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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기억에서 사라진 내 유년시절을 엿볼 수 있는 영화 '늑대아이'

by 썬도그 201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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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싫어하는 영화 캐릭터가 있습니다. 좀비, 늑대인간, 흡혈귀 같은 무시무시하고 역겨운 가상 캐릭터들이죠. 그래서 레지던트 이블은 한편도 안 봤습니다. 마찬가지로 '트와일라잇' 씨리즈도 한편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은 늑대인간과 흡혈귀가 동시에 나오니 저에게는 최악의 영화죠. 


이런 거부감은 참 깊고 오래 되었고 절대로 깨지지 않는 제 영화관람 불문율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문율이 오늘 깨졌습니다.


늑대인간 이야기 같지만 늑대인간 이야기가 아닌 늑대아이


위 이미지 때문에 봤습니다. 사실 갈등이 많이 되었죠. 늑대인간이 나오는 이야기이고 제목도 늑대아이라고 하니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썸머워즈'를 연출한 '호소다 마모루'감독 작품이라서 상당히 심하게 보고 싶었습니다. 

늑대인간이 나오더라도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면 봐도 되겠지라는 생각. 이 생각으로 극장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순백으로 칠해진 겨울들판을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걷다온 느낌으로 집으로 왔네요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이 나오고 주인공들의 정체성이며 갈등의 주요요소이지만 심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늑대지만 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정체성의 고민도 있지만 사춘기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어린 엄마가 두 아이를 외딴 곳에서 키우는 모성애가 눈시울을 자극하는 영화입니다. 특히 엄마의 모성애가 너무나 뭉클해서 계속 눈가가 촉촉해 지는 영화네요. 

하나라는 엄마. 그냥 보통 아이도 아니고 늑대아이 그것도 둘이나 씩씩하게 키우는 엄마의 뜨거운 모정이 아름다운 영상과 여백이 가득한 음악과 섞이면서 극장안을 흐뭇하고 혹은 숙연하고 때로는 미소짓게 만듭니다. 




내가 무섭니? 아니 너라서 괜찮아


영화속 화자는 어린 딸의 나레이션으로 시작 됩니다. 늑대아이 중 큰 딸이 엄마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으로 엄마의 처녀시절을 그립니다. 엄마 하나는 도쿄 근처의 대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었습니다.

어느날 강의를 듣는데 교과서도 없이 열심히 청강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남자는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면서  피할려고 하는데 엄마는 교과서를 같이 보자고 하죠. 그렇게 두 사람은 사랑을 하게 됩니다. 사랑이 무르익을 무렵 남자는 자꾸 뭔가를 말할려다가 멈추길 반복합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날 자신의 정체를 하나에게 보여줍니다. 남자의 정체는 늑대인간. 남자는 말합니다

"내가 무섭니?"
"아니 너라서 괜찮아"

그렇게 둘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됩니다. 영화는 초입부분 부터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설명은 어린 딸의 나레이션으로 대신하고 신혼의 화목하고 행복한 시절은 피아노 반주곡이 흐르면서 뮤직비디오 처럼 흐릅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영상들과 노래 오랜만에 화면에 빨려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들이 펼쳐집니다.
엄마는 둘째까지 임신하게 되자 대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둘째를 낳고 비가 많이 오던 어느날 아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아빠는 늑대의 모습으로 죽은채 하천에서 발견되게 됩니다. 아마도 엄마를 줄려고 꿩과 같은 야생동물을 잡을려다가 사고가 난듯 합니다.


아빠 없이 아이 둘을 키우게 된 엄마 하나는 아빠의 유일한 사진인 운전면허증을 놓고 씩씩하게 잘 키우겠다고 다짐합니다만 보통 아이도 아니고 늑대아이들이라서 수시로 늑대로 변해서 집을 난장판으로 만듭니다


너무 귀엽습니다. 어린시절의 유키(큰 딸), 아메(남동생)가 방에서 뛰어놀고 까부는 모습이나 아이들을 위해서 외딴 두메산골로 이사가서 홀로 외롭게 아이들을 키울때의 아이들의 모습은 사랑 그 자체입니다



두메산골에 아이둘을 데리고 살면서 아무와도 교류를 하지 않는 엄마, 농사든 뭐든 모르면 무조건 책을 보고 배웁니다.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하고 싶어도 아이들이 늑대로 변해서 사람들을 놀래킬까봐 교류도 못합니다. 

유키는 까불이입니다. 워낙 활달한 성격이라서 구렁이를 잡고 개구리를 잡고 놉니다. 그러나 아메는 모든 것이 무섭고 두렵습니다. 특히나 사람들이 늑대를 쏴서 죽이는 동화책을 보고 충격도 받습니다

"엄마 왜 사람들은 늑대를 미워해. 늑대는 나쁜거야"
"아니야 엄마는 늑대를 좋아해"

혼자 버겁게 살아가는 엄마에게 험상굳게 생긴 동네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면서 농사일을 도와줍니다. 
쑥맥에다가 농사라곤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책만 보고 농사를 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동네 주민들이 많이 도와줍니다.

그리고 드디어 행복이 찾아옵니다. 뭐 그렇다고 이전 삶이 불행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험상굳게 생긴 할아버지는 엄마가 매번 생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다녀서 좀 짜증섞인 말을 하면서 같이 웃습니다.

영화는 유키가 학교를 가고 두 아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엄마와 아이들과 보면 너무나도 좋은 영화 늑대아이


이 늑대아이는 아름다운 영화이자 순백의 영화입니다. 영화 이미지나 작화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cg로 만든 배경 그림의 뛰어난 작화는 실제 눈과 꽃잎과 빗물과 바람과 실사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초속5센치미터의 '신카이 마코토'의 화려한 배경과 감수성과 지브리 스튜디오의 자연에 대한 이야기가 섞인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늑대아이는 두 가지의 느낌이 강합니다. 전체적으로 어린 엄마가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의 힘들면서도 행복해 하는 모습의 강한 모성애를 이야기가 감동스럽게 펼쳐집니다.

결혼 안 한 여자분들은 어머니가 날 키우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느낄 정도로 세심하게 육아 과정을 너무나 잘 담았습니다. 
또 하나의 느낌은 늑대아이들이 커가면서 느끼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춘기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요. 두 아이는 커가면서 늑대로 살것인지 인간으로 살것인지 고민을 하게 되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짜릿한 액션 같은 것은 없습니다만 일본 영화 특유의 솜털 같은 감수성이 충만한 영화입니다. 영화가 끝나도 관객들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얼마나 몰입도 있게 봤는지 알 수 있는 반증이겠죠. 

밤새 눈이 내린 후 햇살이 들어오는 겨울창가에서 순백으로 변한 눈 세상을 본 그 찬란함이 있는 영화입니다.
엄마와 10대 아이들과 손 잡고 보기 딱 좋은 영화입니다. 감수성이 충만한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 유년시절을 엄마가 우릴 어떻게 키웠는지 엿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영화중에 가장 투명하고 아름다운 애니네요.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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