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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위대한 개츠비, 영상은 위대했으나 원작을 평범한 불륜 드라마로 만들다

by 썬도그 201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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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작이 있는 영화는 미리 읽어보고 보길 잘했습니다. 만약 제가 영화만 봤다면 그냥 눈만 호강한 한 외골스러운 사랑의 종말을 보는 느낌이었을 것입니다. 뭐 좋게 해석하자면 한 지고지순한 남자의 순정이라고 해야겠지만 그렇게 까지 보이지 않네요. 왜냐하면 너무 통속적으로 담아 버렸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영상미는 그 어떤 개츠비 보다 뛰어났지만

내가 소설을 잘못 읽었나 아님 내 상상력이 부족한건가? 영화를 보자마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워낙 뛰어난 영상미에 1920년대가 저랬나? 저렇게 화려했나? 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상상력이 너무 부족하구나라는 열패감도 느껴졌습니다. 네!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머리에 그렸던 그 이미지의 한 10배는 더 화려합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이 감독은 뛰어난 시각적인 감각을 가진 감독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화려하게 위대한 개츠비를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가 아닌 화려한 개츠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위대한 개츠비는 이 재미입니다.  화려함 호화스러움, 다채로운 색감의 축제입니다. 영화 필름 위에(필름 촬영은 아니겠지만) 황금 가루를 뿌린 듯한 블링블링한 영상이 가득합니다. 특히나 푸른 랜턴을 배경으로 서 있는 개츠비의 이미지나 여러 가지 상징적인 영상과 시각효과는 아주 뛰어납니다.  영화 속 화자인 닉 캐러웨이가 글을 쓰는 모습을 화면에 뿌려주는 등 다채로운 시각효과의 파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각효과 보는 재미가 아주 흥미진진바라바라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또한, 배우들도 화려하죠.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골프선수로 나오는 데이지의 동네 동생인 조던 베이커 역할을 했던 '엘리자베스 데비커'입니다. 
아~~ 감탄이 나올 정도의 기럭지와 외모더군요.  캐리 멀리건의 데이지 연기도 좋았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캐리 멀리건의 백치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고 딱 어울렸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자체,
닉 캐러웨이라는 영화 속 화자인 데이지의 사촌역의 토비 맥과이어도 꽤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딱 한 사람이자 주인공인 개츠비 역을 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보는 내내 어색했습니다. 

디카프리오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아닙니다. 이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연기는 잘합니다. 문제는 이미지입니다. 
개츠비의 이미지는 젠틀함 그 자체입니다. 비록 말을 걸어보면 교양이 없는 촌스런 어투이지만 하는 행동 하나하나는 기품 있고 교양의 교과서라고 해야 합니다. 또한 황금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이 디카프리오가 가진 이미지는 그런 이미지와는 좀 다릅니다. 
디카프리오는 형사나 뒷골목 보스 같이 조금은 강한 이미지의 역할을 잘 합니다. 20대의 디카프리오라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중년의 디카프리오는 신사 이미지와는 좀 다릅니다. 보는 내내 74년 '위대한 개츠비'에서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가 생각났습니다. 

이 이미지가 딱인데요. 딱 개츠비 이미지인데요. 아쉽게도 주인공이 원작 소설의 개츠비 이미지와 사뭇 달라서 좀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74년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을 뺀 다른 배우들은 2013년 위대한 개츠비가 더 좋습니다. 

원작의 은유는 사라지고 평이한 불륜 드라마로 만들다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는 분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네 꼭 읽어보세요. 원작과 영화가 아주 크게 다릅니다. 그 이유는 주제 부분을 감독이 너무 자해석을 많이 했는지 아님 대중취향적으로 바꾼 건지 가장 결정적인 주제 부분을 훼손시켰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지루한 앞부분을 싹둑 잘라버립니다. 네 잘했습니다. 원작은 앞부분이 좀 지루하거든요.
그리고 원작과 다르게 닉 캐러웨이가 요양원에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기억을 글로 쓰는 형태로 영화가 담깁니다. 이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문제는 데이지입니다. 영화를 보면 데이지라는 상류층 여자는 영화가 끝나기 전 까지는 어느 정도 개츠비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옵니다.
비록 개츠비와 결혼을 하지 못했지만 개츠비를 결혼하는 날까지 사랑하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 후에 개츠비를 만난 후에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개츠비가 뿌려주는 셔츠에 눈물을 흘립니다.

여기서 원작과 달라지게 됩니다.

"너무, 너무 아름다운 셔츠들이야"라고 말하는 대사 전에 닉 캐러웨이의 방백이 들립니다. 데이지는 개츠비를 5년 만에 만나서 기쁨과 회환의 눈물을 흘리는데 그걸 감추기 위해서 셔츠가 아름답워서 운다는 말로 덮었다고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건 원작과 너무 다릅니다
원작에서는 그런 말이 전혀 없습니다. 원작에서는 "이렇게 , 이렇게 아름다운 셔츠들은 본 적이 없거든"이라는 대사가 더 나오는데요. 이는 데이지는 5년 만에 개츠비를 만나서 기쁜 것이 아닌 정말 그 셔츠에 반해서 눈물을 흘린 것입니다. 

속히, 요즘 말로 말하는 신상만 탐하고 명품만 좋아하는 된장녀 딱 그 자체입니다. 이 데이지는 5년 전에는 소녀 심성이 있었을지 몰라도 뼛속까지 상류층 여자이고 남자의 순정에 반응하기보다는 보석과 명품 셔츠에 눈물 흘리는 딱 그 된장녀입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묘사인데요. 당시 1920년대의 소돔과 고모라 같은 광끼 어린 욕망의 시대였습니다. 오일머니가 쌓이고 1차 대전 승전으로 인한 과한 경기부양으로 여기저기서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습니다. 1920년대를 재즈 시대라고 하는데 엄청난 활항기여서 여기저기서 축제와 샴페인이 터졌고 1920년 대 말 대공항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국은 욕망이라는 전차를 몰고 낭떠러지 앞으로 돌격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대상이 반영된 인물이 데이지입니다. 데이지는 그냥 상류층 된장녀일 뿐입니다. 또한, 자기의 삶에 대한 책임도 지으려고 하지 않고 항상 힘 있는 사람에게 기대려고 하는 어찌 보면 천박스러운 여자입니다. 비록 개츠비가 그런 모습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모습은 이해는 하지만 개츠비가 아닌 독자들은 손가락질하는 여자이죠

 

그런데 이런 데이지를 영화는 사랑을 잊지 못하는 여자로 그립니다. 물론, 원작 속 이미지가 많이 투영되긴 했지만 데이지를 사랑을 아는 여자로 그리는 모습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요. 특히 가장 지워버려야 할 장면은 개츠비와 데이지의 키스 장면입니다. 개츠비의 거대한 저택 숲에서 둘이 키스를 하는데 원작에는 없던 장면인데 그 장면으로 인해 개츠비의 신사적인 이미지도 퇴색되어 버립니다. 개츠비는 비록 하층민에서 출발한 졸부이지만 항상 신사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남편과 함께 파티에 온 데이지를 숲으로 데리고 가서 키스를? 이거 무슨 사랑과 전쟁도 아니고 뭐 이리 천박스럽게 둘 관계를 그리는지 이렇게 둘의 관계를 불륜스럽게 그려버리니 영화는 영상은 화려하지만 이야기는 평이한 불륜 드라마로 그려지게 됩니다

그나마 원작보다 도드라지게 좋았던 장면은 호텔에서의 다툼 장면입니다., 톰 뷰캐넌이 개츠비의 뒤를 조사해 보니 명문가 출신이 아닌 졸부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여기 있는 3 사람과 달리 넌 태생이 다르기 때문에 돈은 비슷하게 가지고 있어도 사다리를 타고 상류층에 올라올 수 없다는 말에 분노하는 개츠비의 모습은  짜릿하기까지 했습니다. 이 모습에서는 역시 디카프리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장면은 원작보다 시원스러워서 좋긴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가 개츠비와 데이지의 사랑이야기에 너무 집중한 느낌인 것이 흠이자 이 영화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평론가들이 후한 점수를 주지 않네요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는 당시 미국을 상징합니다. 구대륙인 유럽의 상류층과 비슷한 재산을 가진 신흥 상류층들이 마구마구 생기던 미국은 유럽인들에게 근본도 없는 졸부라고 폄하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개츠비가 그 모습입니다. 역사가 길지 않은 미국과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이 신대륙과 구대륙의 관계가 바로 개츠비와 데이지의 신분의 차이이자 데이지의 마자막 선택이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돈이야 사기를 치던 사업을 하던 벌 수 있지만 피는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자분들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화려함에 취하고 그 때문에 입소문이 꽤 좋고 대부분이 만족하는데요. 그 화려한 이면을 조롱하는 원작을 읽어 본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그나마 닉 캐러웨이가 수시로 시궁창 같은 욕망의 1920년대 뉴욕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워낙 화려한 영상에 그 지적질이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영화 자체는 그런대로 꽤 재미가 있습니다만, 원작이 주는 주제를 훼손시킨 점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없습니다. 원작의 그 풍부한 은유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화를 보시고 만족하셨다면 원작은 읽지 않길 권해드립니다. 원작은 블랙 코미디 같은 소설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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