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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온 소식/신기한제품

전기가 없은 빈민촌을 위한 발로 돌리는 세탁기 기라도라(GiraDora)

by 썬도그 2012.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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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인류의 생활을 바꿔 놓은 발명품 중에 인터넷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세탁기 보다는 못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여자분들의 노동 시간 중 많은 시간을 잡아 먹는 세탁시간을 세탁기는 단숨에 줄여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80년대에는 세탁기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돈 많은 집은 세탁기를 샀지만 서민들은 세탁건조기인 '짤순이'를 샀습니다. 짤순이는 세탁은 사람이 직접 하고 세탁물을 행군 후에 물을 뺄때 쓰는 세탁건조기입니다. 이 짤순이에 옷과 신발을 넣고 돌리면 물기가 거의 다 빠져서 건조시간이 무척 단축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오늘 빤 옷은 내일 입을 수 있고 건조시간이 길었고 특히 겨울에는 더 길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탁기도 세탁건조기도 모두 전기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야 매일 같이 전기를 쉽게 찾아 쓰지만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층이나 산동네에는 전기가 보급되지 않습니다. 

미국 L.A에 있는 디자인 아트센터 대학인 ACCD에서 제품 디자인 공부를 하는 Alex Cabunoc과 Ji A You(한국 분 같죠?)는 남미 NG0 단체의 페루 물부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페루 리마 Cerro Verde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 곳은 약 3만명의 슬럼가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전기는 물론 상 하수도 시설이 없어서 물이 항상 부족합니다. 예전 우리 처럼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고 세탁하고 씻고 해야 했습니다.  하루에 수입은 4에서 10달러 밖에 안되는 이 빈민가 사람들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 세탁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습니다. 

손빨래를 하는데 하루에 무려 6시간의 노동을 해야했습니다. 하루 6시간은 거의 하루 대부분의 노동이라고 볼 수 있죠. 
그리고 1주일에 세탁을 무려 3~5회 정도 해야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손세탁도 힘들지만 건조도 힘들어서 완전 건조되지도 않은 옷을 아이들이 입고 다녔습니다. 당연히 곰팡이 냄새가 가득 했죠. 

이 두 디자이너는 이런 빈민가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해줍니다.


이게 뭐 같으세요. 의자 같기도 하고요. 


그냥 플라스틱 드럼통 같은데 하단에 손잡이가 있습니다. 


올라 앉아서 발로 밟네요. 



이 제품은 기라도라(GiraDoro)라고 하는 발로 밟아서 돌아가는 세탁기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두 디자이너가 사람의 인력으로 돌리는 야채건조기에서 힌트를 얻어서 개발한 제품입니다. 

이 기라도라는 물을 아낄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세탁시간을 줄여줍니다. 특히나 건조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데 짤순이 처럼 세탁물의 물기를 강력한 원심력을 이용해서 밖으로 배출해 줍니다. 


게다가 세탁을 할 동안 앉을 수 있게 해서 세탁이라는 중노동에 힘들어 하는 여자분들에게 큰 선물이 되어줍니다.
이런게 디자인 아닐까요?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가장 큰 고민과 걱정꺼리들을 듣고 만들었는데 가끔 보면 겉멋만 잔뜩든 디자이너들이 자기 만족의 디자인을 해놓고 자기들끼리 박수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오세훈식의 디자인 서울 정책이 그렇죠.

이런게 바로 세상을 밝게 만드는 디자인 아닐까요?

아직 시제품 단계라서 보안해야할 사항도 많고 대량 생산을 할려면 몇몇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양산을 해서 전세계의 빈민가에 공급했으면 하네요. 한국도 운동도 되고 전기도 아끼고 아주 좋을 듯 한데요. 꼭 빈민가나 전기가 없는 곳에서만 사용할 게 아닌 여러가지로 좋은 장점이 많은 제품이라서 혼자 자취하는 자취생들에게도 좋을 듯 합니다. 가격은 1개당 40달러로 아주 저렴합니다. 

이 제품은 전세계의 많은 디자인상은 물론 많은 단체로 부터 큰 상금을 받았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보는 감동적인 제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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