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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사진/카메라

오토포커스가 사진의 획일화를 가져오다

by 썬도그 2012.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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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카메라 신제품 발표회에서 제 옆에 있던 분이 
"캐논은 다 좋은데 칼 핀 문제 때문에 짜증 나요. 니콘은 핀 하나는 제대로 맞춰요"

???  저는 니콘 제품만 사용하는 유저라서 핀 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칼 핀'이라는 단어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한 10분간 '칼 핀'문제를 저에게 설교를 하더니 제가 큰 대꾸를 안 하자 조용해졌습니다.

'칼 핀'이란 정확한 자동초점을 말합니다. 
대학교 사진 동아리 때 한 선배가 사진을 유심히 보더니 초점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고 화를 내더군요.  핀이 나간 사진은 볼품없죠. 적어도 의도해서 일부러 핀이 나간 사진이라면 몰라도 의도하지 않게 초점이 나간 사진은 좋은 대접을 받기 힘듭니다.


얼마 전에 본 사진 명장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사진전을 보면서 뜨악한 사진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심술궂게 보이는 아저씨의 안경 한쪽이 빛에 반사되는 모습인데 그 반사된 모습에 사진에 긴장감을 줍니다.
그런데 이 사진 핀이 나간 사진입니다. 사진 어디에도 정확한 초점이 맞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은 '로베르 드와노'의 '시청 앞에서의 키스'라는 사진입니다. 이 사진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아서 펜시 제품이나 커피숍의 '이발소 사진'으로 많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도 초점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위 사진의 초점은 남자의 어깨 부분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렇게 흑백 필름 시절의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들 중에는 가끔 초점이 나간 사진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당시에는 자동 초점이 있는 카메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동초점 기능은 참 편리하죠. AF 모드로 놓으면 반셔터만 누르면 아주 빠르게 초점을 맞춰줍니다.
카메라를 처음 다루는 분들이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난관은 이 초점입니다. 예전과 달리 카메라가 반 셔터만 누르면 띠리릭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지만 이 자동초점 기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태반입니다. 반셔터 교육만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반셔터는 쉽게 느껴지는 기술이 아니죠. 

물론 반셔터 한번 설명해주고 카메라를 넘겨주면 대번에 따라서 반 셔터로 찍습니다. 문제는 카메라를 한 달에 많아야 한번 정도 다루다 보니 금방 까먹는 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장롱 속에 있는 카메라로 셔터를 눌러보면 반셔터 개념도 모르고 그냥 냅다 꾹 누르다 보니 간혹 초점이 나간 사진들이 찍힙니다. 그래도 반나절이면 반 셔터 개념을 익히고 초점 정확한 사진들을 찍어냅니다.

그럼 이 일용할 자동초점 기능이 언제부터 카메라에 들어갔을까요? 위키백과 사전을 뒤적여보니 1960년에서 73년 사이에 라이카가 자동초점 특허를 냈고 1976년 포토키아에서  자동초점기술을 선보였고 

 1978년 경 SLR카메라에도 자도초점 기능이 들어가게 됩니다.1970년대 후반 펜탁스 MF-F 라는 모델에서 자동초점 기능이 들어간 제품이 나오고 1983년 니콘은 F3AF라는 기종에서 첫 자동초점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후 미놀타는 Maxxum 7000제품으로 뛰어난 자동초점 속도를 자랑하는 제품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미놀타는 자동초점 속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속도를 보여줬는데 이 자동초점 속도를 2006년 소니가 흡수하게 됩니다. 코니카 미놀타가 2006년 소니에 인수 합병되면서 미놀타의 자동초점 기술이 소니로 넘어가는데 그 미놀타의 DNA는 소니에서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소니 카메라는 뛰어난 자동초점 속도로도 정평이 나 있죠 


사진전을 많이 다니다 보면 사진동아리나 사진 동호회의 사진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 사진들을 보면 하나같이 정확한 초점의 사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90년대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초점 나갔다고 핀잔을 들을 사진이 전혀 없습니다. 초점이 정확하게 맞은 시쳇말로 '쨍한'사진만 보다 보면 식상한 느낌이 납니다.

정형화되고 획일적으로 쩅한 사진들. 누구나 쉽게 달력 사진을 찍는 모습에 사진전을 꼼꼼하게 보기보다는 스치듯 안녕! 식으로 휙 둘러보고 나옵니다. 제가 이렇게 쨍한 사진에 긴 시간을 들이지 않는 모습은 그 쨍한 사진을 찍은 생활사진가 혹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사진을 들인 시간과 비례합니다.

워낙 자동포커스가 보편화 되다 보니 사진을 한 장 찍을 때의 시간도 아주 짧아졌습니다. 뭐든 공을 드리고 시간을 들이면 그 피사체에 대한 생각도 길어지고 관찰시간도 길어집니다. 관찰이 길어진다는 것은 피사체에 대한 관념이나 관점의 시간도 길어진다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매일 보는 흔한 피사체라도 1분이상 들여다 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동초점 기술이 없던 시절은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포커스링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피사체를 관찰하고 좀 더 오랜 시간을 머리속에 붙들어 둡니다. 그러다 보면 피사체에 대한 색다른 생각과 시선이 떠오르게 되죠. 그러나 자동초점 시대에서는 이런 관찰의 시간을 초점 맞추는 빠른 속도에 비례에서 줄어들게 됩니다.

띠리릭~~~~ 찰칵 이라는 1초도 안되는 시간에 피사체를 찍고 이동합니다. 이런 사진에서 깊은 관조를  느끼기는 힘듭니다.
저는 2개의 자동초점 기능이 있는 렌즈가 있고 자동초점이 안되는 단렌즈는 사진을 찍을 때마다 초점링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합니다.

자동초점이 지원되지 않는 렌즈로 사진을 찍을 때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짜증스러기는 하지만 항상 찍고 난후는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시선을 찾을 시간을 제공해 줍니다.

처음에 소개한 유명한 사진작가의 사진 처럼 일부러 초점 나간 사진을 찍으라는 소리는 아닙니다. 의도하지 않고 실수로 초점 나간 사진을 좋게 평가할 수는 없죠. 다만 너무나 자동초점 사진이 난무하다보니 살찍 초점이 나가서 감성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는 사진을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나 쩅한 사진들이 가득한 요즘입니다. 이럴때 의도적으로 초점이 살짝 나간 사진을 나가서 초점이 나간 그  만큼 이야기를 만들고 의문을 만들고 좀 더 몽환적이자 인간적인 허술한면서 정감 가는 감성적 사진이 가끔은 그립습니다.

초점 나간 사진, 일명 B컷이라는 그 사진이 때로는 우리에게 더 각인되기도 합니다.  사진을 너무 쨍하게 찍을려고 하지 마세요. 일부러라도 메뉴얼 포커스 모드로 사진을 찍어 보는 것도 좋은 사진 경험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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