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메라사진/사진에관한글

죽어가는 것이 느껴지는 늙은 카메라 이야기

by 썬도그 2012. 11. 14.
반응형



사람이 위대하다고 합니다. 모든 만물 위에 우뚝선 지구의 지배자라고 합니다. 맞는 말이죠. 지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유일한 유기체이죠. 맘만 먹으면 단 하루 이틀만에 지구를 멸망시킬 핵무기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인간만이 위대할까요? 철학 에세이 '철학자와 늑대'를 읽으면 삶의 방식과 생존 방식과 형태는 다르지만 동물들에게서도 배울 것이 많고 그들도 위대함을 잘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서만 배울 것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길거리 낙엽에서도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에서도 혹은 지나가는 기차에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다만 배울려고 하지 않죠. 이렇게 유명하고 잘났고 멋있는 사람에게서만 배울 것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딱 거기까지만 배우고 세상을 다 배운양 으스됩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배우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과 마주하게 되면 당황하거나 도망가거나 부정을 합니다.

담배가게 아저씨에게서도 전철역 공익에게서도 버스기사님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그 양은 적을지 몰라고 이렇게 주변 사람에게서 조금씩 조금씩 배우다보면 유명 강사에게서 배운 것 보다 더 찰지고 값지고 효용성이 무척 높은 배움이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유명강사들의 강의는 내것으로 만드는 체화의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바로바로 배우는 것들은 체화의 시간이 짧고 바로 내 경험과 함께 스며들기 때문에 적용 속도도 무척 빠르죠

저는 이걸 확장헤서 사람뿐 아니라 사물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물을 넘어 무생물인 그냥 의자, 식탁, 건물, 바람, 물, 불, 그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이 있는 것들에게서는 배움을 발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제가 무당은 아니지만 애니미즘에 좀 공감을 합니다. 그렇다고  길바닥에 있는 돌맹이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귀기울이고 관심 가져주면 뭔가를 속사이듯 느낌을 솟아나게 합니다.

2009년 삼성전자 컴팩트 카메라 IT100 체험단을 했었습니다. 체험단을 하면서 받은 IT100은 제 서브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컴팩트 카메라지만 작품사진이 아닌 일상사진을 찍는데는 아주 좋았죠. 특히나 당시 가지고 있던 SD화질의 캠코더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HD급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고 스테레오로 녹음이 가능한 IT100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IT100을 사용한지 3년하고 5개월이 지나가고 있네요.  초창기 때는 여행용 카메라로 사용했지만 지금은 무겁더라도 DSLR을 들고 다닙니다. 아무래도 화질 부분에서 컴팩트 카메라 보다는 DSLR이 낫죠.  하지만 정작 찍은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이럴거면 그냥 컴팩트 카메라와 다른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사람 심리상 무겁더라도 DSLR에만 의존하게 되네요. 제가 쓰고 있는 DSLR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동영상 촬영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배터리 소모량도 엄청나고 편집할때도 이상하게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편집을 거부하더군요. 아무튼 DSLR로 동영상 촬영하는 것은 배터리와의 싸움입니다.  대부분이 동영상은 IT100으로 촬영합니다. 배터리 사용도 넉넉하고 간편하고 화질도 뛰어나서 지금도 사진은 DSLR로  동영상은 이 똑딱이로 촬영 합니다. 


그런데 이 카메라가 요즘 아픕니다. 카메라의 수명이 몇년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기계식 카메라 보다는 수명이 짧습니다. 특히 디지털 카메라들은 수명도 짧긴 하지만 방치되는 카메라들이 많을 거예요.  

3년 5개월 동안 쓰다보니 휠 버튼 부분이 자꾸 오작동을 하네요. 휠을 돌리지도 않았는데 혼자 촬영을 멈추거나 동영상 모드에서 촬영 모드로 넘어가질 않나 여러가지 접촉 불량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리를 맡기기에는 가격도 비싸고 대부분의 디지털 제품들이 수리보다는 새로운 것으로 갈아타버리죠.  스마트폰이나 휴대폰 보시면 아실거예요

자꾸 오작동을 하는 모습에 긴 한숨이 나옵니다

"너도 이제 많이 늙었구나"

2009년에는 가죽 카메라 집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촬영할 때만 꺼냈는데 이제는 케이스에 넣지도 않고 카메라 가방 구석자리에 박아 놓고 다니다보니 흠집도 많이 생겼습니다. 뭐 흠집이야 세월의 느낌이 나서 오히려 운치있고 좋긴 하지만 외형의 늙음이 아닌 부품의 늙음에는 짠한 마음이 듭니다. 

언젠가는 이 카메라도 떠나보내야겠죠. 그리고 이 녀석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생각날 듯 합니다. 
또한 이 녀석과 동행했던 그 많은 행사와 여행지와 풍경과 계절을 떠올리겠죠. 그러고보면 사진은 현존하는 유일한 타임워프 도구인듯 합니다. 타임워프를 하고 또 아무런 흔들림 없이 제자리에 갖다 주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것 새로운 카메라를 탐닉합니다. 조금만 쓰다가 취향에 맞지 않거나 솔깃한 새로운 카메라로 갈아탑니다. 그런 모습을 질타할 수는 없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소비는 미덕이기 때문이죠.  저 또한 고장나지 않아도 새로운 카메라로 갈아타니까요. 실제로 이전에 쓰던 니콘 D40은 사촌동생 줘버렸습니다. 잘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이 녀석은 이상하게 마음이 많이 가네요. 혼자 굳은일 다 한 느낌이랄까요.  한번은 삼성전자 직원이 포토이미징쇼에서 제 카메라를 보더니 오래된 제품이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러게요? 고장도 안 나서 계속 쓰고 있다고 말을 했고 당시만 해도 고장 좀 나라고 했는데 이제는 고장증상이 심해지다 보니 측은한 느낌도 듭니다. 

내가 이 카메라에 너무 감정 이입을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지난 3년 혹은 4년간 함께 좋은 곳 멋진 곳 많이 다닌 이 녀석이 고장나서 부팅도 안되면 많이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그 전에  IT100으로 셀카 한장 찍어줘야겠습니다. 

항상 다른 피사체만 카메라에 담고 동영상으로 담았지 자기가 자기를 찍은 사진이 없네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