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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자물쇠로 잠긴 봉제공장의 화재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

by 썬도그 2012.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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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 발길을 멈췄습니다. 이거 뭐지?  그린힐 화재에서 22명의 딸들이 죽다 라는 이 그림은 김인순 작가의 작품입니다. 
제가 이 그림에 발길을 멈춘 이유는 다른 그림과 달리 제목이 너무나 구체적이었습니다.

지금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한국의 70,80년대 민중미술전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80년 당시의 민중화가들의 절규속에서 마음이 우울했는데 이 그림은 절 멈춰서게 했습니다.

그리고 검색해 봤습니다. 어떤 일이 일었던 걸까?


1988년 3월 25일 안양시 비산1동 그린힐 봉제공장에서 화재가 나서 여성 노동자 28명중 22명이 화재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있네요. 이 여성 노동자들은 3.7평의 방에서 5~8명씩 새우잠을 자면서 이을 했는데 폭력배들이 들어올지 모른다면서 쇠창살을 내리고 밖에서 문을 잠구고 아침에 경비원이 쇠문을 따주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더구나 계단에는 인화성 물질이 강한 케시미론 섬유들이 쌓여 있었고 여성 노동자들은 세면장의 환풍구를 통해서 탈출을 시도하다가 그 밑에서 질식해 죽었습니다.  남은 생존자는 회사에서 치료를 방치하다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다니다 병원에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흠... 88년이면 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시절이네요. 
믿기지 않는 뉴스지만 88년에도 저런 환경에서 우리의 누님들이 동생과 식구들을 위해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했습니다. 
지금은 노동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청년들을 보고 있노라면 또 하나의 창살에 갖힌 청춘들이 생각나네요. 

제가 화가 나는 이유는 불이야 날 수 있고 노동환경도 노동환경이지만 왜 창살로 가두어 놓느냐는 겁니다. 왜 그러는 겁니다. 제가 이 사건을 읽으면서 얼마전에 본 사진이 생각나더군요




20세기 초 미국의 노동환경도 참 열악했습니다. 10살짜리 소녀가 방직공작에서 실패를 돌리는 사진을 루이스 하인이 카메라에 담아 미 정부에 보고 했고 아동인권의 심각함을 알게 됩니다.  아동인권도 문제였지만 이민 노동자들의 인권도 심각했습니다.

1911년 3월 뉴욕 최대의 섬유직물회사인 트라이앵글 블라우스사는 브라운 빌딩의 8,9,10층을 사용 했습니다. 
어린 여자 직공들 5백명이 근무를 했습니다. 나이는 13살 부터 23살의 여성들과 이민자 출신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공장 8층에서 불이 났습니다.  중역실이 있는 10층의 여자 직공들은 무사히 탈출 했지만 9층에 있는 260명은 이 화재 사실을 몰랐습니다. 공장주는 평소에 여자 직공들이 물건을 훔칠까봐 문을 잠궈 놓고 있었습니다. 



60여명의 여자 직공들이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려 죽었으며 다른 근로자들은 화장실과 문 앞에서 숨진채 발견되었습니다. 


총 146명의 사망자가 나온 끔직한 사고였습니다. 이후 뉴욕시는 화재, 안전 법령을 만들었으며 노동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게 된 화재사건입니다. 


1911년 미국  그리고 1988년 한국 그리고 이 참혹함은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 다큐를 보는데 아이들이  잘사는 나라 아이들의 장난감을 직접 만들고 있더군요. 하루종일 작업을 해서 저가의 장난감을 만드는 모습에서  세상은 공평하긴 글러 먹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가 입고 신는 신발도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대부분이고 그 나라의 노동인권은 60,70,80년대의 한국 1910년대의 미국과 다를게 없습니다.  

2010년 H&M의 가디건과 점퍼를 만드는 방글레데시 공장에서 불이나서 21명이 죽고 50명이 다쳤습니다. 이 화재에도 위 사건과 똑 같이 자물쇠로 문을 잠궈서 더 큰 인명피해를 받았습니다. 

왜 그렇게들 문을 자물쇠로 잠급니까? 인간에 대한 대우 보다는 수익에만 추종하는 자본의 추악함까지 말하고 싶지 않지만 
인간의 우둔함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생명은 고귀한 가치라고 하지만 솔직히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비싼 생명이 있고 싼 생명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자물쇠와 화재 그리고 여성 근로자들, 

뉴욕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중국으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흘러가는 핏빛 조류를 보고 있노라면 긴 한숨이 나옵니다.
이렇게 100년 동안 비슷한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돈입니다.
돈 더 많이 벌려고 문을 잠근 것 입니다.  물건 훔쳐갈까봐 기숙사 문을 잠그는 회사나 공장문을 잠근 회사. 또한 관리를 위해서 문을 잠그는 모습은 닭장속의 닭 취급하는 모습과 다를게 없습니다. 수익을 위해서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서 인간을 동물 취급하는 추악한 악덕 기업주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추악한 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 입니다. 

제발 기업들이 노동자들이 하나의 도구가 아닌 직원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소중한 딸과 아들이라고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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