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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서울여행

개발이 무너진 자리에 피어난 금천 주말농장

by 썬도그 2012.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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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금천구에 대해서 쓴소리나 비판의 목소리를 몇번 담았습니다. 금천구청 호화청사와 유동인구도 거의 없는 곳에 255억짜리 폭포를 비판 했습니다.  솔직히  안양에서 금천구로 넘어서 올라가는 시흥고개에 무슨 사람이 많이 다닌다고 200억이 넘는 돈을 거기에 쏟아 부었나요. 물론 근처 주민들에게는 좋은 휴식공간일 수도 있지만 정확하게는 주민들이 아닌 차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잠시 눈요기 꺼리죠. 그 돈이면 금천구청역 앞에 육교나 좀 설치하세요. 매일 같이 거기 사람들이 무단횡단하잖아요. 


어딜가나 전시행정이 판을 치는 요즘입니다. 공무원분들이 좀 더 세심한 행정을 했으면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금천구를 비판하면 금천구민들이 제 블로그에 와서 왜 남의 동네를 가지고 비판하냐며 너 어디사냐고 합니다. 황당하죠. 저도 금천구에 삽니다. 그런데 금천구민은 금천구 비판하면 안되나요? 오히려 건전한 내부비판은 썩음을 몰아내는 역활을 하고 보죠. 물론 잘못된 정보에 의한 비판은 비판이 아닌 비난이겠지만 전 어디까지나 신문에 나온 기사를 가지고 글을 씁니다.

이런일은 제가 사는 곳만 그런게 아닙니다. 제가 다른 지역에 가서 칭찬과 비판을 같이하면 꼭 비판한 내용을 가지고 화를 내십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한것이면 지적하면 제가 수정하지만 단지 자기들 비판했다고 화를 내는 모습은 천박스럽기만 합니다.

이건 마치 빠순이들이 이유이는 비평 비판도 감싸는 빠순리즘 아니겠습니까?
왜 다 큰 어른들이 빠순리즘에 빠질까요? 그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됩니다. 바로 아파트값이라는 돈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지역을 비판하면 그 지역 이미지가 나빠지고 이미지가 나쁘면 아파트값 떨어지기 때문에 불같이 화를 냅니다. 

금천구는 잘사는 동네가 아닙니다. 뭐 전국이 강남보다는 못사는 동네라고 하지만 서울에서도 금천구는 잘 사는 동네가 아닙니다. 잘 살지 못하는게 창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꽤 많죠. 하지만 정직한 가난은  위선과 거짓의 부자보다 떳떳합니다. 

절대빈곤층은 거의 멸종이고 대한민국 평균소득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대빈곤층이 많은 지역이죠.  거기에 대형병원 하나 없고 백화점 하나 없고 영화관이라고는 딱 하나 있는 정말 안양보다 못한 시설로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는 지역입니다. 

전 걱정이 되는게 학생들이 금천구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떨어지는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 문화시설 쇼핑시설들이 부족한 것은 언젠가 매꾸어질 것 입니다. 돈은 수평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 특정한 서비스가 없다고 하면 언젠가는 생기게 됩니다. 다만 그 시간이 빠르냐 느리냐의 차이죠

이렇게 낙후된 지역이면 복지가 피어냐야 합니다. 복지는 투자의 개념이 아닌 든든한 안전망이 되어줄때 지역주민들이 힘을 내고 용기를 내고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전 구청장은 폭포공원에 220억이나 들이고 호화청사 등등 오세훈,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같이 전시행정과 눈에 보이는 토건행정만 했습니다. 아무리 220중 시비가 155억이 들어갔다고 해명해도 구비인 70억은 무슨 옆집 강아지 이름입니까? 폭포도 여름인데도 틀어놓지도 않아요. 틀지도 않을 거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정말 이런 행정을 하니  구민들이 구청에 좋은 시선을 보내겠습니다

이런 금천구에 희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2007년인가 2008년인가 금천구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던 육군 도하부대가 지방으로 이전하고 금천구청역 대한전선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등 금천구청역을 주변으로 큰 땅이 생긴 것 입니다. 금천구의 유일한 대형 평지가 생기자 LH공사는 금천구심개발을 제한합니다. 

대한전선, 롯데알미늄,도하부대등 대형 공장과 부대가 떠난 자리에  대형종합병원, 아파트, 사무실, 상가등등 대형 건물이 들어서고 금천구청장에 따르면 70층짜리 인텔리전트 빌딩을 짓고 5성급 호텔에 1천 병상의 대형 병원등등등 엄청난 개발을 말했습니다. 이게 2009년도 입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얼마전 LH공사가 나와서 개발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에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고 LH공사가 재정적자가 심하고 개발해봐야 수익도 나지 않고 오히려 주민들은 2,3억의 돈을 더 내야 새 아파트로 이주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면서 개발 해야 적자라며 개발 포기 선언을 했습니다.  금천구민들의 장미빛 개발 계획이 다 사라졌습니다.  LH공사가 신나게 아파트 짓고 개발 하다가 개발이라는 광풍이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발을 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땅을 놀린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규모 개발은 사라지고 개별적으로 개발에 들어 갈 듯 합니다. 대한전선부지는 대한전선이 알아서 빌딩을 세우던 복합상가를 세우던 뭔가 올릴테고 도하부대 지역은 JP홀딩스에서 알아서 뭔가 올리겠죠. 지역입지가 좋고 그냥 놀리면 이자를 계속 물려야 하기에 뭔가 개발을 할 것 입니다. 이게 바로 금천구의 요즘 모습입니다

전 오히려 개발 포기가 좋습니다. 개발해봐야 그 수익은 다 외지인들이 가져가고 돈 많은 부동산 업자들이 빨아갑니다.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니까요. 뭐 금천구청 호화청사라고 제가 지적하니까 그 지역에 천지개벽할 개발이 일어나면 금천구청은 상징성이 있다고 하던 분들이 생각나네요.  만약 그렇게 개발을 했다고 칩시다. 그래서 금천구의 아파트 값이 몇달 만에 1억,2억이 뛴다고 칩시다. 

강남 안보입니까? 17억가던 아파트가 9억까지 떨어지는거 1,2억이 단박에 오를 수는 있겠죠. 그러나 평생 금천구에 살거면 그 1,2억 다시 떨어집니다.  개발해서 아파트 값 1.2억 오른다고 좋아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업자들이고 1,2억 오르자마자 아파트 팔고 다른 지역으로 갈 사람들에게만 좋지 평생 살 분들에게는 별 도움도 안됩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이 지역 이야기만 하면 말이 많아지네요. 

몇주 전에 금천구청 12층 강당에서 금천구청이 주최한 구심개발 설명회가 있었습니다. 설명회가 아닌 개발포기 선언문을 낭독하는 자리였죠. 구민들의 반응은 그냥 그랬습니다. 상황을 잘 아니까 무덤덤하게 보더군요. 한 할아버지는 LH공사 과장인지 아무튼 그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십니다. 

지금까지 3년동안 개발지역으로 묶어놓고 이제와서 못한다? 그 보상은 안해줄거냐고 따지는데 정말 LH공사 밉상이죠. 그냥 자기들 땅 자기들이 알아서 개발하게 하지 뭐 대형 개발 어쩌고 하더니 결국은 적자재정에 발목잡혀서는 내빼는 꼴입니다.

그나마 보통 이런 개발 포기 선언에는 LH공사 관계자들이 안오는게 관례인데 금천구청에서 특별하게 모셨다고 합니다. 아주 상전노릇 제대로 합니다. LH공사 SH공사 이 공사들이 전국에 싸 놓은 똥무더기가 한둘이 아닙니다. 가든파이브 아직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느다고 하잖아요. 거기서 런닝맨 한번 해주면 대박이겠네요

송도도 개발 후 제대로 운영이 안되서 런닝맨이 찾아가던데 가든파이브(했나? 요즘 안봐서)도 런닝맨들 뛰어다니기 딱 좋은 곳 입니다. 

그 개발포기 낭독을 듣고 나오면서 본 대한전선 부지입니다. 운전면허 학원과 함께 큰 공터가 있죠. 저기가 개발 지역이었습니다. 3년 내내 서울시가 시흥개발지구라고 병풍으로 쳐 놓고 있더니 결국 개발을 못하게 되었네요. 아마 내년에는 대한전선이 알아서 개발할 듯 합니다. 개발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소규모로 개발해야지 뭘 싹 밀고 대형으로 하는 것은 별로입니다. 대형개발의 이익은 대형 지주에게나 도움이 될 뿐이죠. 물론 근처 지역 주민에게도 큰 도움이 되고 아파트 값 오르겠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광명시도 개발하다가 만 곳도 수두룩한데 대형 개발해봐야 제2의 송도가 될 것 입니다. 더군다나 유동인구가 많은 가산디지털단지와 금천구청은 서로 연계가 되지 않습니다. 

그 가산디지털단지의 직장인들이 이 금천구청 쪽으로 오지 않고 그냥 출퇴근만 가산디지털단지에서 할 뿐이고 그 수혜는 다리건너에 있는 광명시에게 모두 돌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천구청 지역만의 생태계를 따로 구축해야 하는데 유동인구가 많지 않는 지역입니다. 뭐 개발하면 늘긴 하겠지만 폭발적이지는 않겠죠. 따라서 각자 조금씩 개발하는게 낫다고 봅니다. 개발해서 유동인구가 늘면 더 개발하고 개발하고 해야지  몽땅 개발하고 유동인구 안늘어서  노는 사무실과 가게가 즐비한 공실율 높은 모습을 보이면 그냥 다 망하는 것 입니다. 

제가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하는 이유중 하나는 금천구의 유일한 복합건물이자 멀티플렉스관이 있는 '시티렉스'건물의 공실율이 5년이상이 지났지만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는 모습 때문입니다. 거기 층층마다 돌아다녀보면 문 닫은 사무실과 가게가 엄청납니다. 1층도 놀고 있는 곳이 있을 정도니 말 다했죠. 소비자 구매력이 좋은 지역이 아니고 구매를 한다고 해도 보통 안양이나 영등포 쪽으로 많이 나갑니다. 

아무튼 개발은 작게작게 계속 하는게 좋다고 봅니다. 부동산 이야기 그만할께요. 

이 대한전선 부지에 금천구청이 올해 초 주말농장을 하기로 했습니다. 대한전선에 양해를 구하고 구민들의 신청을 받아서 작은 텃밭들을 분양했습니다. 저도 신청했지만 똑 떨어졌네요. 

금천구 주민들이 주말마다 심은 농작물을 키우고 따가는 주말농장에 저도 들어가 봤습니다. 


가지나무네요. 어렸을 때 집 앞에 텃밭들이 많았고 반찬이 없으면 텃밭에 있는 깻잎따다가 먹곤 했는데 어렸을때는 깻잎을 왜 먹나 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즐겨 먹지만 어렸을때는 그게 정말 맛없었습니다. 물론 가지도 물컹한게 짜증나는 맛이였죠



토마토가 익어가고 있네요. 

벼농사도 합니다.


추도 싱그럽네요. 이 주말농장은 제 기억으로는 한 텃밭당 3만원인가 받고 비료와 작물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고 하는데요. 떨어진게 너무 아쉽습니다.  저도 하나 있었으면 매주 갈텐데 좀 아쉽네요




규모가 상당했습니다. 시골의 농장 보다 더 커 보입니다. 도심에 이런 대규모 텃밭이 있다는게 믿기지 않죠. 
박원순 서울시장이 노량진 근처에 있는 노량대교 중간에 있는 노들섬에 텃밭을 키울려고 하던데요. 거기도 오세훈 전 시장이 오페라 하우스를 짓는다고 설계까지 다 해놓고 서울시의회가 반대하자 시민구좌 만들어서 하겠다고 했었죠

만약 그거 했었으면 또 하나의 흉물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먹튀 오세훈 전 시장은 영국에서 뭐 하고 있을까요?


이리저리 부러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데 '가지 마음대로 따가지 마세요'라는 푯말이 보입니다. 아니 여기서도 서리가 있단 말입니까?  전 이 주말농장이 사람들 마음과 심성을 곱게 할것 같아 좋아했습니다.

생명을 키워본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죠. 따라서 아이들에게 화분하나 선물해 주세요. 동물도 좋지만 식물 키우는 재미를 알려줘 보세요.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될 것 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면 폭력의 무자비함도 느낄 것 입니다


가족 텃밭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단체들의 텃밭도 많고요



외형은 정말 멋진 금천구청입니다. 이제는 호화청사라는 말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중 하나는 저 청사건물이 구민들에게 많이 개방되었습니다. 구청장이 바뀐 이후에 구민강좌도 늘었고 수시로 강연도 많이 합니다. 1층은 북카페도 있고요. 
주말에는 금천구청이 하나의 거대한 오두막이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구민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다만 옥상정원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했으면 하네요. 

가뭄의 나날입니다. 4대강 하면 가뭄걱정 없다고 해 놓고 정작 대가뭄이 시작하자 대통령은 홍수걱정은 없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서 농민들의 분통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참 말도 화나는 말만 골라서 해요


호박잎 같네요. 수박인가? 어렸을때는 매일 보던 호박잎 푹 삶아서 쌈으로 먹기도 했는데 20년 넘게 제대로 본적이 없는지 호박잎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잎들이 말라 보여서 물을 줘 봤습니다


물을 뿌려주었는데요. 물론 제 텃밭은 아닌 다른 분의 텃밭입니다.  뭐 관리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물을 주시겠지만 매주 찾아오지 않는 분들도 있기에 그냥 몰래 물을 줬습니다. 


개발이 물러간 자리에 텃밭이 피어났습니다. 이 텃밭은 한해살이로 내년에는 아마도 대한전선이 대규모 개발을 할듯 하네요. 뭐가 들어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금천구에 부족한 편의시설들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 

특히 육아나 보육관련 시설이 많아졌으면 하네요. 짐보리 같은곳은 아이들 엄마들에게 아주 각광을 받고 있는데요.  금천구에도 하나 있었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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