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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로마 위드 러브'는 벚꽃 길을 걷는 느낌의 영화. 달달함 그 자체이다

by 썬도그 2013.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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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뉴요커 감독인 '우디 앨런'이 몇 년 전 부터 뉴욕을 떠나서 영화를 찍기 시작합니다. '내 남자의 아내도 좋아' 라는 순 억지 번역 투 제목의 영화와 최근에 큰 인기를 끈 '미드나잇 인 파리'는 뉴욕을 떠난 이 뉴욕 토박이 감독이 유럽을 어떻게 담고 있는 지를 잘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노 감독이 담고 있는 유럽은 자유분방하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어디에나 햇살이 가득 비치는 풍요와 낭만 그리고 자유 분방함이 가득한 도시입니다.  전작인 '미드나잇 인 파리'는 대단히 감동스럽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영화라서 적극 추천한 영화였고 많은 분들, 특히 여자 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본 사람들은 이 영화 '로마 위드 러브'를 안 보고 넘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두 영화는 시리즈 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똑 같은 배우와 비슷한 스토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하나는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고 또 하나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빛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로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

영화는 로마틱한 서체가 흐르고 로마의 풍광을 볼라레라는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카메라는 교통 경찰에게 멈추고 교통 경찰은 로마 관광청에서 나온 도우미 처럼 로마를 소개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아름다운 로마의 풍광을 사랑스러운 빛으로 담고 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그림 엽서나 수채화 같습니다. 우리가 유럽을 바라볼 때 짓는 그윽한 눈빛 그 자체입니다. 촘촘한 벽돌이 박힌 골목길과 콜로세움, 스페인 광장, 포르 로마노, 트래비 분수 등 로마의 명물들을 아낌없이 담아줍니다. 마치 한편의 로마 관광청이 만든 홍보 영상 같기도 합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가 파리의 아름다운 풍광을 담뿍 담았든 이 영화 '로마 위드 러브'도 로마의 사랑스러운 풍광을 많이 담았고 오히려 더 나아갔는데요. 너무 노골적이 아닐까 할 정도로 로마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잘 소개합니다. 

로마 위드 러브의 매력 중 하나는 바로 로마의 멋진 명소들을 아름다운 영상과 스토리로 만날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때문에 여성 관객 분들이 무척 좋아할 만한 영화입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지만 여자분들 로마나 파리에 대한 동경이 무척 심하잖아요. 

전 이 영화 속 배경을 보면서 야외 공간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친구와 함께 조깅을 하고 노천 카페에서 음료수를 시켜 먹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그림입니다. 한국으로 변환하자면 아침에 조깅하고 편의점 앞 의자에서 드링크 하나 마시는 풍광인데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나요? 이국적이라는 말은 이럴때쓰나 봅니다. 네 맞아요. 이 영화는 이국적인 이미지를 담뿍 담았고 그 이국적인 이미지는 현란한 CG영상물 이상의 느낌과 감흥을 줍니다.

뭐 요즘 먹방과 함께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소비되는 여행 프로그램들이 많아져서 예전만 못하지만 여전히 유럽 여행은 한국인들의 동경의 대상입니다

네 풍경만 뜯어먹어도 괜찮은 영화가 '로마 위드 러브'입니다.


4개의 이야기가 펼쳐져서 다채롭긴 한데 집중성이 없고 좀 지루하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는 4개의 이야기가 굴러가는 4륜구동 자동차 같은 영화입니다. 

로마 여행을 왔던 뉴요커가 로마의 변호사 청년과 만나서 눈이 맞고 결혼을 하기 위해서 뉴욕에 사는 부모님을 모시고 로마에 왔다가 사돈의 놀라운 성악 능력에 반해서 그를 성악가로 안내해주는 이야기 하나

여친이랑 함께 사는 건축가 청년이 여친의 친구이자 허 리우드 여배우와 눈이 맞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 둘
평범한 가장이 어느날 갑자기 유명인이 되어서 인기를 한 몸으로 받다가 인기가 사라지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 셋
시골에서 올라온 신혼부부가 로마의 잘사는 친척들을 만나는 과정의 다이나믹한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 넷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4개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 다 괜찮고 재미있습니다. 우디 앨런 감독 특유의 유머러스한 상황 극과 말장난 그리고 블랙 코메디가 가득합니다. 이 중에서 가장 재미있던 이야기는 촌에서 올라온 신혼부부 이야기입니다.  촌에서 올라와서 어리버리한 이 신혼부부는 아내가 미장원을 찾으러 나갔다가 길을 잃고 (핸드폰도 분실) 헤매는데 우연히 방을 잘못 찾아온 몸 파는 여자와 함께 호텔 방에 있다 때 마침 찾아온 귀티나는 친척 분들이 목격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몸을 파는 여자를 아내로 소개하는 과정이 아주 흥미롭게 나옵니다.

이야기도 상당히 다이나믹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그러나 4개의 이야기가 서로 유기적으로 얽히지는 않습니다. 펄프 픽션 처럼 중간에 주인공들이 만난다거나 아니면 각 이야기가 각각 소재나 인물들은 다르지만 하나의 주제로 향하는 집중성은 없습니다. 그냥 각자 떠들 뿐입니다. 

4가지 맛을 느낄면서도 4가지 맛이 섞이면서 내는 독특한 맛은 없습니다. 그냥 칸막이 된 아이스크림에서 바닐라 맛 먹다가 초코맛 먹다가 다시 딸기맛 먹는 느낌입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로마의 다양한 맛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저는 이게 좀 별로네요. 차라리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집중성을 가졌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재미는 파리의 풍광도 있지만 그건 부가적인 재미고 진짜 재미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힘이었습니다.
그렇게 동경해봐야 과거보다는 니가 살고 있는 현재가 최고다! 라는 현재를 즐겨라라고 말하는 '카르페디엠'이 있었다면 이 '로마 위드 러브'는 이런 또렷한 주제는 없습니다.

다만 이 앨런 감독이 로마를 바라본 시선이 묻어날뿐이죠. 


4가지 이야기 중 2 가지는 사랑 이야기이고 2 가지는 꿈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신혼 부부와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3류 소설 이야기는 모두 불륜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바람을 피는 로마 남자들의 일반적인 성향도 담고 있죠. 물론 로마 사람들이 바람을 많이 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바람끼가 많은 남 유럽 사람들의 이미지를 잘 담고 있긴 하죠. 

또한 이런 모습을 블랙 코메디로 담고 있는데 그 예로 새 신랑이 우여곡절 끝에 길거리 여자와 함께 친척분들을 만나는데 그 파티장에서 이 길거리 여자를 알아본 많은 남자들이 반가워 하는 모습은 박장대소하는 장면입니다. 고객 사은 잔치 같다고 하는 대사는 미소를 넘어서 빵 터지게 합니다. 

나머지 2개의 이야기는 꿈에 대한 이야기와 인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탈리아 배우인 '로베르트 베니니'가 나오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인기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다 담아냅니다.  전작 처럼 현실을 넘어서는 소설 같은 이야기가 담기는데 평범한 사람이 하루 아침에 벼락스타가 되고 그 벼락맞은 인기가 사라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매스미디어가 얼마나 권력을 잘 따르고 권력을 신봉하고 만들고 해체하는지를 잘 담아냅니다.

인기는 부나방 같다고 하는 모습을 잘 담은 블랙 코메디이고 이 이야기도 꽤 맘에 들었습니다. 
매스미디어의 천박스러운 모습과 함께 유명인이나 흔남흔녀나 느끼는 고통은 비슷하지만 유명인이 더 낫다고 말하는 모습과 유명인들의 사생활 침해에 대해서는 대신 니들은 줄을 안서고 예약을 하지 않아도 레스트랑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온갖 편의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말로 설명해주는 운전기사의 말은 감독이 하고 싶은 아니 감독이 지금까지 느낀 인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시종일관 미소가 지어지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로마의 거리 거리 유명 명소와 아름다운 배우들과 상황극과 블랙 코메디 시종일관 벚꽃 길을 걷는 느낌이지만 뭔가 좀 허전합니다. 미소는 짓게 하지만 강한 이미지 하나 남겨주지는 못하네요.

솜사탕만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전 쇠주 한 잔 들이키는 페이소스도 바랬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벚꽃 길입니다. 
명랑 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유명 배우들의 파티장 

유명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 합니다. 세계적인 거장인 우디 앨런 감독의 명성에 자발적인 출연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정말 많은 배우들이 나옵니다.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백인 배우들이 가득 나오네요. 유럽 그것도 아름답다고 누구나 낭만을 꿈꾸는 로마에서 유명 배우들이 멋진 배경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은 하나의 로마 화보 같습니다. 


이게 전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보입니다. 보기는 좋은데 먹고 나서 개운한 맛은 없습니다. 청량음료 먹고 오히려 더 목이 마른 느낌이라고 할까요? 깔끔함이 없고 그냥 설탕을 찍어 먹은 느낌입니다. 


물론 앨런 감독의 연출력이나 새로운 시도나 블랙 코메디나 뛰어난 상황극은 유쾌 상쾌 합니다. 문제는 영화의 감정의 기복이 없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돌리다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졸리움도 있습니다. 중간에 한 번 시계를 봤네요


솔직히 '미드나잇 인 파리'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스토리로 인해 좀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생각이고 여자 분들에게는 이 영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관객 중에서 여자 분들의 리액션들이 무척 좋던데요. 제가 감수성이 남들 보다 뛰어나다고 자타가 인정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감수성은 썩 좋지는 못하네요.

사랑스러운 영화입니다. 
달콤한 영화입니다. 
꿀맛 같은 영화입니다.
그러나 너무 달아서 좀 물리는 영화입니다. 한편으로는 로마 관광청이 제작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느낌도 살짝 드네요. 
이 감독이 서울을 담으면 어떤 영화가 나올까요? 상상만 해도 즐거운 느낌이 드네요. 그러나 이 우디 앨런 감독의 블랙 코메디를 서울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아 실현되지는 않았으면 하네요. 워낙 비판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라서 잘 만들고도 조금만 날 서 있으면 그 날 선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 하니까요. 


별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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