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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볼때는 지루했지만 보고나서 계속 생각나는 영화

by 썬도그 2012.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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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이 1천 만 관객을 동원해도 내가 꼽는 올해 최고의 영화는 '건축학개론'입니다. 건축학개론은 영화관에 잘 가지 않는 가도 아이들 손잡고 가는 씁쓸한 아버지들인 30,40대 남성들을 위한 첫사랑을 테마로 한 영화였습니다

건축학개론은 남자들의 첫사랑학개론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였고 며칠 전에도 스마트폰으로 다운 받아서 봤습니다. 
그리고 이 건축학개론의 첫사랑학개론을 잇는 대만 영화가 국내에 상륙했습니다

대만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의 홍보문구는 대만판 '건축학개론'입니다. 그 카피문구 하나에 홀려서 아무런 정보도 없기 봤습니다. 대만영화를 극장에서 본 것은 100만년 만이네요.  대만영화는 중국이나 홍콩영화와 비슷한 언어권이라서 딱히 기억나는 영화가 없습니다. 90년대의 '비정성시'같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영화도 있었지만 전 보지 못했습니다

80년대 후반 한국 10대 청소년들를 홀린 '왕조현'의 모국정도로만 인지하고 있었죠.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는 94년 부터 2010년 까지의 시간적 배경을 가진 영화입니다.
94년 고등학생이었던 커징텅(가진동 분)과 친구 5명 그리고 공부잘하고 얼굴도 예쁜 션쟈이(진연희 분)과 후 쟈웨이라는 일곱빛깔 무지개 같은 고등학생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가장 잘생긴 두  사람인 커징텅과 션쟈이의 긴 연애기를 담은 영화라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고 다른 5명의 친구들을 허투로 담지는 않고 감초역활로 잘 녹여냅니다. 뚱호 아허 항상 발기되어 있다는 '쉬보춘'과 잘난척하지만 헛점이 많은 농구를 좋아하는 '라오차오'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커징텅만 빼고 모두 션쟈이를 좋아하죠. 우등생에 얼굴도 예뻐서 만인의 연인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커징텅에게는 관심 밖입니다. 커징텅은 공부와 담을 쌓고 사는 그냥 그런 껄렁한 학생입니다. 그렇다고 폭력을 구사하는 폭력학생도 불량배는 아닙니다. 좀 유치하게 놀고 무뇌스럽게 살지만 마음은 착한 친구죠. 

영화는 상당한 기교를 부립니다. 대만의 건축학개론이라고 해서 봤는데 처음 부터 CG를 가미한 오도방정을 떠는 모습에 크게 실망 했습니다. 이거 건축학개론이 아니네~~ 그리고 초반에 나오는 교실에서 충격적인 장면으로 영화관을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런 행동이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런 장면이 실제 있었던 경험이라고 쳐도 그런식으로 초반부터 나오니 건축학개론이라고 떠든 그 수입업자 멱살을 잡고 싶었습니다

뭐야! 이거 건축학개론이 아니라 몽정기잖아요
네 맞아요. 이 영화는 몽정기 같았습니다. 몽정기와 엽기적인 그녀를 대충 섞은듯한 영화 딱 그것입니다. 
영화는 그렇게 화딱지를 나게 하면서 시작했고 연출기교를 부리면서 건축학개론이라는 개뻥에 화가 나기 시작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지루한 전반부를 견디게 해주건은  진연히(션쟈이 역)라는 여배우입니다. 이 배우는 올해로 29살이 된 곧 30살이 되는 여배우인데 여고생역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네요. 아니 여고생인줄 알고 봤고 나중에 검색해보니 나이가 꽤 많음에 놀랬습니다. 


그 사건 이후 커징텅은 션쟈이 앞 자리로 자리 이동을 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납니다.

모범생이자 반장이자 우등생인 션자이가 영어교과서를 가지고 않아서 당황하고 있었고 때 마침 교과서 안 가져온 사람 나오라는 여선생의 히스테리가 교실안을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그때 커징텅이 자신의 영어교과서를 뒤로 넘겨주면서 벌떡 일어나서 영어책 안 가져왔다고 자신있게 말합니다. 

그렇게 복도에서 의자들고 도끼뜀을 뛰는 모습에 션쟈이는 커징텅을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션쟈이는 자신이 유일하게 잘하는 공부를 커징텅에게 시킵니다.

보통 여기서 대부분의 영화는 좀 껄렁거리는 커징텅이 공부 따위 필요없어~~ 니가 그렇게 잘났어~~라고 뭔가 불꽃이 튀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커징텅은 공부를 순순히 합니다.  문제 풀어오라면 풀어오고 공부하라면 공부하고 야간 자율학습 하자면 합니다. 

왜 이럴까? 왜 이렇게 기존 영화와 달리 주인공이 여주인공의 말에 순순히 따를까?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이기 때문입니다. 보통 영화적인 관습을 따르지 않는 영화 대부분이 감독이나 실화를 바탕으로 하죠. 

그렇게 커징텅은 션쟈이에게 조련당하면서 공부를 하게 되고 성적도 쑥쑥 오르더니 결국은 전교 1등을 다투는 내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션쟈이의 뛰어넘지 못하고 그 벌로 머리를 빡빡 밉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지루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모습, 하이틴 로맨스 영화나 로맨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관습적인 클리세 같은 장면이 숱하게 나옵니다. 둘이 청소하면서 공부하면서 서로 책 던지고 장난 치는 장면이나 모든 장면들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그래서 예측 가능하고 손발이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계속 나오니 좀 견디기 힘들 정도입니다.
저 같이 늑수구리 세상풍파를 많이 겪은 사람은 그 장면을 숱하게 봤고 그러기 때문에 지루하겠지만 10대나 20대 같이 이런 하이틴 로멘스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그 장면들이 아름답게 보였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10,20대 들에게 좋은 영화입니다. 


그렇게 다른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면서 커징텅은 션쟈이와 친하게 됩니다. 그리고 둘의 우정은 사랑으로 발전해 가죠


그렇게 지루했던 고등학교 시절이 지나고 7명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됩니다. 7명 친구 모두 다른 대학교에 입학하거나 재수를 합니다. 가진동과 션쟈이도 헤어지게 되죠. 가진동은 션쟈이에게 사랑 고백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랑 초보운전자라서 타이밍이 너무 좋지 않을 때 합니다.

션쟈이가 대입시험을 망쳐서 울고 있는데 거기에 대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하는 커징텅(가진동의 중국발음이 커징텅 아닌가? 그럼 실명이네)그러나 션쟈이는 시험 망쳐서 경황도 없는데 그런 사랑 고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렇게 둘은 다른 대학에서 대학생활을 합니다. 매일 밤 전화를 걸어서 션쟈이의 안부를 묻는 커징텅, 션쟈이도 커징텅과 공식 연인 선언은 하지 않았지만 둘은 준 연인으로 지내게 됩니다. 

크리스마스 때 풍등을 날리면서 커징텅이 사랑 고백을 합니다. 
그때 션쟈이가 자신의 대답을 들려줄까? 말하지만 커징텅은 그 대답을 거부합니다. 아마도 커징텅은 션쟈이가 거부할까봐 두려웠는지 그 대답을 듣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 시절인 10,20대 때는 이 고민이 세상에서 가장 큰 고민입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가 여자가 NO라고 말하면 어색어색하게 지내다가 곁에 두지도 못할 것 같은 두려움 사랑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공포입니다. 물론 여자가 YES라고 외치면 해피엔딩이지만 NO라고 해서 얻는 절망감이 연인이 되는 기쁨보다 더 두렵습니다. 물론 이건 소심한 남학생의 이야기고 그 소심함 남학생이 커징텅입니다. 

풍등을 날리면서 션쟈이의 대답을 듣지 않겠다는 커징텅

그러다 둘은 크게 한 번 싸우게 되죠. 그리고 연인도 아닌데 헤어지게 됩니다. 영화는 이후 부터 흥미로워집니다.
그렇게 2년 간 한 번도 통화하지 않다가 1999년 대만에 큰 지진이 일어나자 커징텅은 가장 먼저 션쟈이를 찾습니다. 

그렇게 2년만에 션쟈이와 커징텅은 긴 대화를 합니다. 

"날 좋아해줘서 고마워"
"나도 널 좋아했던 그 시절의 내가 좋아"



어쩌면 우리의 추억이 아름답고 그 10,20대 시절을 돌아보면서 희미하게 웃는 이유는 그 시절에 만난 소녀, 소년들 때문도 있겠지만 정확하게는 그 시절 싱싱했던 내 청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닐까요? 다시 올 수 없고 결고 그 시절에는 내가 아름다운지 잘 알지 못하는 그 시절,  침 뱉고 담배피고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과도한 아드레날린이 샘솓은 그 시절을 결코 지금의 10,20대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 명의 여자를 두고 3명이 경합을 벌인 경험이 있죠.  영화에서 처럼 누가 먼저 커밍아웃하고 대쉬를 하면 나머지 둘은 지켜봐주고 그 친구가 사랑의 낙오자가 되면 다음 친구가 사랑 고백을 하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와 달리 지금은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추억은 미완성일때가 아름다운거지 현재 진행형이거나 완성이 되면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피천득의 '인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이 영화 볼때는 손발이 오글거리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들이 다른 영화에서 본 것이 아닌 내 과거의 모습과 일치하는 부분이 꽤 많았고 그런 이유로 볼 때는 지루했지만 영화관을 나선 후에는 묘하게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유치한 장난들 정말 말도 안되게 유치한 장면들의 연속인데  내 고등학교도 그렇게 유치하게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가기 전 고3 여름방학때 바닷가로 놀러간 그 단 한번 뿐인 애틋한 여름바닷가도 생각나네요. 영화속의 유치함은 그리움이 됩니다. 그런면에서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과 비슷한 영화입니다. 또한 주인공의 행동도 건축학개론의 주인공과 비슷하고요

영화의 원제는 '넌 내 눈속의 사과'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전 건축학개론의 그 뛰어난 미쟝센과 은유와 통찰을 이 영화는 넘어서지 못합니다. 또한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주인공 커징텅의 사랑방정식을 과연 몇사람이나 제대로 풀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방식을 공감받기도 힘든 것 같고요. 물론 감독의 경험이고 그게 통속적인 사랑을 넘어서는 사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과연 그게 사랑인지 혹은 자기기만적 나르시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20대였다면 공감이 가지만 나이들어보니 그냥 젊으날의 객기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는 션쟈이의 결혼식으로 끝이납니다. 누구랑 결혼하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그 결혼식 장면은 재미있긴하네요. 
사과같은 첫사랑을 간직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예쁘고 남녀 주인공도 예쁩니다. 이야기도 모나지 않고 평이하지만 그 평이함이 동남아 관객들을 감동시켰나 봅니다. 임팩트가 있는 줄거리가 아니지만 우리 삶 대부분이 임팩트 없이 그냥 그렇게 그날이 그날 같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영화 같지 않게 우리의 10,20대를 그대로 거름종이에 배껴 옮긴듯 합니다. 

보고나면 계속 생각나는 영화, 션쟈이가 첫사랑과 오버랩 되는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크게 흥행에 성공하긴 힘들 것같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연출스타일도 투박하고 여러모로 좀 구태스러운 모습이 많습니다. 특히나 '건축학개론'을 본 사람들은 이 영화가 그냥 밋밋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또한 대만영화다보니 공감대 형성이 힘든 것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결혼식까지 끌고간 이야기는 참 괜찮네요.

첫사랑의 현실적인 결말은 이 영화는 잘 담고 있습니다
그 현실적인 첫사랑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가 있던 분들에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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