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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제작,배급,상영까지 장악한 거대 영화자본, 한국영화를 질식사 시킬 것이다

by 썬도그 201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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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TV드라마 같은 영화들만 만드는 한국영화들

천만 관객이 들었던 광해를 늦게 봤습니다. 워낙 입소문도 좋고 관객 숫자도 높아서 뒤늦게 봤습니다. 
분명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전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가득 했습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의 말 처럼 점점 한국 영화들이 TV드라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네 재미는 있습니다. 재미는 있는데 그 재미가 TV의 재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 돈 9천원을 내고 겨우 TV드라마에서 느끼는 재미만을 느낄려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봐야 할까요? 영화는 영화만의 카타르시스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시각적 폭풍이든 철학적 재미든 이야기의 재미든 TV드라마 보다는 더 큰 재미를 줘야 합니다. 

TV는 공짜지만 영화는 돈을 보기 때문입니다. 


어제 영화 베를린을 보면서도 또 느꼈습니다. 재미는 있지만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한 창의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허리우드의 그것과 흡사한 단지 한국 배우가 나오는 그냥 그런 영화였습니다. 왜 이렇게 평범한 이야기와 평범하고 예측가능한 액션만이 가득할까?

왜 이리 창의력은 없고 안전빵 영화들이 영화관에 걸리게 될까? 영화 베를린은 크게 성공할 것입니다. 이 정도의 재미면 배급력 하나만 가지고도 800만 관객은 쉽게 달성할 것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이제 만연해졌습니다. 영화 타워도 솔직히 이야기 자체는 미국 영화 타워링과 거의 흡사합니다. 다만, CG력이 최고 이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진부하고 진부한 내용이죠

따져보죠. 영화 광해 이야기가 신선합니까? 창의적입니까? 영화 광해는 미국 영화 데이브의 표절이라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주요 인물의 역활이나 관계가 거의 흡사합니다. 베를린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본 시리즈와 이야기가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몇몇 액션과 후반 스토리는 비슷합니다. 특히나 2편을 암시하는 듯한 개인의 사적인 복수에 대한 이야기는 본 시리즈와 너무나 흡사합니다. 영화 7번방의 기적은 '아이엠샘'과 '하모니'를 윤색해서 만든 영화 같습니다. 

이렇게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기시감 가득한 한국영화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시나리오에 대한 투자 보다는 외형적인 액션장면이나 CG력만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영화의 재미 중 하나인 이야기의 재미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까지 하는 기형적인 영화 시스템


90년대 까지만 해도 영화는 영화 제작만 하는 제작사와 영화관에 배급을 해주는 유통사인 배급사 그리고 상영권을 가진 영화관이 있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국의 농지에서 농부들이 배추, 무, 마늘, 파, 생강, 미나리, 상추 등을 심으면 그걸 트럭으로 몰고와서 배추를 사가고 마늘을 사가고 고구마를 사가서 전국 도시에 공급하는 상인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트럭으로 가져온 각종 농산물을 파는 야채가게와 마트와 시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구분이 되어 있어서 서로의 영향력은 있지만 서로를 지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영화 제작과 배급 상영까지 한 회사가 하게 되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CJ와 롯데 시네마가 그렇습니다. 작년 한국영화 매출액을 보면 75%가 CJ엔터테인먼트, 롯데시네마, 쇼박스가 차지 했습니다. 이렇게 3개의 회사가 한국 영화를 거의 지배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쇼박스는 다르지만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는 영화 제작과 배급 그리고 상영까지 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가졌습니다. 
농산물로 예를 들어보죠. CJ와 롯데시네마가 모든 것을 하다보니 논과 밭에 뭘 심을지를 두 회사가 결정을 합니다. 즉 영화 제작에 직접 손을 데니 영화 감독과 시나리오를 두 회사가 고릅니다.  따라서 창의적이지만 대중성이 없는 영화 시나리오는 폐기 처분 됩니다. 아니 돈 되는 작물만을 밭에 심을려고 합니다.  따라서 영화 시나리오 작가들은 자본가인 CJ와 롯데시네마의 눈치를 보게 되고 자기검열을 합니다. 이렇게 써 봐야! 영화 제작도 할 수 없는데라고 자괴감을 느끼면서 사람들이 쉽게 공감하는 이야기를 얼기설기 껴 맞춥니다. 

밭에 수익율이 높은 작물만 심게 되죠. 예를들어 고구마가 수익율이 높다라고 판단되면 전국의 밭에 고구마나 비슷하게 수익율이 좋은 고 수익의 작물만 심습니다. 이렇게 생산된 고구마를 CJ와 롯데가 직접 트럭을 몰고와서 가져갑니다. 그리고 전국의 롯데 마트나 홈플러스에 판매합니다.

소비자들은 마트에 갔더니 온통 고구마만 보게 됩니다. 저녁에 다양한 반찬을 사서 요리를 해서 먹고 싶은데 온통 한가지만 있습니다. 그렇다고 굶을 수는 없기에 고구마를 잔뜩 사서 쩌먹고 구워먹고 튀겨먹습니다. 좀 비약이 심하긴 했지만 지금의 영화관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CGV신도림의 상영표입니다. 보세요. 10개관이 있지만 온통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입니다. 
영화는 8개가 상영되지만 타워나 몬스터 호텔, 잭리처는 하루 1회 상영이고 두 영화를 빼면 퐁당퐁당이라는 교차상영을 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저녁 시간 때 입니다. 퇴근 후에 영화 한편 볼 시간인 오후 7시에서 10시 사이를 보시면 베를린과 7번방의 선물이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는 잭 리처를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없습니다. 이건 마치 영화관이 둘 중에 하나를 골라! 관객 니들에게는 선택권이 없어라고 말하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 돈 때문입니다. 



영화가 좋아서 관객이 많다고? 상영 독점에 휘둘린 관객은 아니고?


솔직히, 광해가 1천만명이 볼 정도의 대단한 영화입니까?
영화 타워가 그 정도로 인기를 끌 영화입니까? 물론, 두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재미있습니다. 문제는 재미는 있지만 1천만명을 넘을 정도의 짜릿함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영화 괴물이나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와 같은 2천년대 초반의 1천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의 재미와 비교하면 그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쉽게(?) 1천만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이유는 배급력 때문입니다. 
전국 스크린 숫자가 2,081개인데 이중 CGV가 858개 롯데시네마가 590개, 메가박스 408개로 전체 영화 스크린의 8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광해는 1천만 관객 기록을 넘기기 위해 CGV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았습니다. 좌석점유율이라고 해서 한 스크린의 관객 숫자가 크게 떨어짐에도 장기 상영을 했죠.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영화를 제작한 CGV가 배급과 영화관을 다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숫자 놀음에 빠져서는 장기상영을 감행 했고 결국은 1천만명을 넘겼습니다.  이런 모습은 도둑들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장기상영으로 인해 힘없는 독립영화나 저자본 영화들이 스크린에 걸리지 못합니다.


영화 터치 교차상영 논란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미 몇년 4년 전인 2009년 영화 '집행자'도 개봉 첫날 부터 퐁당퐁당이라는 교차상영을 했습니다. 교차상영도 악질적으로 합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아침 나절에 하나 걸고 새벽에 상영을 합니다. 아니 영화 볼려고 새벽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그것도 상영관 숫자도 많지 않습니다

상영관 숫자 많지 않아도 좋습니다. 적어도 한 영화가 하루종일 상영하게 해줘야죠. 
그게 매너이자 상식이지만 이 돈이라는 놈은 그런 비효율성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재미없는 영화라고 상영 전에 이미 판단해서 교차상영으로 시작합니다. 

물론, 대기업 자본인 롯데와 CJ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긴 합니다. 분명 두 회사가 한국 영화 점유율 50%를 넘기게 하는 데 큰 공헌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요즘은 어떻게 된게 허리우드 영화 보다 한국 영화가 더 인기가 많습니다. 관객들의 취향의 변화도 있겠지만 분명 이 두 회사가 영화를 제작 기획 할 때 부터 한국 관객들의 보편적 취향을 잘 알고 있고 그렇게 해서 영화는 만들어지고 관객들의 자발적으로 두 회사가 제작한 영화에 지갑을 엽니다. 

하지만 그게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이미 우리는 거대 자본력의 영화 제작과 베급 유통사에게 순치되어서 비판의 목소리도 잘 내고 있지 않습니다. 같은 한국영화 점유율이 50%가 넘었던 2천년 대 초반의 그 다양한 소재와 창의적인 한국 영화들이 골고루 인기를 얻었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3~4편의 영화만이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같은 관객 점유율 50% 이상이라고 해도 100편의 한국영화가 골고루 인기를 얻는 것이 단 3~4편에 모든 인기를 쓸어담는 것보다 좋습니다. 왜냐하면 다양성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양성입니다.  다양한 나라의 영화들이 상영되고 그런 영화들에게 영향을 받아야 한국영화가 해외에서도 잘 나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영화가 함께 작은 성공을 해야 그 성공들이 묶에서 크게 성공하기도 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한국 영화만의 독특함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한국에서 일본 영화 상영하는 것도 볼 수 없게 되었고 작은 영화들은 종로에 나가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험이 사라지고 보편성만 가득한 기획 영화 속에서는 짜릿함을 느낄 수 없다

한국의 보이그룹 걸그룹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춤과 노래 모두를 겸비한 잘 훈련된 가수들이죠.
이런 실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 등에서 인기가 있지만 정작 저는 그런 가수들의 노래를 거의 듣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들으면 흥겹기는 하지만 즐겨들을 만한 노래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사는 천박하고 리듬은 비슷비슷해서 땡기지도 않습니다. 자기복제 같은 비슷비슷한 댄스그룹 보다는 김광석과 유재하가 더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광석과 유재하를 그리워하고 80년대 가수들을 그리워합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추억 때문은 아닙니다. 그 80년대 노래들은 주옥같은 가사와 뛰어난 멜로디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현재의 K팝스타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능력있는 가수들이죠. 다만 그 능력이 너무 평균적인 보편성만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치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가서 햄버거 먹는 느낌입니다. 그 가수만의 독특함 보다는 소속사의 임깁이 더 커 보입니다.
가수 개인의 특장점이나 개성은 없고 기획사의 인형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전 싫습니다. 영혼없는 가수들 같아 보여서요. 인터뷰 마져도 콘트롤 당하는 그것이 싫습니다. 

한국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대 자본은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분석하고 분석해서 실패하지 않는 영화를 만듭니다. 그래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짜집기한 시나리오를 영화로 만듭니다. 그러니 기시감이 가득한 영화들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닐까요? 솔직히 2012년에 흥행에 성공한 영화중에 창의적인 한국 영화가 어디 있습니까? 매번 보면 한국판 아이엠샘이다 한국판 오션스 일레브다 한국판 데이브다 한국판 탑건이다라고 하는 수식어를 부끄럽지도 않는지 홍보 멘트로 사용합니다.

한국판으로 나오면 뭔가 좀 달라야 하는데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분명 재미는 있지만 재미를 넘어서는 짜릿함은 없습니다. 롯데리아 햄버거가 맛있기는 하지만 짜릿한 쾌감을 주지는 못합니다. 
앞으로도 한국영화는 제작사이자 유통사이자 영화관 주인인 CJ와 롯데시네마 이 두 곳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좌지우지 하면서 창의성은 떨어지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들만 찍어낼 것입니다. 이러다가는 한국 영화만의 특징인 기발한 내용의 시나리오는 사라질 것입니다. 

2천년 대 초반 허리우드에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가 한국의 영화들 중에 뛰어난 시나리오들을 구입했고 그 내용이 신문에 크게 보도 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 현재, 과연 허리우드가 한국 영화중에 시나리오가 좋다면서 판권을 사갈만한 영화가 있을까요? 이러다가는 TV 드라마 같은 영화만 계속 나오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네요. 물론 한국 TV드라마가 돈이 되니까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고 완성도가 높아진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돈내고 보는 영화들이 TV드라마와 비슷한 재미를 주면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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