를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정희 당대표가 기득권을 위해서 당권파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에 새누리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죽을 때 까지 이 통합진보당 쪽은 쳐다도 안 볼 생각입니다. 어떻게 이름을 바꾸고 지지고 볶던 이 진보정당에게는 어떠한 눈길도 주지 않을 것입니다. 하여튼 양 극단들은 참 문제가 많아요. 

이렇게 어느 지지세력도 지지정당도 없다보니 그냥 진보는 공중분해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는 천인공노할 일이 일어나도 초라한 소수의 사람들만 모였습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에 100분의 1도 안 됩니다. 저도 한 5분 보다가 제 갈길 갔습니다. 



2. 발등에 떨어진 불이 아니기 때문에 

광우병 사태와 국정원 선거개입은 크게 다른 것이 있습니다.
광우병은 누구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시적인 공포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 죽음이 찾아 올 수 있다는 공포이고 이런 막연한 공포에 우리는 치를 떨면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몰라도 내가 먹는 것에 대한 주권을 찾기 위한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개입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와닿는 것이 없습니다. 선거를 개입했어도 그게 내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지도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라고 생각을 할 뿐이죠. 그리고 이걸 정치이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일베나 보수 세력들이 뜬금없이 NLL 물타기를 하고 있고 이게 먹혀들어가고 있습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장은 이 국정원 선거개입 비판을 정치적인 사안으로 여기는 모습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 총학생회장의 그런 사고력은 큰 문제가 있지만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왜 이게 정치적 사안입니까? 명명백백 국가가 선거에 개입한 사항을 국가 스스로 법으로 만들어놓고 금지시켜놓고 스스로 법을 어기는 모습은 지탄과 비판의 대상이지 정치적 이슈가 아닙니다.

그리고 이런 비판이 박근혜 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진심어린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선례를 남겨 놓으면 나중에는 국정원과 경찰과 검찰 등은 여당이 동원가능한 선거인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나쁜 습관을 만들어 놓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박근혜 현 대통령의 하야까지 요구하는 모습은 좀 무리입니다. 

때문에 재발방지 약속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불법 선거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무런 응답이 없네요. 뭐 항상 이런식의 일처리죠. 

박근혜 현 대통령을 움직이려면 촛불이 많이 켜지고 여론의 압박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네요. 그냥 이러다 말 것같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제 새누리당이 뭘 하던 어떤 추악한 짓을 하던 신경 안씁니다. 내성이 생겼고 이미 충격적인 일들이 많아서 윤창중급이 아니면 거들떠도 안 볼 것입니다. 실제로 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면 국정원 사태 비판하는 글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정치 시사 이슈 글을 안 쓸 뿐이지 페이스북에서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정치 시사 이슈 글을 많이 올립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웃분들(대부분 저와 정치 성향이 비슷한 분들이 많음)은 침묵하네요. 다들 포기상태인가 봅니다. 소설가 이외수가 이런 모습을 걱정하던데 딱 그렇게 되었네요. 좀비 모드


이렇게 국정원의 선거개입에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이 새누리당과 현 정부는 더 한 일도 쉽게 할 것입니다. 국민적 저항이 없다고 느껴지면 마구 해쳐먹기 시작할 것입니다. 잔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하고 자기들끼리 다 해먹고 그 잔치 비용은 국민들이 십시일반 골고루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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