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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올림픽 때 마다 비인기 종목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한국사람들

by 썬도그 201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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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들이 연일 런던에서 선전하고 있습니다. 편파판정이다 뭐다 해서 예기치 않는 복병을 만나도 슬기롭게 잘 헤쳐나가면서 연일 금메달 승전보를 런던에서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 금메달 따는 순간을 밤새우면서 지켜보는 국민들도 꽤 많습니다. 저도 밤새워서 볼 생각을 해봤지만 제가 관심을 가질만한 종목이 아니기에 안 봤습니다.

솔직히 양궁, 레스링, 유도, 권총, 체조, 역도, 펜싱 같은 우리가 금메달을 딴 종목들이 재미가 있는 종목이 아니고 그래서 이들 종목을 비인기종목이라고 합니다. 물론 비인기라는 것은 상대적이라고 해서 펜싱 이나 핸드볼 같은 경우는 유럽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종목이지만 한국에서는 금메달 딴 종목 거의 다가 비인기 종목입니다.

올림픽 끝나고 핸드볼 보러 가신분 있나요? 양궁선발전을 보시나요? 유도, 체조, 역도, 권총사격대회 가서 응원 하시는 분들 계시나요? 올림픽 때 반짝 보고 마는 종목들 입니다


한국에서 올림픽이란 메달이 목적이지 스포츠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은 아니다

왜 우리는 매 올림픽 마다 비인기 종목을 시청해야 할까요? 왜 평소에 쳐다도 안보는 종목들을 밤을 세워가면서 보는 걸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금메달 때문이죠. 생소한 경기라도 그 종목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 후보라고 소개가 되면 방송3사는 온통 그 금메달 중계방송에 혈안이 되어서 그 종목만 보여줍니다. 런던 올림픽은 그나마 2개 방송사가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경기 중계하고 한 방송사가 다른 중계 하는 교차중계를 했지만 이전 올림픽에서는 방송3사가 모두 한국 선수가 출전한 경기만 중계 했습니다. 

이렇게 모든 국민들이 용어도 낯선 종목, 경기룰도 제대로 모르는 경기를 보는 이유는 한국 선수가 금메달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고 금메달을 따는 것이 큰 관심이지 경지 자체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따라서 인기종목에 나가거나 같은 비인기 종목이라도 메달권도 아닌 종목은 한국선수가 출전을 해도 중계도 안 해줍니다. 

왜 우리는 메달을 따는 것에 그렇게 온통 신경을 쓸까요?


금메달이 국위선양이라는 구시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인들

전두환 대통령 시절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국가의 국시로 삼았던 스포츠 매니아였던 대통령 때문에 한국은 태릉선수촌이라는 집단 훈련이 가능한 곳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1년 이상 훈련을 합니다. 

그렇게 집단 합숙훈련을 하면서 금메달을 따오면 온 나라가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었습니다. 그리고 따온 금메달 갯수를 카운팅해서 종합순위 10위안에 들어간 한국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 했죠. 이런 모습을 '스포츠 내셔럴리즘'이라고 하는데 한국과 중국이 이런 스포츠 내셔럴리즘이 아주 강합니다. 

이렇게 금메달을 많이 따면 올림픽 종합순위가 상위에 올라가고 상위에 올라가면 그 만큼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80년대는 금메달 따는 것이 바로 국위선양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 이고 올림픽이 예전 같이 큰 인기가 있는 이벤트도 아닙니다. 또한 종합 4위를 하던 10위를 하던 이미 한국의 인지도는 많이 올라갔습니다. 또한 올림픽을 통해서 한국의 인지도가 크게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올라간다고 해도 요즘 같이 국가라는 개념이 느슨해져 가는 시대에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왜 우리는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해외에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려고 할까요?
그건 다 우리가 수출하는 상품에 대한 선입견과 인지도 개선 떄문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구매하기전에 코리아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꼬지다면 외국의 소비자가 코리아란 이름을 보고 한발 뒤로 물러 설까봐 그러는 것 아닐까요?

물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좀 더 대우를 해주길 바라는 것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어디 출신이라고 차별하고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홀대하고 그럽니까? 어디 출신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한국의 삼성이나 LG전자 제품이 유럽과 미국에서 아주 잘팔리고 있지만 정작 외국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어느나라 제품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인지해도 일본 기업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금메달 많이 따서 한국의 국위선양을 위한다는 생각은 이제는 낡은 생각입니다.
금메달 딴 것은 선수 개인의 행복이고 금메달리스트의 행복이지 국가까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인기 종목을 한국이 잘하는 이유는 엘리트 체육 때문

그런 생각 안 해 보셨나요? 왜 한국은 비인기 종목을 잘할까 하고요. 이런 이유로 우리는 매 올림픽마다 비인기종목만 보다가 올림픽을 끝냅니다. 미국 농구 드림팀의 농구경기도 못보고 테니스 경기 결승전도 공중파에서 보지 못합니다. 

몇몇 인기 있는 세계가 관심을 가지는 경기들을 생중계로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는 경기를 중계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선수들 경기를 중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게 국민의 관심사니까요. 하지만 방송 3사중 1곳에서는 한국선수가 나오지 않지만 아주 흥미로운 대결이자 인기있는 종목을 중계 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모습은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시간에 두 종목에서 한국선수가 출전을 하면 두 종목만 동시에 중계합니다. 
이렇게 한국 선수들의 비인기 종목 중계가 올림픽 중계가 되었는데요. 한국선수들이 인기종목에서 선전하면 경기 보는 재미도 있고 금메달 따는 재미도 있을텐데요. 그렇게 중복되는 경기는 많지 않네요.

4강까지 올라간 축구와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야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금메달이나 메달을 따는 종목은 비인기 종목입니다. 한국이 비인기 종목을 잘 하는 이유는 30년 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88올림픽때 한국은 종합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 했는데 그렇게 높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엘리트 스포츠에 있었습니다. 외국 선수들과 같이 교사, 소방관,경찰등등 자신의 직업이 있고 취미나 사회체육으로 하던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 하는게 아닌 하루 죙일 운동만 하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출전을 합니다. 금메달을 2개나 딴 진종오도 엘리트 스포츠 선수입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진종오는 KT회사 직원입니다. 엄연히 직급도 있죠. 다만 우리 중고등학교 때 운동선수들 처럼 학교 수업은 안듣고 온 종일 운동만 하는 그런 선수입니다. 심권호 선수가 금메달 따고 레스링 선수 은퇴후에 자신의 소속회사인 토지주택공사인가에서 땅 보상하러 다녔다는 이야기도 바로 이런 구조 때문입니다. 

스포츠의 정정당담함으로 따지면 순수 아마츄어 선수와 한국의 온종일 운동만 하는 엘리트 스포츠 선수가 겨루는 것은 공명정대하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외국에도 한국과 같이 온종일 운동만 하는 엘리트 스포츠 스타일이 있고(중국이 그렇죠) 심지어 프로선수들 까지 뛰는게 올림픽이기에 이런 따짐은 한물간 쓴소리라고 할 수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선수가 올림픽에 나가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한국이 엘리트 스포츠를 선택 한 이유는 단기간에 많은 금을 따기 위함입니다. 박정희 정권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리가 쉽게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종목을 찾아보라고 지시했고 그때 찾은 것이 양궁, 레스링등과 같은 비교적 선수층이 얇은 종목을 한국이 집중 육성을 합니다.

혹자는 한국이 격투기를 잘하고 활과 총을 잘 쏘는게 기마민족의 후손이라고 하는 말도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양궁은 한국이 금메달 따기 위한 전략종목으로 택했기 때문이지 민족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이렇게 인기는 없지만 동양인의 신체조건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격투기 종목과  양궁등을 집중 육성시킨 한국은 이 비인기 종목에서 많은 금을 따오게 됩니다

김연아나 야구등 인기도 있으면서도 금메달을 딴 종목은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금메달을 딴 종목은 올림픽이 끝나면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종목입니다.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는 한국 사람들

여홍철이 은메달 따고 펑펑울고 왕기춘이 베이징 올림픽 때 은메달 따고 우는 모습을 외국인들은 신기하게 봤습니다.
은메달이라도 메달인데 메달리스트가 우는 모습을 뜨악하게 봤죠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금메달과 은메달의 그 차이를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 은메달은 금메달과 천지차이였습니다. 과장되게 말하면 금메달은 금값이었지만 은메달은 똥값이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리스트는 무등태워주지만 은메달은 쳐다도 안봤습니다. 돌아보세요. 장미란 선수가 은메달로 인기 끌기 이전에 기억에 남는 은메달 리스트가 누가 있나요?

저 L.A올림픽의 서향순, 김원기는 기억해도 그 L.A올림픽때의 은메달 리스트 기억나시나요?

이렇게 한국선수들은 은메달 따고 울먹이니 금메달 리스트 아니면 모든 선수가 루저라는 생각으로 고국으로 돌아옵니다. 
저는 한국선수들을 보면 좀 불쌍하다고 생각해요.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고 은메달 땄다고 울고(요즘은 달라졌지만) 금메달 리스트에서 축하도 못해주고 울상이 되어서 시무룩하고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들을 보면 금메달 딸려고 운동하는 엘리트 스포츠 스타들의 어두운 모습을 봅니다. 

양학선 선수가 금메달 연기를 하자 모든 경쟁 선수들이 안아주고 축하해주는 그 모습이 너무 인상이 깊습니다. 박태환 처럼 은메달 따도 동메달 따도 같이 환하게 웃고 금메달리스트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들이 너무 보고 좋습니다. 많이 달라졌지만 한국 선수들도 동이건 은이건 금이건 상관없이 아니 메달 못 따도 웃으면서 운동했으면 합니다. 

국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메달리스트만 온통 신경쓰지 말고 메달 못딴 동메달만 딴 선수에게도 박수를 쳐주었으면 하네요
그리고 올림픽 그냥 좀 즐깁시다. 금메달 따지 못 했다고 우울해 하거나 실패라는 생각 하지 맙시다. 메달 못 딴게 무슨 실패입니까? 우리가 지적하고 화를 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들이지 최선을 다해서 지는 것도 아름다운 모습 아닐까요?



올림픽이 전쟁이 아니거늘 항상 우리는 전투적으로 본다. 

마치 올림픽이라는 국가간의 전쟁터에 나가는 선수들을 보듯 하는 한국 사람들, 금메달을 쟁취하고 점령하는 등의 군사용어까지 사용하면서 응원하는 한국사람들. 올림픽은 스포츠 축제이지 메달 전장터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흥분하고 비인기 종목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을 밤을 세워가면서 응원합니다. 그런 모습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깨에 힘을 좀 빼고 너무 민족주의에 빠져서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너무 전투적으로 올림픽을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쓰면 분명히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모욕이라고 하시는 분 계실텐데요. 아닙니다. 금메달 딴 선수들 축하하고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그 감동스토리들을 보고 박수치고 눈물 흘리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다만 우리가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고 금메달에 혈안이 되어서 지켜보는 모습이 과연 좋은 모습인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비인기종목이라는 말 자체가 인기가 없다는 것인데 올림픽에만 반짝 인기를 가지는 것이 좋은 태도인지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또한 현재 같이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것이 옳고 바른 모습인지도 따져봤으면 합니다.  

올림픽이 끝나면 금메달 리스트 선수들은 항상 말하죠. 우리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요. 그렇게 해서 우생순이다 뭐다 해서 반짝 핸드볼 경기장이 만원이었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서 그 반짝 관중 사라졌습니다. 저는 왜 우리가 의무적으로 애국심을 가지고 비인기 종목에 인기를 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기가 없어서 비인기 종목인데 인위적으로 인기를 가질려면 우리가  주말에 펜싱을 하고 유도를 하며 레슬링을 취미로 하며 사격동호회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런 국민이 누가 있을까요?  사회체육에서 대표선수가 나와야 비인기라는 꼬리표가 사라지는 것이지 지금 같이 엘리트 체육에서는 인위적이고 애국심만 가지고 양궁장 가고 레스링 경기장가고 유도 보러 가지 않습니다.

아무튼 여러모로 우리는 올림픽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 또한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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