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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피에타의 촬영장소인 청계천이란 밀림을 가다

by 썬도그 201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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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압축하면 고궁이 됩니다. 고궁은 권력자들의 삶을 압축한 곳이지 결코 백성들의 삶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한국을 압축하면 서울이 됩니다. 서울을 압축하면 종로가 되죠. 그리고 그 종로를 압축하면 청계천이 나옵니다.

온갖 만물이 범람하는 곳. 그러나 지금은 서서히 바람이 빠져나가고 무너져가는 청계천에 갔습니다. 이유는 영화 피에타 때문입니다. 제작비 1억 5천짜리 촬영기간 3주라는 기간에 '괴물 김기덕'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작품을 잉태했습니다.

피에타는 날선 이미지가 가득합니다. 가학적인 이미지도 여전하지만 이전 작품에 비해서는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서 청계천 상가에서 자살하는 사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모든 것을 소리로 처리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피에타'가 영화내내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청계천이라는 이미지가 큰 몫을 했습니다.
그 어떤 세트장 보다 날카롭고 에너지가 가득한 그 청계천이죠. 


80년대 청계천은 지금보다 활력이 가득했습니다. 80년대 10대 들에게는 무용담을 풀던 곳이기도 하죠.
"좋은 거 찾으러 왔어?"가 인사가 된 청계천에서 80년대 10대들은 음란비디오를 구하는 해방구이기도 했죠.
저도 한번 잡혀봤습니다. 친구와 '아세아 극장'에서 홍콩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얼레벌레 지나가다가 잡혔죠

그 아저씨는 다 알고 왔으면서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황급히 뿌리치고 내려왔습니다. 
저 멀리 아세아 전자상가만이 아세아 극장의 흔적을 담고 있네요. 


청계천은 세운상가라는 국내 최초의 주상 복합상가가 있는 곳입니다. 
세운상가는 똑 같은 건축양식이 종로에서 부터 충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운상가는 이명박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흉물이라면서 허물려다가 부동산 붕괴로 허물다가 말았습니다. 이 곳을 싹 밀고 종로와 남산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공원을 만들다는 가공할만한 상상력은 자금 부족으로 멈춰섰습니다. 

세운상가는 반 정도만 허물어졌고 그 뒤에 똑 같이 생긴 대림상가는 그대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영화 '피에타'에서는 위 건물이 자주 나옵니다.

'할렐루야는 영원하리라'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는 유난히 기독교적인 시선이 많습니다. 이번 영화 '피에타'도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하죠. 복수와 악마 그리고 구원의 메세지가 가득하죠.  강도의 집에서 내려다 보이는 이 건물은 아세아 전자상가입니다. 조명가구가 가득한 곳이죠. 


그리고 영화 피에타의 강도의 집을 봤습니다.
멀쑥하게 서 있는 외롭게 홀로 우뚝선 건물. 길을 건넜습니다


대림상가는 성장이 멈춘듯 했습니다. 80년대는 용산과 함께 조립PC의 성지였죠. 그러나 이후 노래방기기등을 판매하다가 지금은 다양한 전자기기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림상가에서 내려다본 청계천입니다. 건너편에 세운상가가 보이네요. 


다른 곳은 다 변하고 떠나고 무너지고 쇠퇴하고 있어도 세계적인 프랜차이즈인 교회는 그자리 그곳에 변하지 않고 그대로 서 있습니다. 교회의 생명력은 감탄스럽습니다. 옛 동네에 갔더니 다 변했지만 교회만은 그대로 있더군요. 어떤 교회는 오히려 확장 했습니다.  교회는 어떤 세파에도 견디는 섬과 같습니다.


오늘 영화 피에타를 다시 봤습니다. 강도가 사는 집이 어딜까 궁금했는데 이곳이 맞더군요. 강도가 조명가게 사이로 내려오던 그 건물. 엄마라는 여자가 계단에서 강도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그 건물입니다. 아마 꼭대기층이 아닐까 합니다. 


전 영화를 보면서 조민수가 더 무서웠습니다. 혹독한 엄마 인증 과정을 거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다음 날 장어를 잡아서 아침을 해주었습니다. 강도는 차려놓은 밥을 거부하면서 혼자 장어를 먹는 엄마라는 여자를 문 밖에서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고개를 돌리던 모습.

강도의 야성이 엄마의 모성에 무너지던 장면이었고 영화에서 가장 섬뜩했습니다. 

강도는 청계천이라는 밀림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입니다. 청계천에서 일수를 받는 일수꾼이죠. 그런 강도에게는 엄마라는 감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엄마가 찾아옵니다. 









영화의 촬영장소는 대림상가 옆에 있는 철을 가공하는 상가들입니다. 선반, 밀링등 공작기계들이 즐비한 곳이죠
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유명배우 보다는 덜 가공된 배우 혹은 자신안에 있는 괴물을 발견하지 못한 배우들을 잘 캐스팅합니다.
위안부 할머니의 분노를 사게 했던  배우 이승연을 캐스팅해서 해외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던 영화 '빈집' 그리고 중견배우지만 아직까지 각인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았던 그러나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조민수, 그리고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그 날카로운 이미지를 다시 찾은 배우 이정진.

이 두 배우를 김기덕 감독은 선반과 밀링기계를 이용해서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냅니다. 배우를 이용만 한다는 비판도 있는 김기덕 감독.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김기덕 영화로 뜬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사마리아나 나쁜남자 그리고 빈집의 이승연도 빈집 이후에 특별히 영화에 출연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민수나 이정진은 다를 것 같습니다. 특히 조민수는 영화 피에타를 더욱 더 빛내게 한 배우지만 조민수 스스로도 큰 혜택을 받은 영화입니다. 오늘 영화를 다시보면서 조민수의 울부짖음은  자식을 잃은 암컷의 서러운 울부짖음이었습니다. 




골목으로 들어섰습니다. 영화 촬영장소를 만날까 하고 들어섰는데 놀랬습니다. 이런 골목이 있다니 서울에 아직도 이런 골목이 있다니..라는 놀라움이었습니다

전자부품 사러 세운상가를 많이 왔다갔다 했지난 이런 골목은 처음입니다. 포장도 제대로 안된 골목. 보도블럭도 없는 모습에 적잖이 당혹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골목이 그런 것은 아니고 이 곳만 유난히 허름해 보이네요


그리고 영화 속에서 본듯한 건물을 발견 했습니다. 한 노동자가 약을 먹고 자살을 하자 강도가 그 노동자의 어머니집에 찾아가서 토끼를 들고 나오던 그집이 아닐까 합니다. 


쇠 가는 소리와 쇠가 타는 냄새가 가득한 골목이 날카로운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어지러운 전선줄과 정비안된 상가들 열악한 환경이지만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머신들은 돌아갑니다. 
김기덕 감독이 서울로 상경한 후에 오랜 시간 동안 여기서 금속가공일을 배웠다고 하죠.

그래서 영화 '아리랑'에서 직접 리벌버 권총을 제작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직접 에스프레소 기계도 만들던데요. 다 이 청계천에서 배운 기술이죠. 영화 자체도 거칩니다. 초점  나간 영상, 연극톤의 어색한 대사들과 직선적인 메세지 전달

전 그런 모습이 이 청계천 상가의 이미지와 버무려지면서 더 가슴 깊게 새겨지더군요. 


골목길을 지나다가 만난 고양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지 카메라를 들어도 도망가지 않고 노려만 봅니다. 잔뜩 웅크린채 쳐다보는 모습인데 기가 아주 쎈 고양이 같습니다. 

영화 촬영장소는 거의 찾지 못했습니다. 워낙 복잡한 골목이 많고 거기가 거기 같아서 잘 찾지 못하겠더군요
나중에 휴일날 상가들이 문을 닫으면 다시 찾아가 볼까 합니다.  청계천의 이런 강한 이미지는 서울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또 찾아가 보고 싶네요. 

여기 재개발한다고 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재개발이 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영세한 상가들은 재개발이 좋을리 없겠죠. 서울시는 서울 도심에 이런 곳이 아직도 있는 것이 탐탁치 않아서 저 송파구에 가든파이브를 만들어서 이주하라고 했지만 높은 입주문턱에 떠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군요

영화 피에타 속에서 높은 고리대금을 이용하는 영세상인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게 비현실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실제로 어려운 상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청계천과 김기덕 그리고 강도와 피에타 이 단어들이 골목을 돌다가 불쑥 만날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청계천은 밀림입니다. 여전히 에너지가 강하고 삶의 냄새가 가득합니다. 에너지 강한 김기덕을 잉태한 곳이기도 합니다. 


불쑥 닭을 잡아서 내미는 엄마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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