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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건축학개론의 서연 승민의 사랑을 기억한 한옥 빈집 촬영장소를 가다

by 썬도그 201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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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앓이가 이렇게 긴 영화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이후 약 14년 만입니다. 제가 좀 조용하고 차분하면서도 은유와 진솔함이 좋은 영화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촐랑거리는 첫사랑 이야기인 대만의 첫사랑 영화인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보다 전 '건축학개론'이 좋습니다.  남자의 첫사랑을 건축에 빗댄 그 절묘한 은유가 아직까지 이 영화에 빠져 사네요. 

서연과 승민은 과는 다르지만 건축학개론을 같이 듣습니다. 그 건축학개론 수업시간에 한명씩 나와서 학교에서 자기집까지를 통학로를 지도에 그려보라고 합니다. 그때 승민은 자신과 서연의 집이 같은 정릉임을 알게 됩니다. 그 통학로가 겹쳐지는 장면을 좋아하는 분들 꽤 많더라고요. 

그럼 이 영화가 정말 영화의 배경인 정릉에서 촬영되었을까요? 일부는 정릉이 맞지만 아닌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서 촬영장소를 찾아보니 내가 자주 지나가는 그 길도 있네요. 

배화여고 앞 누하동. 자주 지나가지만 그 동네가 누하동인지도 몰랐습니다. 언제 이 서촌 지역을 카메라로 구석구석 담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요. 건축학개론의 촬영장소가 이 서촌이었다니.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내가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니 누하동 이 쪽에는 종로구 답게 한옥 건물이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이 빈집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서연과 승민이 처음 같은 기억을 공유한 장소이기도 하고 서로 말 놓게 되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없는 승민과 어머니가 없는 서연의 마은 한켠의 빈집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승민이 넌지시 교회오빠인 건축과 선배와 서연의 관계를 슬쩍 캐 묻기도 하고요. 그리고 영화 후반에 전람회 CD를 승민이 서연에게 돌려주죠. 그 돌려줌은 헤어짐을 상징합니다. 또한 승민이 집에 CD플레이어가 없음을 서연은 모르고 자기가 있으니까 당연히 있겠지라고 하는 일방적인 모습도 생각나고요. 

그렇게 서로는 헤어진 후 1년 후에 눈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에 서연만 혼자 나오고 그 빈집에 전람회 CD와 CD플레이어를 함께 놓습니다. 그리고 그걸 승민이 나중에 찾게 되는데요.  항상 첫사랑은 망설임과 오해가 필수요소인가 봅니다. 그래서 첫사랑에 관한 영화 대부분이  인생선배인 감독들 특히 남자 감독들이  한번 사는 인생! 깨질 땐 깨지더라도 고백하고 펑펑 우는 게 낫지 평생 가슴에 후회라는 단어를 대못으로 박아 놓고 살지 말라고 하나 봅니다. 


그 한옥 빈집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장소는 서촌이라고 불리는 종로구 누하동입니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하차해서 1번 출구나 2번 출구로 나가서 필운대로를 쭉 쭉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전 2번 출구를 추천합니다. 2번 출구는 시장골목인데 시장골목이 더 정감이 있습니다. 


이 골목은 배화여고에 업무가 있어서 업무가 끝난 후에 술자리를 했던 그 골목인데 참 오랫만에 와보도 여전히 활기차네요. 저는 대로 보다는 이런 시장골목이 좋아요. 사람들 표정도 좋고 냄새도 좋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볼 꺼리가 많아서 좋습니다. 

시장골목을 따라 쭉 가면 필운대로가 나옵니다. 


대로라고 하지만 4차선 도로라서 큰 대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 종로는 대로가 없을 정도로 골목이 참 많이 발달한 동네입니다. 골목이 많다보니 저 같이 그 골목홀리커들이 카메라 들고 많이 다니죠. 위 사진은 배화여고, 배화여대 학생들이 많이 나오는 골목길이네요. 

참! 재미있게도 건축학개론의 한가인이 나온 여고가 바로 이 배화여고이고 당시 '도전 골든벨'에 나와서 연예인급 미모를 자랑해서 연예계에 캐스팅되었죠. 지금은 연기를 참 못해서 참 싫어하는 배우가 되었지만 한 때 좋아했던 배우였습니다. 한가인은 연기를 못해도 뛰어난 외모가 모든 것을 덮어버립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이도 많은데 여전히 늘지 않는 연기는 문제가 있네요. 

적어도 사극은 앞으로 안 했으면 합니다. 그냥 '건축학개론'같은 역활이 무난 합니다.  사극 아무나 하는 게 아니죠

이 누하동 일대는 골목마다 유명한 곳이 숨어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건물도 보이고요. 이 근처에 '건축학개론' 제작사인 '명필름'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축학개론 대박난 후 이 근처에서 크게 회식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네요. 뭐 한가인이 한턱 쐈다는 소리도 있던데 솔직히 건축학개론은  이제훈과 수지가 실제 주인공이지 한가인이 주인공은 아니죠. 


이 필운대로를 쭉 걷다보면 왼쪽에 GS25가 보입니다. 아~~ 이 편의점 기억나네요 2년 전 그 추운 겨울날 드라마 촬영을 하길래 유심히 봤던 곳이네요



저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냥 셔터를 눌렀고 집에서 확인해보니 정일우가 찍혔습니다. 
드라마 49일 촬영장소였더군요. 그 정일우가 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샀는데 연예인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쳐다 보지도 않았네요. 봤어도 누군지도 못 알아봤을 것입니다. 

편의점 앞 골목을 쭉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이 작은 카페가 드라마 49일 촬영 장소로 활용되었는데요. 이 서촌이 요즘 삼청동 대안으로 뜨고 있어서 여기서 드라마 촬영들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골목풍경도 많고 아파트가 없는 동네라서 드라마 촬영하기 딱 좋죠.  아파트는 정말 볼품없는 주거지잖아요.  물론 살기는 좋지만 드라마나 영화로 담으면 별로죠. 


좀 더 올라가면 필운대로5 나길이 나옵니다.  저 높은 곳에 배화여대 건물이 보이네요. 위 사진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됩니다.  


이 길을 좀 걸으면 나오는데 한 그루의 나무가 절 불러 세우네요


거대한 나무를 한 참 봤습니다. 생각해보니 저 은행나무 배화여고에 있는 은행나무네요. 배화여고 들락거리던 시절 저 은행나무 밑에 차 세워놓고 은행잎 감상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리고 눈에 익은 그 길이 나옵니다. 




이 길이네요. 확실한 지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건축학개론'을 돌려 봤습니다. 


거의 변한게 없죠. 하지만 벽돌집은 좀 변했습니다. 



 

제가 이쪽 지역을 자주 지나가지만 워낙 종로가 골목이 많아야죠. 필운대로를 따라서 많이 지나다니지 이렇게 골목까지 가지 않거든요.


그리고 영화속 장면과 비교해 봤습니다. 빨간 벽돌집은 페인트칠을 해서 달라졌ㄴ요. 빨간벽돌이 더 좋은데 살구색으로 칠해 버렸네요. 

영화와 또 다른 점은 이 좁은 골목길에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분에 차 한 대씩 지나갑니다. 아 정말 짜증나더군요. 게다가 저렇게 주차도 되어 있고요. 아무래도 아파트가 아니다보니 주차공간도 협소하고 길도 좁아서 차가 교차할려면 시간이 더 많이 걸리겠죠.  


색이 변했다는 것은 저 집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옆집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철제 사다리가 있는데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없나 봅니다. 좀 위험스러워 보이긴 하지만 사다리가 흥미롭네요. 저 위에는 뭐가 있을까요?


연신 영화속 장면과 비교하면서 촬영 하고 있는데 고양이가 귀찮은 표정을 보냅니다. 고양이도 동네 닮아 보이네요. 실제는 그렇지 않겠지만 이런 골목이 발달한 동네는 왠지 더 푸근하고 정감있고 그럴 것 같잖아요.  아파트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큰 관심을 주지 않으면 잘 모르고요.


붉은색 벽돌이 살구색으로 변한 집을 따라서 좀 더 걸으면 그 빈집이 나옵니다. 


이 집이네요. 영화에서는 빈집으로 나왔고 실제로도 빈집이라고 하죠. 

영화에서는 담쟁이 넝쿨이 살짝 걸려 있습니다. 담쟁이 넝쿨이 집 문을 마치 봉인 테이프처럼 감고 있는데요. 그게 미술팀이 만든 것인지 실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전 영화를 볼때 저 문에 걸린 담쟁이 넝쿨을 밀치고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두 주인공의 비밀 동물 같은 곳을 여는 모습 같아서 좋았습니다. 

실제로 있던 담쟁이 덩굴이라면 모르겠지만 저게 감독의 세심한 연출이었다면 참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죠. 


실제는 담쟁이덩굴이 없습니다.  지금 이 집에 누가 사는지 안 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 촬영때는 실제 빈집이었다고 하는데요

자물쇠로 잠겨 있네요. 


이 근처를 돌아보니 이렇게 한옥건물로 집을 짓는 곳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한옥은 현대의 삶을 사는 우리에게는 좀 불편한 주거형태입니다. 특히 여자분들은 아주 싫어하죠. 밥을 하는 부엌은 거실이나 안방보다 낮아서 항상 밥상을 들고 올라가야 하는 불편함에 마루라서 항상 쓸고 닦아야 합니다. 그래도 운치도 있고 현대식 개량 한옥은 그런 보안점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 집도 개보수하는데 너무 협소한 공간입니다. 한옥이 불편한 것은 많아도 마당이 있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도 들을 수 있고 개도 키울 수 있고 아무튼 마당과 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아파트는 통조림 같이 꽉 막혀 있는 공간이잖아요. 

서촌 여행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큰 지도에서 건축학개론 빈집 촬영장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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