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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프랜차이즈의 맛을 버린 007 스카이폴. 자신의 장점을 다 버리다

by 썬도그 2012.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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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 영화들은 항상 큰 이슈를 몰고 옵니다. 전작에 이어지는 세계관으로 인해서 이야기를 받아들이는데 아주 편하게 받아들입니다. 영화 해리포터가 그랬고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이 그랬습니다. 지금은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 재미를 이어가고 있죠. 하지만 이 시리즈들은 모두 3부작으로 끝나거나 얼마전에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트와일라잇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합니다.

이 시리즈물들은 길어야 10년 정도 이어지다가 멈춥니다. 그 이유는 이 시리즈물들은 원작소설이 있고 원작소설이 연재를 끝남과 함께 영화도 예고된 결말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007은 다릅니다. 007의 원작소설이 있긴 하지만 이 시리즈는 좀처럼 끝니 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배우가 늙으면 새로운 배우를 투입하고 여러 감독들이 연출하면서 그 인기를 계속이어갑니다.


22편의 시리즈를 만든 007은 세계 최장의 프랜차이즈 영화

007영화하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007의 특수첩보무기, 007카, 본드걸, 카 체이싱, 화려하고 스케일이 큰 액션과 007 음악과 007 오프닝 시퀀스입니다. 이 재료를 가지고 수십년 간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007 영화는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같이 균일한 맛을 내줍니다. 우리가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에서 놀라운 맛을 기대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실망을 전혀 느끼지는 못합니다.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전국 어디를 가도 그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발견하면 어떤 맛이 날지 먹어보지 않아도 예상을 하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이게 바로 007 영화으 매력입니다.

별 다섯개를 받을 만한 007 영화는 없지만 별 2개 이하로 받을 영화도 없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일정한 재미를 선사해주는 007. 이 매력 때문에 007 영화라면 예고편도 줄거리도 보지 않고 냅다 보는 것이겠죠. 저 또한 이번 '스카이폴'을 아무런 정보도 리뷰도 평점도 안보고 드립다 봤습니다


프랜차이즈 맛을 잃어버린 007 스카이폴.. 대실망

영화가 시작하면 화끈한 액션이 쏟아집니다. 역시 007. 터키 이스탄불을 오토바이로 지붕위를 누비면서 달리는 장면들은 역시! 이맛에 007 본다니까 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액션은 진지하고 담백합니다. CG같은 것 쓰지 않고 진솔하게 진중하게 액션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 007의 액션도 많이 변했죠. 특수요원이 주인공이 된 007의 맞수인 제이슨 본 시리즈가 화려한 맨몸 액션으로 무장하고 나오자 007도 특수무기 보다는 맨몸 액션을 많이 선보였고 이렇게 두 영화는 공진화를 하게 됩니다. 

처음의 화려하고 멋지고 웅장한 눈이 크게 떠지는 유니크한 액션씬이 지나가고 아델의 주제가가 나옵니다. 오프닝 시퀀스는 큰 창의성은 없지만 흥미롭긴 하더군요.  그러나 그 이후 즉 오프닝 시퀀스 이후부터 이 스카이폴 축축 쳐집니다.

어.... 이거 이게 다야?  중간에 졸기도 하고 너무나 많은 말들의 난무속에 좀 짜증이 나더군요. 위에서 말했듯 007 영화는 말보다는 액션과 머리싸움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007의 출생과 어린시절의 성장이야기등도 나오는데요. 그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누가 007 신상 들을려고 007 영화 봅니까? 007의 고난위도 액션을 보기 위해서 보죠. 

따라서 이 영화 스카이폴은 액션영화라고 하기에도 미흡한 그냥 드라마 같았습니다. 


본드카, 본드걸, 첩보 무기등이 없어지다

이 스카이폴은 많은 부분이 이전 007 시리즈와는 많이 다릅니다. 먼저 본드걸이 없습니다. 아니 있긴 합니다. 동료 본드걸도 있고 매혹적인 본드걸도 있긴 하지만 둘 다 비중은 높지 않고 특히나 매혹적인 본드걸로 나오는 배우는 몇분 나오지도 않습니다. 

이 스카이폴의 실질적인 본드걸은 두 여배우가 아닌 오랫동안 007의 상관으로 모시던 M이라는 엄마같은 분이 본드걸 역할을 합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매혹적이고 매력적인 본드걸은 이 스카이폴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본드카도 없습니다. 아니 있긴 합니다. 클래식 본드카가 있긴 하지만 카 체이싱은 하지 않습니다. 본드카에서 나오는 화려한 병기와 추격씬을 기대한다면 실망하실 것입니다. 또한 특수 무기도 없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Q가 하나 던져주긴 하는데 007이 손에 쥘때만 총알이 발사되는 총입니다. 

이렇게 본드카, 본드걸, 특수무기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이전 시리즈물 처럼 화려하게 소개되거나 많이 소개되지를 않습니다. 그 자리에 본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깁니다


연로한 007, 최신보다 구식을 애용하다

해군 중령인 제임스 본드(007)는 항상 젊은 요원으로 나옵니다. 항상 20,30대로 나오죠. 배우가 늙으면 다른 배우를 넣으면서 수십년 간 시리즈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스카이폴에서는 수염 덥수룩한 한 40대 이상이 되어 보이는 추례한 모습으로 나옵니다. 신체테스트등의 여러 테스트에서 다 기준 이하입니다만 투철한 애국심과 충성심으로 재기용됩니다. 

여러가지로 힘에 부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은 기존의 멀끔하고 피 한방울 옷에 튀기지 않고 깔끔함을 자랑했던 007과는 사뭇 다릅니다. 어떻게 보면 다이하드4.0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이하드에서 브루스 윌리스는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을 한탄하지만 디지털시대에도 아나로그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는 듯 맨몸 액션으로 사건을 해결하죠.


그러고보니 이 스카이폴은 다이하드4.0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이 영화의 주제가 그렇습니다. 007 시리즈 50주년 기념작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007이 최첨단 최신무기와 탈것을 버리고 엽총과 칼을 들고 적과 대결합니다.

Oldies but Goodies인가요? 악당 실바가 키보드 몇번 두들기면 세상을 움직이고 폭파시키면서 해킹의 위력을 과시할때도 이 007은 아나로그 식으로 이 첨단으로 무장한 실바를 대합니다. 이 모습에 저는 크게 공감이 가지 않더군요

그 이유는..


짜임새가 느슨한 스토리. 여기저기 헛점이 보이다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무자비한 살인마로 나온 '하비에르 바르뎀'이 전직 요원인 실바로 나옵니다. 그는 M을 죽이기 위해 악당을 자처합니다. 그는 해킹에 대가이고 뛰어난 능력자이죠. 그래서 007의 아나로그식 액션을 조롱합니다. 

저는 그래서 정보부의 뛰어난 테크니션인 Q와 실바의 해킹대결이 있을 줄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역해킹을 당하고 맙니다.
뛰어난 테크니션이 저런 실수를 하다니요. 어떤 노트북이나 하드나 프로그램 소스를 분석할 때 네트워크와 연결하지 않고 분석해야 함이 기본인데 내부 전산망 다 연결해놓고 분석하는 모습은 실소가 나옵니다.

또한 악당인 실바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냥 좀 느끼한 악당? 강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007을 손에 놓고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그냥 M만 죽이면 된다는 식으로 어설프게 일들을 처리합니다. 이렇게 강력한 악당이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졸립고 느슨합니다. 실제로 영화 중간에는 졸음이 쏟아지기 까지 하네요. 몇몇 관객은 그냥 나가버리고요.


세상만사 다 해킹으로 좌지우지 할 것 같더니 결국은 총들고 돌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럴려고 손으로 터치 몇번하면 주가조작에 어쩌고 저쩌고 나불 거렸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악당 실바입니다



액션은 많지 않고 그 자리에 M과 007의 이야기가 들어가다

액션은 초반과 끝 장면에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2시간 20분 이상되는 긴 러닝타임에서 액션이 차지하는 부분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이야기와 대화로 이루어집니다.  그 이야기란 M과의 관계나 007의 과거이야기와 고뇌등이 담깁니다. 007의 부모 이야기도 나오는데 007이 고아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등 007이라는 요원이 아닌 인간 제임스 본드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이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모습이죠.

어떻게보면 이런 모습은 실제 요원의 이미지와 근접합니다. 기상 오라비 같은 이전의 007 이미지와 다르게 진중하고 진득한 인간적인 모습이죠.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려고 우리가 007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늘씬한 본드걸과의 아슬아슬한 액션이나 밀땅, 그리고 화려한 액션과 아스팔트를 녹일듯한 굉음의 카 체이싱을 원하는 것이지 이건 뭐 007 인생극장을 듣고 있노라니 내가 왜 저걸 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건 마치 롯데리아 갔는데 뜨끈한 사골국을 내놓은 느낌입니다. 사골국이 맛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난 햄버거와 콜라 먹으러 왔거든요. 여기에서 오는 배신감과 실망감이 큽니다.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 매니아를 위한 영화

007 스카이폴은 여러모로 봐서 매니아들을 위한 혹은 시리즈를 모두 섭렵하고 애용하는 분들을 위한 쉼표 같은 영화입니다.
이전의 007 시리즈와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이 영화는 드라마적인 요소와 시리즈 전체를 아우르는 깊이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매니아층이나 영화평론가들에게는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차별성에서는 저도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007 영화의 매력을 다 빼버린 영화입니다. 여러모로 007 답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영화평이 호오가 아주 강합니다. 저는 10점 만점에 1,2점을 주고 싶을 정도이지만 최고라고 하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재미가 너무 없습니다. 액션은 짧고 이야기는 깁니다. 날라리 요원의 대명사인 007 대신에 진짜 요원인 007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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