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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한국여행

인천의 헌책방 특화거리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가다

by 썬도그 201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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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간 서적 가격이 무척 비쌉니다. 새책이 비싸서 책을 안 사보는 것일까요?
아님 책이 안 팔려서 책값이 비싸지는 것일까요? 몇년 전만 해도 1만원 정도 하는 새책 가격이 이제는 왠만한 서적은 1만 5천원을 훌쩍 넘더군요.

책값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새책 사기를 주저하기도 하지만 그 책값 때문에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책을 읽을 마음만 있다면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서 쉽게 책을 빌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공짜로 책을 읽을 수 있음에도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1년에 1권도 안 읽는 성인들이 수두룩한데요. 책을 안 읽는다고 타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안 읽을만한 세상이니까 안 읽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 없습니다. 또한 스마트폰등으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고 책에서만 좋은 간접경험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탁석산 선생님의 말 처럼 사람에게도 배우는 경험이나 노하우와 혜안도 많죠. 

문제는 태도입니다. 책이건 사람이건 사물이건 모든 것에서 배울려고 하는 자세가 없는 사람은 책을 읽어도 사람을 만나도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다만 책을 자주 많이 읽는 분들은 뭔가를 배울려고 하는 마음 자세가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인천 배다리 헌책방을 가다

인천에는 유명한 헌책방 거리가 있습니다. 몇년 전 부터 간다간다 하면서 가보지를 못했네요. 집에서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닌데 도 잘 가보지 못했는데 지난 주말 찾아가 봤습니다. 구로역에서 동인천역까지 빠르게 달리는 직행 인천행 전철을 타고 갔습니다.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요. 거리상으로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직행이라는 빠른 속도가 그 거리감을 줄여주었습니다.


인천행 1호선 동인천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이곳은 2년 전에 달동네 박물관을 가봤을 때 왔었는데 그때는 공사중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말끔하게 정비가 되었네요. 로터리식 도로가 있네요. 그나저나 달동네는 아직도 많이 있는데 박물관으로 그걸 재현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보통 박물관은 사라진 것들을 전시하지만 달동네라고 하는 노후된 건물들이 있는 동네가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인천은 서울보다 낙후된 동네가 더 많이 있습니다. 그 달동네 박물관 근처에도 몇몇 동네가 달동네 모습을 하고 있던데요


오늘 갈곳은 거긴 아니고 배다리 거리입니다. 배다리 거리는 전통공예와 헌책방이 가득한 동네입니다. 시장을 지나가야 해서 시장을 지나가는데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2층 건물들이 보입니다. 


이 건물들을 보니 오래된 건물 같이 보였습니다. 3층짜리 건물인데요. 벽돌로 외형을 만든 것으로 보아 70,80년대 지어진 건물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당히 말끔하네요


60년대에 지어진 건물같기도 하네요. 전통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주말임에도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그 특유의 생기나 활력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근린공원에 가득한 그 운동기구가 여기도 있습니다. 마치 붙여넣기한 모습입니다.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서 배치한 이 근린공원의 운동기구들이 과연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까요?  없는 것보다 낫겠지만 요즘은 너무 많이 배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심지어 산 중턱에도 있더라고요. 

지난 달 거대한 태풍 볼라벤의 위험이 여기서도 느껴집니다. 서울에 사는 저도 밤새 그 거대한 바람으로 공포에 떨어야 했는데 인천은 서해에 더 가까웠으니 그 공포감은 더 했을 것입니다. 창문에 붙인 테이핑이 눈에 들어옵니다.



약 15분을 걸으니 배다리 전통공예거리가 나왔습니다.


지하로 내려가지 전통공예품이 가득하네요. 지하상가 가득하게 전통공예품 상가들이 가득합니다. 서울의 인사동 같다고나 할까요? 특이한 상가거리입니다. 


이런 전통공예 인테리어품들은 집에 하나 두고 싶네요. 밤에 책 읽으면서 무드등으로 해놓으면 좋을 듯 해요.



지하도를 건너서 나오니 드디어 보고 싶었던 거리인 배다리 거리의 헌책방 거리가 나왔습니다.
나비날다 책방은 하나의 휴게실 같은 곳입니다.  2009년  동구 배다리 주민들이 십시일반 뜻을 모아서 만든 책방이자 쉽터이자 동네 사랑방 같은 곳입니다.  나눔과 비움, 오래된 책집에 날아들다라는 긴 제목이 나비날다로 압축되었는데요. 저는 말 줄임표가 넌더라 날 정도로 싫지만 이 말 줄임은 너무 좋습니다.  쓰잘덱 없이 말을 줄이는 습관들 사람들 참 말 게으름이 너무 만연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새래운 느낌의 말줌임은 대환영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방 쉼터 ‘나비 날다’를 아세요?  에서 읽어 볼 수 있습니다. 


배다리 거리가 왜 배다리인지 좀 설명하자면 이곳은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놓인 곳입니다. 지금은 그냥 거리이자 육지이지만 예전에는 여기까지 물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따라서 물이 들어오면 다리가 필요했는데 그 다리를 두개의 배로 이어서 만든 다리가 있었다고 해서 배다리라고 합니다. 배로 만든 다리, 그래서 배다리라고 했고 그 흔적은 전혀 없지만 이름만은 마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곳들이 한둘이 아니죠. 이름만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고 곳이 전국적으로 참 많습니다. 

그나마 인천은 그 형태를 갖추고 있는 곳이 꽤 있는데 배다리에서도 그런 옛 흔적이 많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따로 하겠습니다. 


여기가 그 유명한 헌책방 거리인 배다리 거리입니다.
이곳은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헌책방을 운영하기도 했고 한때는 20여곳이 넘는 헌책방들이 인천 송림동, 송현동 인근에 참 많았습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 자라는 학생들이 근처 헌책방에서 참고서를 사서 공부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기억나네요. 저도 학교 앞에 헌책방이 2곳이 있었고 참고서를 주로 팔았습니다. 거기서 수학의 정석을 사고 해법수학과 각 과목의 참고서를 샀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중1때는 새 참고서를 다 샀죠. 그런데 친구랑 헌책방을 2곳 발견하고서는 학기가 끝날때 쯤에 찾아가서 헌참고서지만 새참고서 같은 참고서를 찾아봤습니다. 대부분은 헌책티를 내고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헌참고서들이 앞 1,2장만 새까맣게 샤프질이 되어있었지만 뒷 부분은 하얗게 되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학기초에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기 중간부터 공부를 한했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누가 이거 훔쳐다 여기다 판거 아닌가 하는생각도 들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80년대 까지만 해도 책 도둑이 많았습니다. 어떤 녀석은 교보문고가서 책 훔쳤다고 무용담을 들려주기도 할 정도로 책도둑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책 도둑들이 많고 도서관에서 비싼 책 올려놓고 신나게 돌고 온 후에 책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죠. 


대창 서림은 그런 초중고 참고서를 전문적으로 팔고 있는데요.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요즘 얘들 학원비에 책값에 참고서 값등 아이들 키우기 힘든세상이라고 합니다. 
전과나 참고서 보면 가격도 엄청나게 비쌉니다. 그런 교육비에 30,40대 부모님들 등꼴이 휘어지는데요. 저는 그 모습 보면서 왜 참고서를 새것으로 사야하지? 예전 같으면 집 근처나 학교 앞에 헌책방이 있어서 헌책방에서 구매하면 엄청나게 싸게 구매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학교 근처에 헌책방이 있어야죠? 아니 새책방도 없는데 헌책방이 있겠습니까?
전 그런거 다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헌책방이라는 허브가 없다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 참고서를 비싸게 주고 사는데요. 학교나 교육청이나 여러 곳에서 학기말이 지난후에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벼룩시장 마련해서 참고서 서로 사고 파는 장터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교복만 물려주는 것이 아닌 참고서도 사고 팔면 어떨까요? 그렇게 하고 있나요? 보질 못해서요?

책 내용도 매년 거기서 거긴데 왜 참고서를 새것으로 사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대창서림 같은 서점이 서울에도 참 많았으면 합니다. 그러고보니 서울에는 헌책방 거리가 없네요

부산에는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있고 인천은 배다리거리가 있는데 서울은 없습니다. 있긴 있죠. 동대문 동평화시장 건물 1층에 있는데 거긴 서점들도 협소하고 대부분이 특정 서적들만 많아서요. 아무튼 헌책방 시장들이 많이 활성화 되었으면 해요. 이러면 또 출판사들이 아우성칠듯 하고... 아무튼 책 많이 읽는 문화가 사라지니 서로 아웅다웅이 많아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이 배다리거리에 6개의 헌책방이 있습니다. 많지 않죠. 그나마 이곳도 재개발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배다리거리의 터줏대감이자 책에서 많이 봤던 아벨서점입니다.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이곳에 잠시 들려 봤습니다.


공간은 넓지 않았습니다. 약 20평 남짓 한데요. 책들은 참 빼곡하네요. 서울의 대형 중고서점인 알라딘과 비교하면 참 작죠. 
하지만 알라딘 중고서점은 가격이 좀 이상한 곳입니다. 새책과 헌책의 가격이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어떤 책은 새책 30% 할인 가격과 헌책 가격이 비슷한 모습에 뭐 이따위 가격정책이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벨서점은 알라딘 중고서점과 다르게 오래된 책이 많았습니다. 신간 서적도 있지만 오래된 책들이 많았는데요. 전 오래된 혹은 절판된 책들이 좋습니다. 그 책들은 책값도 싸지만 그 시대의 풍광을 살짝 들여다 볼 수있기도 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간 느낌도 들고요. 그 책에서 예측한 이야기와 현재의 모습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고요. 아무튼 타임워프하는 느낌들이 나서 좋아요




아!!! 클라시커 50 시리즈를 발견해서 너무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클리시커 사진가가 없네요. 아~~~ 내가 찾는 것만 없다니..
탁석산 선생님의 책을 골라 봤습니다. 저자로  찾아달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그렇게는 모르고 어떤 장르인지 말해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순간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착각 했네요. 알라딘 중고서점은 책이 있는지와 있는 위치를 단박에 찾아주는데  개인이 운영하고 영세한 곳은 그런 시스템이 없죠. 

그래도 한 권을 찾아주셨고 바로 샀습니다. '철학 읽어주는 남자'라는 탁석산 선생님의 책인데 멜빵바지 입고 있는 표지가 생뚱 맞으면서도 재미있네요. 책 가격은 5천원입니다. 2003년도 출판된 책으로 정가는 12,000원이었습니다. 보통 이 정도 가격을 하죠. 

책이 넘치니 바닥에도 쌓아 놓고 있었고 천장에 선풍기가 달려 있었습니다. 이 서점들은 습기가 가장 큰 적이죠. 



저 책들에는 많은 분들의 경험들이 살아 숨시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읽지 않은 책이 수북한데 책 한권 또 샀네요. 병이야 정말 이것도..



 

아벨서점 옆에는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배다리 사진공간입니다. 바로 옆 건물이고 2층에 있습니다. 



작은 사진전을 하고 있네요. 공간은 아주 협소했고 10평 남짓 했습니다. 내가 본 사진갤러리 중에서도 가장 작은 갤러리 같은데요. 작지만 알차 보였습니다. 혹 배다리 찾으신다면 http://www.photobaedari.com/ 에서 전시회 정보 보시고 들려보세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 30분 까지 운영하네요. 지금은 10월 12일 부터 31일까지 이정웅 사진전 수련이 하고 있습니다. 



이 배다리에는 문화프로젝트가 참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문화강좌도 하고 벽화골목도 있고요. 근처에 스페이스 빔이라는 대안미술공간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문화의 향기가 폴폴 피어나는데 이곳과 인천시등에서 도움을 줘서 사진 아카데미와 강좌들을 많이 하네요. 그나저나 저 '발터 벤야민'은 수 많은 문화평론가들이 인용하는 사람인데 강좌 들어보고 싶어요

이런 강의는 인터넷 유튜브로 공개하면 안될까요?


고원사진관도 보이네요. 서점에 이어 요즘은 사진관도 거의 다 사라지고 있어요.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흡수되는 모습입니다. 
여권에 디카로 찍은 사진도 허용한다고 했나? 아무튼 올해 초에 여권사진을 구청에서 무료촬영 해준다는 소리에 동네 사진관들이 발칵 뒤집어졌죠. 

저는 그 모습에 이해는 가지만 80년대 인기 직종이었던 타이핑치는 분들이 사라졌듯 사진관도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사라지는 사양산업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뭐 그렇게 따지면 헌책방도 서점도 사양산업이고 인터넷으로 다 흡수된 모습이기도 하네요.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고 바지 끄댕이를 잡으면서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길게 보면 좋은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스스로 변화를 하던지 아니면 인터넷 서비스에서 느끼지 못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나 매력을 스스로 개발 발굴 해야 할 것입니다. 


헌책방 거리는 약 500미터 밖에 안되는 거리였습니다. 좀 아쉽고 아쉽죠. 인천시가 이곳을 헌책방 특화거리로 만들면 어떨까요? 이런 헌책방들은 같이 있을 수록 그 시너지효과가 더 큽니다. 이곳에서 없는 책이 다른 옆 헌책방에서 구하게 될 수 있으니까요. 

예전에 헌책방에 물어보니 직접 물건을 파러 오는 분들이 많냐고 물어보니 그렇게 수집하는 책 보다는 이사가면서 버린 헌책들을 리어커로 싣고 오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분들에게서 많이 구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배다리 거리 여행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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