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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광고판 들고 있는 알바를 하는 청년들을 보며 드는 생각들

by 썬도그 201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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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공화국 한국입니다. 일본의 2.4배 미국의 4배인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31.3%나 됩니다. 회사에서 짤리면 닭이나 튀기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한국은 자영업을 회사생활의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많은 회사원들이 퇴사해서 자영업을 합니다.

문제입니다. 너도 나도 음식점과 같은 문턱이 낮은 자영업을 하다 보니 자영업자들끼리 적자를 보면서 출혈경쟁을 합니다. 
그러다 적자를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덩치 큰 음식점은 살아남고 영세 음식점은 문을 닫게 됩니다.

종로의 유흥가를 걷다가 현기증도 났지만, 도시의 심장과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 현란한 광고판을 보면서 우리 집으로 오세요! 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양옆에 DVD 방이 있는 모습을 보면서 파이 나눠먹기를 하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위 사진에서 DVD방 간판이 몇 개나 있을까요?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은 종로라서 어느 정도 수익은 나겠죠.  

한국의 자영업의 문제는 그 숫자도 문제지만 너무 시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입니다. 한때 조개구이가 유행일 때는 골목마다 조개 굽는 냄새가 진동하더니 어느 순간 다 사라졌습니다.  

어제도 가산디지털단지역에 잠시 들렸는데 한 횟집이 간판을 내리고 커피숍으로 개조를 하더군요. 근처에 스타벅스와 몇 개의 커피숍이 있는데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숍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면서 적자생존이라는 가슴 아픈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종로의 한 커피숍에서 종로 유흥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그 거리에 마리오 복장을 한 마스코드가 왔다갔다하고 그 옆에 가면을 쓴 여자분이 광고판을 들고 서 있었습니다.

광고판 내용은 별거 아닙니다. 화살표 모양의 광고판에 멀티방 광고를 하고 있더군요. 그냥 광고판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 봤습니다

아니 왜? 사람이 저걸 들고 있지? 저것도 알바인가?  직업에 귀천이 없고 알바에도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광고판 들고 있는 알바는 아주 질이 안 좋은 알바 같습니다. 하다 못해 회사에서 복사 알바를 해도 배우는 게 있고 남는 것이 있지만 광고판을 들고 있는 알바는 경험을 쌓을 거리가 거의 없습니다. 


돈이면 모든 게 허용되고 가능합니다. 알바비가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면을 쓰고 동물 탈을 쓰고 멀티방 같은 업체를 광고하는 모습은 썩 보기 좋지는 않네요.  

서강대교를 건너면서 한 플래카드를 봤습니다. 나이트라고 하는 유흥업소 광고문구가 달린 현수막을 두 청년이 들고 있던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숍에서 움직이는 광고판 알바를 보면서 왜 저런 알바가 생겼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우연히 인터넷 글을 보니 이 광고가 나온 이유는 길거리에 옥외 간판을 금지하는 서울시 조례로 인해서  예전 같이 옥외 광고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바로 인간 광고판이라고 하네요.  이건 꼼수입니다. 공정하고 공평하게 모두 옥외 광고를 하지 말자고 조례를 정했는데(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조례에 없는 꼼수를 쓰는 모습에 역시! 돈을 벌려면 편법과 불법을 해야 버는구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 편법에 젊은 청춘들을 배치하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 외국인이 이 묘한 거리 광고판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요즘 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노란색의 광고판입니다. 모자쓴 아이가 서 있는 모습인데요. 깃대를 꽂고 서 있는 모습이  규칙적입니다. 잘 모르겠지만 이 노란 쌍둥이들도 혹.. 옥외 광고판 제지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건가요? 

살벌한 세상입니다. 적자생존의 모습을 쉽게 목도하면서 그 적자생존 속에 편법과 새치기에 젊은 20대들이 동원되는 모습이 가슴 아픕니다.  저도 20대 때는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고 간 쓸개 집에 놓고 알바를 했지만  간판알바는 좀 심한 것 같습니다.

알바를 하는 20대들을 탓하는게 아닙니다. 그런 알바를 요구하는 업주들이 너무하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자영업자간의 경쟁이 심하다가 해도 질 나쁜 알바를 생산하는 것은 좀 무책임해 보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시선입니다. 저 간판알바가 양질의 알바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고 저 알바를 하는 분들 중에 좋은 알바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건설적이고 질좋은 알바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럴려면 30,40대 이상의 기성세대들이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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