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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동호공업고등학교의 오성훈선생님이 쓴글(펌)

by 썬도그 2007.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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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동호공업고등학교의 교사인 오성훈선생님이 쓴글입니다. 
원본의 글이 정확하게 어디있는지 몰라 무례하게 전체를 퍼왔습니다. 9월 7일이면 동호공고 폐지가 확정되는 날입니다. 그전에 막지 못하면 기정사실화 되는듯 합니다. 한편으론 왜 그전에 이런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았는지 너무나 민감한 사안인데.. 학교관계자들이 약간 원망스럽긴 하네요. 동호공고가 무너지면 서울시에 있는 다른 실업계 고등학교도 무너질

것입니다. 염치없지만 전체 퍼왔구 동호공고 폐지에 대한 전체 개요를 알기에 도움이 될것 같아 옮겨 놓습니다. 네이버블로그는 다음블로그뉴스에 못보내는건지 본적이 없어 제가 옮겨서 전송해봅니다.


네이버블로그에게는 퍼간 사실을 알리고 트랙백도 걸었습니다.
출처 : http://blog.naver.com/gemkky?Redirect=Log&logNo=100041620117






아파트 주민의 탐욕에 한 전문계(실업계)고등학교가 역사속에 사라질 판입니다

작성자 | 오성훈



전문계 고등학교를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습니다.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직업학교 폐교,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부지에 초등학교 설립과 아현직업학교 부지에 방송문화고등학교 설립안에 대한 행정예고가 8월17일 있었습니다.

행정예고에 따른 의견 수렴에 참여한 분들의 글을 읽고 있자니 그곳에는 교육은 오간데 없고 그저 집값을 둘러싼 정치만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네요.

참 고로 저는 현재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또한 10년 전에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도 근무를 했었습니다. 만약 두 학교가 역사속에 사라지면 불행하게도 저는 10년 정도 함께 공부했던 두 학교 제자들의 모교를 지켜주지 못한 못난 선생이 되어 있을 것 같네요.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요?

동 호정보공업고등학교는 성동구 옥수동의 남산 자락에 위치해 있습니다. 등굣길을 사이에 두고 성동구와 중구가 나뉘어 집니다. 본교는 1990년 4월에 본관 건물을 착공하여 1991년 10월 30일 동호공업고등학교로 설립인가(공립)를 받았고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여 현재까지 5,951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2006년 10월 26일에는 방송문화 콘텐츠 관련 특성화 고등학교로 지정되었고, 국민의 혈세를 투자하여 근사한 스튜디오실과 영상편집실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방송영상과를 신설하여 현재 1학년 학생들이 방송영상 관련 수업을 받고 있는 등 미약하지만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학교입니다.

동호정 보공업고등학교가 개교할 당시 이곳 성동구 옥수동과 현재 남산아파트가 들어선 중구 약수역 부근 자리는 서민들이 많이 살았던 대표적인 달동네라고 합니다. 성동구와 중구가 맞닿는 고갯길에 개교를 했기 때문에 옥수동 주민과 약수동 주민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위해 24시간 정문과 후문을 개방하는 학교입니다.

도 심 개발 바람과 함께 현재의 남산 타운 아파트가 건립되었습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를 짓게 되면 초등학교 부지를 마련해야 되는 것으로 아는데 건설업자와 사업주체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2000세대 이하로 나누어 짓는 편법을 동원하여 관계 당국에 인허가를 얻었다고 합니다. 때문에 현재 5160세대의 대단위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가 없어 남산 타운 아파트에 사는 830여명의 초등학생들이 먼 거리까지 고통스럽게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남 산 타운 아파트는 중구에서 대단히 큰 아파트 단지입니다. 구청장을 비롯하여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인구 밀도가 높은 이 남산 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겠지요. 수많은 표를 가진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저절로 정치적인 힘이 됩니다.

저 는 경기도 안양에서 이곳까지 편도 33Km를 달려 출근합니다. 출퇴근이 힘들지만 제가 사는 동네에 만족합니다. 공기 좋고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인근에 있어 아이들 키우기가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교사로 열심히 저축해서 13년 만에 집을 장만하여 한달 전에 이사를 갔습니다. 집을 장만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교육환경이었습니다. 그런 교육환경이 집값에 다 반영되어 있더군요. 현재 남산타운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도 저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 같네요. 입주나 이사를 계획할 당시 초등학교는 가까이 있는지? 유해 환경은 없는지? 등 자녀의 교육환경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남 산타운 아파트가 건립될 그 무렵에는 이미 남산타운 아파트 인근에 초등학교가 없었고 동호공업고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값에 그런 교육환경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단위 아파트에 입주하여 살다보니 초등학교가 없다는 것이 참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저 는 남산타운 아파트를 가로 지르는 도로를 주민 차량 외는 이용할 수 없게 폐쇄하기 전까지 이용하여 출퇴근을 했습니다. 그 때 리라초등학교나 숭의초등학교로 등교하기 위해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초등학생들을 봤기 때문에 초등학교와 관련된 주민들의 불만을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우 리아이는 힘들게 먼 곳까지 초등학교를 다니는데 남산 자락에 자리 잡은 동호공업고등학교와 학생들이 좋게 보일 리가 없었겠지요. 남산 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탐욕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네요. 동호를 없애고 그곳에 초등학교를 짓자...참으로 단순한 생각이었죠. 그런데 정치인들의 귀에는 솔깃했을 것 같군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만 해결할 수 있다면 선거에서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얄팍한 정치적 의도가 스멀거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를 없애기 위한 정치인들과 아파트 주민들의 피나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아파트 부녀회장 선거 공약에도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의 폐교 또는 이전은 아주 중요한 항목이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더군요.

2004 년 10월 당시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지역구:중구)이 국정감사장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2004년 8월 27일 취임)으로부터 동호정보공고 이전과 초등학교 24학급 및 인문계고등학교 24학급을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게 됩니다. 그 약속이 있은 다음 날 남산타운 아파트는 거의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부동산 업자들은 현수막을 내걸고 아파트 값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부녀회를 중심으로 아파트 값 담함에 관한 소문들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동호정보공고의 이전 약속을 기점으로 5천에서 1억 정도 아파트 값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박 성범 의원과 공정택 교육감의 약속으로 졸지에 동호정보공고는 이전 대상 학교가 되 버렸습니다. 난데없이 학교를 내놓아야 하는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는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옮겨가는 학교를 어느 구에서 받아주겠습니까?

그 래도 먼 거리를 다녀야 하는 초등학생의 불편함을 생각하고 상부기관인 교육청의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동호정보공고는 학교 이전을 반대했던 많은 선생님들과 수차례 논의한 끝에 기존에 있던 과들을 없애고 방송영상쪽으로 특성화해서 교육청에서 지정해주는 장소로 이전을 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러나 (구)혜화초등학교 부지부터 시작하여 (구)수도여고 자리, 발산동 마곡지역으로의 학교 이전이 지역구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여론에 밀려 표류하게 되었고 급기야 교육감이 박성범 의원과 약속한 시한인 2009년이 다가오게 되니까 2007년 4월 12일 아무 대책도 없이 동호공고 폐교안에 대해 결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 책 없는 학교 폐교안을 받아 들일 수 없었던 학교는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해결과 동호정보공고의 특성화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중재안을 교육청에 제출했습니다. 학교운동장 부지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건물을 초등학교 부지로 내놓고 규모를 줄여서 현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자리에서 특성화고등학교로 성공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러나,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은 초등학교 신설 문제보다는 혐오시설로 생각하는 동호정보공고의 이전이나 폐교가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의 양보안을 받을 수 없었나 봅니다. 하여, 다시 아현산업정보학교와의 통폐합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내 아현동 주민들의 반대에 없었던 일이 되 버렸습니다.

여 름방학 동안 중 3 학생들을 위한 여름영상캠프를 열어, 중 3학생들에게 진로 탐색 기회를 주고 있었던 지난 7월25일경에 교육청에서 다시 폐교 방안에 대해 논의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개학도 하기전인 지난 17일 일방적인 폐교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행정예고 기간인 9월 7일까지 누구나 행정예고안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교육청 홈페이지 학교운영지원과의 업무마당에 올라온 대부분 의견은 남산타운 아파트 주민들과 마포구 아현동 주변 주민들의 글입니다.

두 구민들과의 감정싸움으로 변한 형국입니다. 아전인수식으로 글을 올리는 과정에서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와 아현직업학교는 핵폐기장 보다도 쓰레기 소각장 보다도 더 혐오시설이 되어 있어 참으로 가슴 아픕니다.

대학졸업과 함께 줄곧 실업교육에 몸담아 온 저로서는 우리 아이들이 쓰레기 취급당하고 있는 현실에 감당하기 힘든 처참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어떻게 될까요?

제 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동호정보공고 폐교, 아현산업정보학교 폐교, 동호정보공고에 초등학교 신설,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신설될 것 같네요. 그리고 머지않은 장래에, 잘 사는 동네 부근에 있는 실업계 고등학교는 동호의 전철을 따라 아파트 주민의 요구 때문에 폐교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임기동안 실업계 고등학교를 줄이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공정택 교육감은 힘 있는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줘서 인기가 많아 민선으로 다시 교육감에 당선되겠네요. 좋겠습니다.

현 상태에서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시나리오입니다. 동호정보공고는 현재 위치에서 학교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 특성화로 성공하고 나머지 절반은 남산타운 주민을 위해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것입니다.

이제 공은 교육청을 떠나 교육위원회에 넘겨졌습니다. 교육위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끝 으로, 남산타운 주민 여러분과 마포구 주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두 지역의 초등학교 문제나 인문계 고등학교 문제에 대해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내 자녀를 위해 초등학교 유치나 인문계 고등학교 유치에 대해 의견 개진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렇지만 더 이상 기존에 있는 학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기 동호정보공고나 아현산업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모두 다 우리 아이들입니다. 어쩌면 제 자식 다니는 학교가 없어진다고 해도 별 반응을 할 수 없는 부모를 둔 불쌍한 아이들입니다.

특 히 마포구 아현동 주민 여러분, 교육청에서 행정 예고한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시고 교육위원회 이부영 의원이 시정질의(2007.7.17)한 내용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 평생교육국장이 답변한 내용을 한번 찾아보세요. 동호공고가 아현으로 가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동호공고는 그냥 폐교되는 안입니다. 이곳 남산타운 주민들에게 두들겨 맞는 것도 힘든데 마포구 주민들에게까지 두들겨 맞는 느낌입니다.

남산타운에도 초등학교가 들어서고 아현동에도 인문계 고등학교가 들어서길 저도 기원 드리겠습니다.제가 국어 선생이 아니기 때문에 글 쓰는 솜씨가 없습니다.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08월23일 22: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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