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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외국사진작가

다른 사람의 삶을 관음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window watching'

by 썬도그 201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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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너머에 큰 방직공장이 있었습니다. 그 방직공장은 80년대 후반 사라졌고 그 자리에 당시는 초고층인 15층 짜리 아파트 단지가 올라섰습니다. 도서실에서 밤 늦게 까지 공부하다가  그 아파트 불빛 속 풍경을 물끄러니 볼 때가 있었습니다. 비탈진 길이 있어서 고층 부분까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아파트 속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거실에서 TV를 보거나 밥을 먹거나 신문을 보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관음증!
네 관음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여지는 것을 그냥 봤을 뿐 무슨 의도를 가지고 본 것은 아닙니다. 의도하지 않은 시선은 의도하지 않는 생각으로 연결됩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서 내 모습을 비추어 봤습니다. 어쩌면 사진이라는 것 자체가 관음의 도구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음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사진을 만들어내는 도구.

독일 사진작가 마이클 울프는 거대한 아파트 숲이 있는 홍콩 아파트 속의 삶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카메라 각도나 담겨 있는 것을 보면 초상권을 얻지 않은 말 그대로 훔쳐 찍기한 사진들입니다. 어쩌면 이런 모습은 비판을 받아야겠지만 그렇다고 훔쳐보기 자체를 뭐라고 하고 싶지 않네요.

어차피 우리 일상도 이렇게 누군가와 의도하지 않는 공유를 하고 있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의 삶을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밤 하늘에 떠 있는 수 많은 창들.  가끔은 삶이 창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은 아닐까 저 아파트의 창 하나하나가 하나의 영화 스크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토리가 없는 단막극

2012/08/11 - [사진작가/외국사진작가] - 아파트와 건물 창으로 다른 삶을 드려다보는 관음증의 도시

라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 작가도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뉴욕과 홍콩의 훔쳐보기. 서울의 훔쳐보기는 어떤 느낌일까요? 




이 마이클 울프는 얼마전 국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도쿄의 출근하는 모습을 담아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대담한 사진에 화들짝 놀라면서도 우리의 삶을 매크로 렌즈로 촬영한 듯해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홈페이지 
http://photomichaelwolf.com/# 에는 흥미로운 그의 사진들이 더 많이 있습니다. 시간 날 때 들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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