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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신파도 억지도 없는 짜임새 좋은 웰 메이드 코메디 영화 '로봇G'

by 썬도그 2013.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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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은밀하고 위대해도 전 볼 생각이 없습니다. 아무리 7번방에 선물이 가득하다고 해도 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영화들이 짜임새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당위성이 중요합니다. 웹툰에 왜 그들이 락커로 고등학생으로 동네 바보로 위장해야 했는지 설명이 없다고 영화에서도 설명 없이 진입하면 그 인물이 입체적으로 그려질 수 없습니다. 

맥락이 중요하죠

언젠가 부터 한국 영화는 짜임새가 사라졌습니다. CG력은 좋아졌고 물량 공세는 늘었지만 눈만 호강할 뿐 가슴에서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짜임새가 없어요. 시나리오도 엉망진창이고 주인공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도 없고 개연성도 없고 그냥 얼렁뚱땅 얼치기로 만든 영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우러나온 사골의 그 진듯함이 없이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자극적인 짜고 맵고 정말 맛난 컵라면이지만 누구도 컵라면을 건강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짜임새 좋은 웰 메이드 코메디 영화 '로봇G'

요즘 일본영화 국내에 거의 소개가 안 됩니다. 
몇 번의 일본 블럭버스터 영화가 국내에 소개 되었지만 흥행에 크게 실패하면서 수입 업자들이 크게 눈독을 들이지 않나 봅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일본 영화가 크게(상대적으로) 개봉하네요

로봇G라는 영화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던 '워터 보이즈'와 '스윙걸즈'의 야구치 시노부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감독은 일본의 대표 코메디 감독으로 만드는 작품마다 독특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죠. 아직도 '워터보이즈'에 대한 유쾌함이 저 머리 속에서 휘발 되지 않고 남아 있네요

로봇G도 아주 독특한 소재의 영화입니다. 


기무라 전기는 세탁기와 냉장고를 만드는 가전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로봇박람회에 출품할 로봇을 만듭니다. 영업직 직원 출신에 로봇과는 거리가 먼 3명의 직원이 얼렁뚱땅 만들지만 이 마져도 로봇이 박살이 나면서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나 사장은 이런 사실을 모릅니다. 모든 것을 다 말할까 고민을 하는 기무라 전기 3인방.
그런데 영업부 직원 출신의 고바야시가 묘한 아이디어를 냅니다. 그 아이디어란  2족 보행 로봇 대신에 사람이 로봇 탈을 쓰게 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1회 공연만 살짝 하면 끝이 나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로봇과 신체조건이 맞는 사람을 모집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노인입니다. 저는 영화에서 왜 노인이 주인공을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노인 폄하는 아니고 노인이 주인공을 한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 영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왜 노인일까?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름도 나오지 않는 할아버지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은퇴 후 할아버지로 사는 삶은 무료함의 연속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무료함의 연속 그 자체라서 노인정도 가보고 여기저기 가보지만 자신이 쉴 곳은 없습니다. 

게다가 손주들로부터 제대로 대접도 받지 못합니다.
차안에서 닌텐도를 하면서 할아버지에게 얼굴도 안보고 인사를 합니다. 자식과 손주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편하게 쉴 곳도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까지 느껴질 정도로 하루하루가 무료함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고장 난 뉴 시오카제 로봇의 외형과 딱 맞습니다. 놀라운 신체 비율이죠. 
이렇게 사기극은 시작됩니다. 

아이언맨도 아니고 사람이 로봇탈을 쓰다? 이거 자체가 이 영화의 주요 웃음 유발 요소입니다. 

그렇게 로봇전시회에 참석한 '뉴 시오카제'는 아주 짧게 소개를 하고 돌아가면 미션 완수입니다. 그냥 아주 잠시 보여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한 꼬마의 도발로 인해 일이 커져버립니다.
뉴 시오카제가 짧은 소개와 인사를 한 후 무대 뒤로 사라질려고 할 때 한 꼬마가 외칩니다
"에이! 저 옆에 있는 로봇이 더 멋져요"  옆 부스에서 한 2족 보행 로봇이 멋진 춤 사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에 할아버지는 순간 욱해서 그 로봇 보다 더 멋진 춤을 보여줍니다. 그럴 수 밖에요. 2족 보행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동작을 흉내내는 것인데 반해 인간 자체가 탈을 쓰고 하는 동작이 더 인간 아니 인간 그 자체인데요


거기에 한 여대생을 이 할아버지 로봇이 구해줍니다. 이 모습은 카메라에 녹화 되었고 전국 방송에 소개가 됩니다

그렇게 파티를 하고 이 로봇 개발팀은 해체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자고 일어나니 뉴 시오카제가 전국구 스타가 되고  기무라 전기 사장은 다음 날 오후에 기차역 앞에서 공연을 잡아 놓아 버립니다. 

당혹스러운 로봇 개발팀은 또 다시 이 할아버지에 찾아가 읍소 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이 로봇 개발 3인방의 슬픈 표정과 뉴 시오카제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 로봇이 됩니다. 


이후 이 할아버지 로봇의 맹 활약이 시작됩니다. 영화는 박장대소할 부분은 많지 않습니다. 처음 부분과 몇몇 부분은 빵빵 터집니다만 전체적으로는 작은 미소와 작은 웃음이 킥킥거립니다. 

다소 느슨한 지점도 분명 있습니다만 단 한 순간도 허투로 쓰지 않습니다. 제가 놀란 것은 이 영화의 짜임새입니다.
영화 초반에 카메라가 뉴 시오카제 머리를 박는 일이 있습니다. 삼각대에 세워둔 카메라가 미끄러져서 뉴 시오카제 머리를 박게 되는데 덕분에 그 카메라 주인인 지방 채널의 기자는 특종을 놓쳐버립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영화 후반에 큰 반전을 일으킵니다.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개연성은 이 영화의 탄탄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저 장면은 뭐지?라고 했던 부분들이 영화 후반에 직소 퍼즐처럼 딱딱 들어 맞습니다. 로봇G는 이런 뛰어난 디테일과 개연성이 좋은 웰 메이드 코메디 영화입니다. 또한, 로봇 강국 그것도 2족 보행 휴머노이드 강국인 일본의 실제 로봇들이 계속 나오는데요. 제가 로봇을 좋아해서 신기한 로봇은 제 블로그에서 자주 소개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로봇들이 실제로 영화에도 나옵니다

예를 들어서 자전거를 타는 작은 로봇도 영화에 나오는데 재미있게도 뉴 시오카제가 진짜 자전거를 타고 그 앞을 지나갑니다. 
이런 잔 재미도 참 많습니다.


배우들은 국내에서 거의 소개가 되지 않는 배우들입니다. 따라서 스타 파워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야구시 시노부의 영화에 출연하면 크게 성공하는 배우들이 많은데요. 워터 보이즈에서의 '츠마부키 사토시'나 
스윙걸즈의 '우에노 주리' 등이 있습니다. 이 로봇G에서는 로봇 매니아이자 로봇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여대생 '요시타카 유리코'의 씩씩한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왜 할아버지가 로봇 탈을 썼을까?

할아버지가 로봇 탈을 쓴 이유는 손주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감동코드는 이 부분입니다. 
할아버지를 존경하지도 자랑스럽게 보지도 않는 손주들입니다.  그냥 할아버지 그 자체로 봅니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는 손주들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들이 파워레인저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노인이라는 외모를 감출 수 있는 로봇탈을 쓰게 됩니다. 전국구 스타인 로봇G는 그렇게 스스로 손주를 찾아갑니다. 


이 영화는 노인 문제를 살짝 다루고 있습니다. 은퇴 이후 무료하고 무시 당하는 혹은 존재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노인이라는 외모를 숨기기 위해서 로봇 속으로 들어가야 했던 할아버지, 그는 손주들 앞에서 탈을 벗으려고 했지만 벗지 못합니다. 

또한 대국민 사기극임을 알지만 꿈을 위해서 벗지 않습니다. 어쩌면 좀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고 감동 코드가 가장 촘촘한 부분이 바로 이 노인의 삶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다큐로 가지 않고 코메디 영화임을 상기하면서 끝이 납니다. 아쉽다면 좀 아쉽지만 더 들어가서 억지 신파를 만드느니 시종일관 유쾌하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어지네요

로봇G, 독특한 이야기 그러나 진솔하고 맑은 웃음이 가득합니다. 짜임새 좋은 웰 메이드 코메디 영화입니다. 억지도 신파는 전혀 없고 뛰어난 개연성과 당위성 때문에 허튼 구석이 없습니다. 다만, 웃음의 진폭이 크지 못한 것은 좀 아쉽긴 하네요

워터 보이즈 보다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근래 보기 드문 맑은 웃음을 짓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2011년 작품인데 이제서야 한국에서 개봉하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뒤늦게라도 한국에서 개봉해서 다행입니다.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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