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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미드나잇 인 파리' 기발한 상상과 달콤한 유머가 가득한 사랑스러운 영화

by 썬도그 2012.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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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파리의 일상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해뜨고 해지고 비가오고 비가 그치고 밝은 햇살 아래  해변가 모래알과 같은 반짝이는 파리의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개선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항상 달콤한 것 같은 '몽마르트 언덕'을 보여줍니다

파리! 한때 너무나 가고 싶어서 파리 여행서적을 뒤적이며 블로그 글을 뒤적이면서 탐닉했던 도시 수많은 예술가들이 예찬하고 예술가들의 도시였던 파리. 이제는 그런 파리가 시큰둥하지만 여전히 파리는 많은 사람들이 꼭 가 보고 싶은 도시로 꼽고 있습니다. 러블리한 파리. 이 파리를 배경으로 뉴요커인 '우디 앨런'감독이 영화를 찍었습니다

뉴욕을 배경으로 영화 찍기로 유명한 이 노 감독이 왜 드닷없이 파리를 찾았을까요? 현재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하는데 이 노감독이 늦바람이 들었는지 뉴욕을 떠나서 파리에서 영화를 찍었고 그 영화가 바로 

'미드나잇 인 파리'입니다. 


인상파 화가의 그림 같은 영화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모네가 수련을 그렸던 '일본 정원'을 보여줍니다.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일본 정원 그 정원에서 소설가 길과 그의 약혼녀이자 갑부집 딸인 이네즈가 포옹을 합니다.

오웬 윌슨도 참 많이 늙었네요. 젋고 탱탱하던 시절 액션영화에 출연했던 그가 이제는 중년티가 풀풀내면서 소설가 역활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더 좋습니다 느슨한 듯한 몸매의 오웬 윌슨과 허리우드에서 아주 잘나가는 여배우인 '레이첼 맥아담스'가 멋진 앙상블을 보여줍니다. 진짜 신혼여행을 온 커플 같기도 하고요. 


소설가 길은 전직 허리우드 작가이지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어 소설가로 변신 했습니다.  길과 약혼녀는 약혼녀 아버지가 사업차 파리에 갈때 같이 파리여행에 등승하게 됩니다. 

너무나 와 보고 싶었던 파리. 길에게 있어서는 파리는 환상의 도시입니다. 길이 흠모하는 수많은 예술가들이 살았던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커플 사소한 것은 잘 맞는데 취향이나 성향은 정반대입니다. 


예를 들어 길은 비가 오면 비를 맞는게 더 좋지 얂냐고 묻지만 약혼녀 이네즈와 그녀의 어머니는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 보면서 비가 오면 우산을 써야지 왜 비를 맞냐는 식으로 말합니다.

길은 너무나 감성적이지만 이 약혼녀는 그런 감성이 업습니다.
이 모습이 너무 공감이 갔던 이유는 제가 그렇습니다. 너무나 감성적이여서 비가 오면 비를 맞는 것도 좋고 길거리에서 발견한 사소한 보석에 즐거워하면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러니 너? 하는 식으로 봅니다. 제가 감성적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더 느껴집니다. 

전 돌연변이인가 봅니다. 보통 여자들이 더 감성적이고 사소한것에 감동하고 그렇다고 하는데 제 주변에는 다 목석 같은 여자들만 있습니다. 제가 그런 여자들만 곁에 두고 있어서일까요? 비가 오면 구질구질 하다고 싫다고 하고 빗소리를 듣기 보다는 예능 프로그램 보는게 더 좋아하는 사람들요.

길도 그랬습니다. 약혼녀는 너무나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면이 없습니다. 

게다가 권위에 쉽게 무릎꿇는 사람입니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소르본느 대학에 다니는 친구커플과 함께 베르사이유 궁전에 갑니다. 여기에 밉상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바로 사진 왼쪽에 있는 폴이라는 인물입니다.

이 폴은 자기잘난 맛에 삽니다. 뭐든지 아는체 하고 잘난척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물인데 한마디로 꼰대입니다. 


심지어 관광 가이드 앞에서 까미유 클로델이 로댕의 정부가 아닌 부인이었다고 폴이 우깁니다. 정말 꼴불견이죠. 
한마디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인데 길은 이 폴이 너무 싫습니다.  이런 폴에게 뭐라고 하면 권위자에게 대든다며 이네즈는 가민히 있으라고 길에게 핀잔을 줍니다. 

길은 파리에 관광을 오긴 했지만 유명한 곳을 돌아다니는 파리의 건축기행이 아닌 그 파리에서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위한 여행을 원하지만 아내는 그런 것 보다는 거대한 하드웨어들을 보고 싶어 합니다. 베르사이유 궁전이나 미술관 같은 곳을 좋아하죠. 

길은 1920년대 파리를 좋아 합니다. 자기가 좋아했던 소설가와 미술가 예술가들이 함께 했던 1920년대 파리를 흠모하죠.
지금은 예술가로 살기 너무 힘들다면서 예술가들의 전성시대이자 예술의 황금시대인 1920년대 파리를 사랑합니다. 

파리에 잠시 왔지만 파리를 여기저기 다니면서 길은 파리에서 아예 살고 싶다고 약혼녀 이네즈에게 말을 합니다. 
그럴때 마다 이네즈는 말도 안된다면서 자긴 미국을 절대 떠날 수 없다고 합니다. 


와인 시음회 파티에서 폴은 또 잘난척을 하며 와인의 맛이 어떻고 뭐가 많이 들어갔고 몇년 산이라고 떠벌립니다. 조금 취한 길은 3명이서 무도회장에 가라고 하며 자기는 혼자 좀 걷다가 호텔에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다 길은 길을 잃습니다. 그때 느닷없이 종소리가 울리면서 오래된 클래식카가 자기 앞에 멈춰섭니다. 길에게 어서 타라고 권유합니다. 느닷없는 차에 타고 어느 파티장에 내린 길


길은 거기서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인  스콧 피츠제널드와 그의 아내인 젤다 피츠제널드를 만납니다.
길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거기에 그 파티에는 콜 포터가 피아노를 칩니다.  황당해하면서 얼떨떨 해 하는 길을 보고 피츠제널드는 다른 곳으로 가자면서 다른 파티장으로 갔는데 거기에서 '헤밍웨이'를 만납니다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공상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20년대 푸조라는 클래식 자동차를 타면 1920년대로 타임워프를 시켜주죠. 왜? 어떻게? 이런거 묻고 따지는 영화가 아닙니다. 길은 대문호인 '헤밍웨이'의 직설적이고 강한 어조에 탐복하면서 자신의 소설을 봐달라고 합니다. 

그 어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소설을 대문호인 헤밍웨이에게 부탁하죠. 헤밍웨이는 자신의 소설을 유일하게 비평할 수 이는 거트루트 스타인(캐시 베이츠)에게 소개해주겠다고 합니다. 

거기서 만인의 연인이자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인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납니다. 길은 이 여자에 반해 버립니다. 약혼녀인 이네즈도 사랑스럽지만 이 애드리아나에게 더 끌립니다. 

이네즈와 취향도 감성도 다른 모습에 식상했던 차에 자신을 알아주고 자신과 취향도 공통점도 관심사도 많은 이 1920년대 아가씨에게 끌립니다. 영화는 이렇게 과거속 연인인 애드리아나와 현재의 연인인 이네즈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주된 갈등 요소입니다. 


1920년대 예술가들을 보는 즐거움. 아는 만큼 즐거움을 더 커진다

피츠제널드, 콜 포터, 헤밍웨이, 애드리아나, 살바도르 달리, 만 레이, 고갱, 모네등 과거의 유명한 파리 예술가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유명 배우가 연기하는 그 과거 예술가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죠. 

따라서 이런 예술가들을 어느정도 알고 있으면 영화는 아주 재미 있습니다. 달리의 오버스러운 행동과 표정들과 직설적인 말을 하는 헤밍웨이, 저는 이 예술가들의 기질을 잘 몰라서 그냥 스치듯 넘겼는데 '만 레이'는 빵 터졌습니다. 생긴게 너무 닮았어요. 제가 유일하게 평전을 읽은 사진가였습니다. 다만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쉬웠죠

이 영화는 1920년대 예술가 어벤져스라고 해야 할까요? 당대 유명한 예술가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는 아주 흥미롭습니다. 앨런 감독 정말 위트있는 감독이예요. 어쩜 이런 깜찍한 발상을 했을까요?  

하지만 이런 달달함만 준다면 나중에는 식상하고 지루하겠죠. 이 영화의 핵심 갈등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어린시절 뛰어놀던 그 골목길과 비오던날 처마 밑에서 비를 함께 피할때 친구 머리위로 떨어지는 그 빗줄기와 친구와 함께 뛰어놀던 교정의 흙먼지 까지도 우리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그러죠. 그래도 박정희때가 좋았어. 전두환때가 좋았어... 
하지만 이건 착각입니다. 정말 그 박정희때로 전두환때로 그 어른들을 타임워프 해서 데러댜 주면 1주일도 견디지 못할 것 입니다. 푸세식 화장실에 비포장도로도 많고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송충이하며 매연 가득한 거리, 한강 지천에는 똥물이 흐르던 그 시절을 견뎌할까요?

우리의 뇌는 참 간사합니다. 과거를 기억할려면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모두 함께 기억해야 하지만 이 뇌라는 녀석은 나쁜 기억과 거부하고 싶은 기억은 삭제해 버리고 좋은 기억은 증폭시켜서 지워진 나쁜 기억의 공간을 채워 넣습니다.

이걸 바로 '무드셀라 증후군(Moodcela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과거는 항상 아름답다는 착각을 오늘도 우리는 술한잔 하면서 "그때가 좋았지"라고 말하죠.



추억은 고통스러운 현재의 부정 이라는 말처럼 소설가 길은 자꾸 1920년대에 살고 싶어 합니다. 예술의 가치도 몰라주는 연인과 그 연인의 부모들과 사느니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예술과 들과 함께 살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영화 여기서 아주 재미있는 대답을 해줍니다. 그 대답은 직접 영화를 보세요. 그 대답에 역시 앨런 감독이시다. 이 명감독이 말하는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항상 우리는 과거속에서 살죠. 
사람들이 저보고 그럽니다. 추억으로만 사는 것 같다고요.  맞아요. 제가 좀 그런 경향이 있고 제 블로그에도 80년대 90년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무드셀라 증후군에 걸린 것은 아닙니다. 전 기억을 적는거지 아름답고 달달한 것만 적은 추억을 적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80,90년대의 서슬퍼런 시대상을 담고 있고 요즘 20대 청년들이 경험하지 못한 그 살벌한 80년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위트있고 센스 있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박장대소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코메디 연출에 탁월한 '우디 앨런' 감독 답게 소소한 유머들과 위트를 밑그림을 잔잔하게 깔아 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폴이 피카소 그림을 보고 잘난 척을 하자 어제 밤에 만난 피카소의 이야기를 술술 폴 앞에서 말합니다. 


브루니도 그렇습니다. 박물관 가이드로 나오는데 누구랑 참 닮았다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검색해보니 내 예상이 맞았네요. 한때 프랑스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그 브루니네요. 앨런 감독은 아주 짖꾿은 질문을 하게 합니다.

길이 현재의 애인과 20년대의 흠모하는 여자 사이에서 갈등할때 로댕의 예를 들면서  프랑스에서는 부인이 있는데도 정부랑 사랑하는게 가능합니까? 라고 묻죠.  아시겠지만 브루니는 니콜라 사르코지의 정부였고  사르코지가 부인과 이혼하고 브루니와 결혼합니다.

그게 프랑스식 사랑법이냐는 식으로 묻는데 보통은 이런 질문을 하기 힘들지만 브루니 입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아! 이 감독의 재치와 위트는 감히 따라갈 수 없습니다. 

또한 앨런 감독은 허리우드 영화를 많이 비꼬는데요. 길이 허리우드 작가이지만 순수문학을 하고 싶어하는 모습이나 볼때는 재미있지만 다음날 배우가 누구였는지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 못하는 허리우드 영화를 비판한 모습 그리고 그냥 그런 밋밋한 해피엔딩 대신에 그만의 엔딩을 내놓습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엔딩씬. 전 이 장면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취향이 다른 사람과 평생을 살아야하지?
그걸 왜 견디고 감수해야 하지?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나와 생각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하는게 행복 아닐까요?

부부는 서로 다른 점에 서로 끌리기도 하지만 그건 아주 강력한 끌림이 아니면 쉽게 어긋나서 서로를 찌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취향이 같고 사고방식이 같고 성향이 같다면 연인의 잘못도 금방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쉽게 풀어지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의 능력을 보고 외모를 보고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커플 대부분이 이혼하고 결혼생활을 해도 평생을 싸우면서 지내거나 드라마 추적자 처럼 각자의 삶을 영위합니다. 

길이 몽 생 미셀로 떠난 약혼자와 가족을 뒤로한채 세느강변을 걷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는 많은 고민을 했겠죠. 
취향이 다른 약혼녀와 결혼하느니 취향도 성향도 비슷한 20년대의 여자를 위해 과거로 돌아갑니다. 

한번 그런적이 있어요. 매달 고등학교 동창들과 술자리 모임을 하는데 취향이 저와 너무 다 다릅니다. 저와 취향이 같은 친구가 한명도 없다보니 그 모임이 스트레스입니다. 한번은 나가기 싫어서 안나갔더니 섭섭하다느니 날 제명하겠다는 약간의 협박도 하던데요. 그 협박이 무서워서 그렇게 10년간 취향이 맞이 않아서 전시회 이야기나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도 한적 없고 맨날 술만 드립다 마시고 가벼운 이야기만 하는 모습에 폭발을 했습니다.

대놓고 말했죠. 난 이 모임과 취향이 너무 안맞고 같은 반 친구라는 이유로 10년간 매달 만났는데 이제는 이 모임이 스트레스라고요. 내 취향에 너희들이 맞추기 보단 내가 너희들 취향에 맞추고 살았는데 이젠 못견디겠다 오늘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건 알아줬으면 한다고 술먹고 퍼부었더니  친구들이 황당해 하더군요.

아니 너 취향이 그런거였냐? 왜 그럼 숨기고 살았냐? 라는 말이 돌아오는데 할말이 없었습니다. 숨기고 살다니 내가? 니들이 언제 내 취향이 뭔지 알아볼려고 노력이라도 해봤냐? 라고 대답했고 이후로는 그냥 편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편하게란 친구들이 다 좋아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노래방이나 유흥주점을 안가는 것이고 안가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엔딩이 나에게 더 아름답게 느껴졌던 이유는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랑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서로 풍경을 공유하는 것이지  서로 마주보고 말하는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러블리한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1920년대 예술가들을 알면 더 재미있고 몰라도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추천합니다.  아쉬운게 있다면 영화포스터에 있는 고흐는 왜 안나왔을까요? 고흐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영화에서는 안나옵니다. 

영화는 파리예찬가였습니다. 파리가 아름다운 이유는 고통스런 현실을 피하기 위한 일탈이기에 아름다운이유도 있고 우리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도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영화에 대한 물음도 살짝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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