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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피에타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장 수상은 김기덕이라는 괴물이기에 가능 했던 일

by 썬도그 2012.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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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만 해도 해외영화제 수상작이라면 별 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구름떼 같은 관중이 몰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지금은 수입해서 소개되기도 빠득하게 되었습니다. 해외 유명영화제에서 영화상을 받았다고 꼭 국내에서 수입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수입 개봉 된다고 해도 몇년 이 지난 후 개봉이 되기도 합니다. 

2012년 현재 해외 유명영화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국내 영화사측에서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아무래도 해외 유명영화제에 나갔다는 자체가 큰 마케팅꺼리라서 영화기자들 대동하고 우루르 몰려갔다가 본상 수상 실패와 함꼐 우루르 돌아옵니다.

사실 몇몇 영화들은 수상권에 들지도 못하거나 비경쟁부분에 출품해서 으례적으로 쏟아지는 기립박수를 마치 한국의 그 기립박수를 의미하는양 마케팅으로 포장을 했습니다. 이제는 관객들도 그런 해외영화제 포장 마케팅에 속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것을 이용하는 영화들을 더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피에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달랐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삶과 닮은 영화 피에타. 철저한 비주류의 길을 걷다

영화 피에타 제작보고회에서 감독 김기덕은 제작보고회가 처음이라는 말에 놀랬습니다.
아니! 해외에서 인정 받는 몇 안되는 한국 감독이고 베니스, 베를린등에서 큰 상을 받은 감독인데 이번이 제작보고회가 처음?
그럼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다는 건가?

18번의 영화 제작을 하면서 흔하디 흔한 제작보고회를 처음 가져본다는 김기덕 감독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보였습니다.

이제는 대중에게 그의 과거가 조금은 더 많이 알려졌지만 제대로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소개하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농업전수학교에 진학을 합니다. 고등학교 과정이지만 고등학교 졸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학교로 김기덕 감독의 최종학력은 초졸입니다. 

한국에서의 초졸로 살아가는 것은 서러움과 멸시의 연속이죠. 보통은 그 초졸을 체념하고 받아들이고 살지만 김기덕 감독은 그 초졸이 마음속 큰 상처가 되고 옹이가 됩니다. 어쩌면 이 때부터 김기덕 감독은 컴플렉스가 그의 에너지가 되어갑니다. 컴플렉스를 벗기 위해서 초졸이면 군면제임에도 몇번의 도전 끝에 해병대에 갑니다. 

해병대에서 제대한 김기덕은 비행기 값만 가지고 프랑스로 날아갑니다. 손재주가 있었던 김기덕은 해변가에서 그림을 그려주면서 돈을 벌면서 노숙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이 32살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그 영화가 바로 '양들의 침묵'과 '퐁네프의 연인들'입니다. 
그 영화를 본 후 다시 한국으로 와서 영진위가 주최하는 시나리오 공모상에 '무단횡단'으로 도전해서 공모상을 수상합니다. 
그리고 1996년 악어로 감독 데뷰를 합니다. 

영화 악어는 김기덕표 영화의 시작으로 기괴한 이야기와 주인공들이 나옵니다. 
한강에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또는 지갑을 훔치면서 사는 머구리꾼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제가 김기덕 감독의 영화 중에 가장 인상깊게 봤던 영화는 '파란대문'입니다. 
개봉당시 보지 못하고 TV로 방영할 때 봤는데 이 영화 역시 외면하고 싶은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우리의 어두운 단면을 정말 아름답게 잘 그려낸 수작입니다. 저는 18편의 그의 영화중에서 피에타와 함께 이 작품을 가장 인상깊게 봤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김기덕은 어두운 삶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인생 밑 바닥까지의 경험을 해 봤기 때문에 인간의 어두운 면을 잘 알고 있는 감독입니다. 사람들은 그래서 그를 싫어 합니다. 사창가 창녀, 머구리꾼, 원조교제, 혼혈인, 매맞는 아내등 그동안의 블링블링한 대중영화에서는 절대로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인물들이 주인공을 하고 있고 그런 다크한 모습에 김기덕 감독은 왜 그런 영화만 만드냐고 삿대질을 합니다.

김기덕 감독은 말합니다.

"밝음을 정확히 보려면 어두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감독들이 희망과 해피함을 영화 속에 녹여서 삶의 어두움을 억지로 제거해서 보여줍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디즈니 영화입니다. 저는 디즈니 영화가 반쪽짜리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밝고 희망찬 면만 담고 있고 그런 희망과 해피를 상품화 해서 돈을 긁어 모으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크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실의 삶과 달리 밝은 면만을 포장해서 파는 모습은 아이스크림만 먹다가 이를 썩게 만드는 모습과 같습니다.

뭐 디즈니만 그런것은 아니죠. 대부분의 상업영화들은 밝은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어두운 이야기하면 관객들이 안 보기 때문입니다. 이게 다 돈 때문이죠. 관객이 원하는 밝고 상쾌하고 경쾌하고 짜릿한 영화. 영화를 삶을 그대로 담아내는 도구가 아닌 돈벌이용으로 만드니 영화는 하나의 츄잉껌이나 솜사탕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다릅니다. 흥행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관객이 몰라 준다고 투정도 부리긴 했죠) 흥행을 위해서 자신이 잘하는 분야인 세상의 어두운 이면과 인간의 어두운 면을 그려냈습니다. 이번 피에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기덕은 피에타를 찍으면서 밝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인 강심장에 나오기도 했고요. 
전 오히려 걱정이 되었습니다. 김기덕 감독 영화에 설탕가루가 뿌려지면 그건 김기덕표 지리탕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행히도 영화 '피에타'는 김기덕의 DNA를 가진 영화였고 그 어떤 영화 보다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 영화들과 달리 조금은 쉬운 영화였습니다. 줄거리도 선이 간결하고 반전도 있으면서 인간의 기본 감정인 복수, 연민, 용서, 분노, 모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선홍빛 감정들이 스크린위에서 서로 으르렁 거리는 그 날것의 느낌이 아주 강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 철저히 비주류였습니다. 영화기자들을 영화사가 대동해서 국제 영화제에 함께 보내주는 관행도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번에 베니스에 간 한국 영화기자가 한 명도 없었는지 대부분의 기사들은 해외 사진기자들이 찍은 사진을 가지고 현지 표정만 스케치 하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제작비 2억짜리 모니터링도 할 수 없는 조악한 환경에서 나온 괴물 '피에타'

제작비 2억 원의 영화는 대부분 독립영화입니다. 저예산 영화라고 해도 보통 5억 이상은 들어가는게 현실인제 저예산 영화도 아닌 독립영화 수준의 제작비입니다. 물론 조민수와 이정진의 노개런티 출연이 있기에 2억원이 가능했지 두 배우가 출연료 받았다면 3,4억 원은 되었을 것 입니다. 그럼에도 2억 원은 놀라운 제작입니다.

제작비 때문이었겠지만 전 영화 보면서 초점 나간 영상을 보면서 왜 저랬을까? 궁금했습니다.
중요한 장면인데 초점이 살짝 나가 있었습니다. 인물의 눈동자가 쨍하게 담겨야 하는데 안개낀듯 보입니다. 감독의 연출인가?도 의심했지만 김기덕 감독 스타일로 봐서는 그냥 느낌만 담기면 NG내지 않고 그냥 넘기는 빨리찍기의 달인답게 그냥 넘긴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 예상은 맞았습니다. 

현장에는 모니터가 없었다고 합니다. 조민수의 인터뷰를 보니 모니터도 없이 촬영 했기에 자기 연기가 어떻게 담겼는지 알 수 없었고 그냥 믿음으로 이어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총 20번의 촬영 끝에 1달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영화는 촬영을 마무리 하게 됩니다. 항간의 말로는 총 6일 동안 촬영 했다고 하는데  6일이라는 시간이 길수도 있지만 엄청난 에너지와 집중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죠. 

저는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초점 나간 영상, 저도 보면서 웃어버렸던 시체의 어색한 분장 그리고 파르르 움직이는 시체의 눈...
그걸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들도 볼텐데 어떻게 보고 넘길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연출력도 성의도 없는 영화라고 해서 인상을 썼을 것 같지만 다행이도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그런 사사로운 흠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한국에서는 모자쓰고 시상식에 올라갔다고 손가락질 한 꼰대들이 많지만 유럽에는 그런 꼰대가 적나 봅니다.
조악한 모습은 곳곳에서 볼 수 있지만 그걸 덮고 남는 이야기의 힘이 이 영화 피에타의 힘입니다. 

전 영화를 보고난 후 이 김기덕이란 감독은 괴물을 들여다 본 감독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우리안의 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잘 드러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그 괴물을 더 잘 들여다보게 우리가 가한 수 많은 주먹질도 한 몫했겠죠.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이미지들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돌팔매질을 했습니까?

어제 두드림에서  부활의 김태원에게 한 방청객이 질문을 했습니다
"김태원의 노래는 다 비슷비슷해서 식상해요"
김태원은 대답을 합니다. 
"김태원의 노래는 원래 그렇다.  나보고 다른 음악 하라고 하지 말고 다른 음악은 세상에 많으니 그 음악을 들으세요. 김종서 음악을 들으면 되지 왜 나보고 다른 음악을 하라고 하십니까?"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는 볼 사람만 봐야 할 영화

영화 밀양이 해외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하자 관객들이 늘었습니다. 그러나 반응은 뜨뜨미지근 했습니다. 대중영화적인 요소보다 깊이있는 영화다 보니 졸리운 면도 있고 관객들은 유명하다고 해서 봤는데 떨떠름한 표정으로 극장문을 나섰습니다.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는 영화는 대중적인 요소가 있는 영화도 있지만 대중성이 없는 영화도 많습니다. 
대중의 공감대를 울리는 쉬운 영화가 있는가 하면 심사위원들의 공감대를 울리는 영화가 있죠.  영화 '시'는 대중성이 좋은 영화였습니다. 차라리 시가 더 흥행이 되었어야 하는데 해외에서 큰 상 받았다고 '밀양'을 많이 봤는데요. 밀양은 시 보다는 좀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피에타는 대중성이 있습니다. 김기덕의 그 전 영화에 비해서 대중성은 있지만 쉬운 영화는 아닙니다. 해석이 어려운 게 아닌 가학적인 비린내 나는 이미지가 보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이전 영화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 장면이 크게 낯설지 않지만 디즈니 영화류만 보다가 보면 견디기 힘들죠. 그러나 그 처음 장면만 넘기면 후반으로 갈수록 영화는 놀라운 폭발력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전 이 영화를 모든 사람이 꼭 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평소에 깊이 있는 영화를 잘 보지 않는 관객이라면 그냥 안 보시는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유명하니까 해외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기 때문에 꼭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보면 오히려 좋지 못할 것입니다.  볼 사람만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다만 살면서 이런 어둡고 습한 영화, 그러나 우리의 비린내 나는 삶을 그대로 담은 영화를 한 번 정도는 봐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피에타' 다시 보러갈 생각입니다. 
제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러 가야겠습니다.
김기덕 감독의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장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민수의 여우주연상을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데 베니스 영화제는 보통 여우주연상과 황금사자상을 중복수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황금사자상 안에 여우주연상이 포함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블랙 마리아라는 극찬을 받은 조민수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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