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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60층인 빌딩이 63층 빌딩으로 변한 80년대의 희극

by 썬도그 201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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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고 야무지게 매일 보고 있는 드라마 '추적자'에서 어제 뜬금없이 63빌딩 이야기를 하더군요. 
63빌딩 높이가 60층이라고 주장하는 말에 여형사는 어이없어 합니다.보통 사람들은 63빌딩 63층으로 알고 있습니다. 63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니까 당연히 63층 아닐까요? 하지만 틀렸습니다. 63빌딩은 60층 빌딩입니다

80년대 고속 성장의 상징물이자 서울의 랜드마크 건물인 63빌딩

지금이야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3%다 4%다 많아야 5%라고 합니다. 한국은 이제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고 있고 이런 낮은 성장률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게 나쁘다고 여기는 이유는 지난 60~80년대의 초고속 성장을 목도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70,80년대는 20% 이상의 초고속 성장을 했고 80년대도 70년대만은 못하지만 10% 이상씩 꾸준히 성장을 했습니다. 80년대 그렇게 대학생들이 데모를 했어도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은 모두 못가더라도 중소기업 정도는 다 갈 수 있었습니다. 취직율 나빠서 고생하지는 않았을 정도로 경제가 활황기 였습니다. 이렇게 한국제품(대부분 하청이었고 지금의 중국과 같은 저가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해외에서 달러를 벌어들여오니 한국은 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와 같았던 한국은 고속성장을 하지만 고속성장을 드러낼 랜드마크가 없었습니다. 

이때 만들어진게 바로 63빌딩입니다. 85년 여의도 구석진 자리에 우뚝 올라가던 63빌딩은 총 공사비 1천800억이 들었고 연인원 1백만명이 동원되어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한화그룹이 인수한 대한생명이 이 건물의 주인이었죠.

지금 봐도 63빌딩은 멋있는 빌딩입니다. 통유리는 햇빛을 반사하는 번쩍이는 외형으로 어렸을때 학교에서 돌아와서 내 방에서 공부하고 있으면 뭔가 번쩍이는 빛이 들어오는데 그 빛을 따라가보면 63빌딩의 유리벽에 반사된 저녁 노을 빛이었습니다. 참 황홀했죠. 이 63빌딩은 80년대 한국의 랜드마트이자 지금도 한국의 랜듬크이기도 합니다

당시 인기 있었던 '달려라 하니'라는 만화에도 등장할 정도로 부국한 나라로 달려나가는 한국의 상징물입니다. 또한 가장 높은 빌딩이었습니다. 해발 264미터였으니까요. 

지금이야 도곡동 타워펠리스(263미터)와 목동 하이페리온(256미터)와 송도의 동북아 무역센터(305미터) 에게 밀려서 국내 1위자리는 물려줬지만 그 상징성 만큼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60층 빌딩인 63빌딩이 63층이 된 이유

63빌딩은 60층 빌딩입니다. 이 빌딩이 63층 빌딩이 된 이유는 다름아닌 과시욕 때문입니다.
한국 사람 과시욕 정말 많죠. 어려서부터 과시를 몸으로 익히면서 사는 민족 같습니다. 새로운 신발이나 새제품 사면 으스되고 싶어서 괜히 들고나가서 은근히 자랑하거나 대놓고 자랑하죠.

친구들이 워~~~~ 해주면 우쭐해지곤 하는데요. 이런 모습은 늙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뒷산 올라갈때 에베레스트산에 가는 수백만원짜리 등산복 입고  여의도 한강정도 마실 다녀오면서 수백만원짜리 자전거 타고 다니고  사진실력도 없으면서 초보가 수백만원짜리 DSLR들고 다니는 것 아니겠습니까?

63빌딩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 거대한 빌딩을 올렸는데 이게 동양 최고의 높이의 빌딩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신쥬쿠의 션사인 빌딩이 재수없게도(?) 60층이었습니다. 높이는 션사인 빌딩 보다 25미터가 높았지만 층수는 동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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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최대라는 수식어가 붙이고 싶었던 한국, 꼼수를 쓰다

지금은 듣기 힘든 소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동양최대, 신해철이 이끈 넥스트의 1집에 보면  도시인이라는 노래가사에 이런게 나옵니다. '동양최대' 80년대는 세계최고보다는 동양최고, 동양최대등 아시아권에서 1위를 하고 싶었던게 한국입니다

지금이야 아시아의 별을 넘어 몇몇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놀고 한류다 뭐다해서 한국은 탈아시아를 지속하고 있지만 당시는 한국문화는 후질근했고 삼성이나 LG전자 제품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뭐 저가 제품으로 인식하던 시기였으니까요.  특히 문화쪽은 홍콩스타들이 접수했다고 할 정도로 지금의 한류가 중국등 아시아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 처럼 미국이나 홍콩스타가 한국 청소년을 혹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최고이고 싶었던게 한국이었습니다. 그러나 야심차게 만든 빌딩인 63빌딩이 짜증나게도 일본의 60층짜리 션샤인빌딩과 같게되자 꼼수를 생각해냅니다. 그 꼼수란 지금 생각하면 쪽팔린  지하 3층을 층수에 넣어버립니다.

아니 빌딩 층수에 지하층까지 넣는게 어디있습니까? 엄연한 편법이며 반칙입니다. 그러나 동양최고이고 싶었던 한국은 이걸 그냥 가볍게 무시하고 지하3층 + 지상 60층 =63층이라는 망측스러운 계산법을 내밉니다.  남들이 조롱하던 말던 국민들의 애국심 고양과 한국의 자부심만 세워주면 되었던 시기이고 이런 편법을 말하는 언론도 없었습니다

86년 아시안게임, 88올림픽때 얼마나 많은 민족주의가 범람했습니까? 독재정부는 현 정부가 북한을 이용한 북풍을 했듯이 민족주의 고양을 국정기조로 삼았고 그런 기조에 대해서 어떤 언론도 날서게 비판도 안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60층짜리 빌딩은 63빌딩이 되었습니다

드라마 추적자는 권력자를 심판하는 소시민의 이야기입니다. 추적자 연출자나 시나리오작가가 그것까지 헤아리고 63층 빌딩을 60층이라고 말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우리는 실제의 높이도 제대로 모른체 권력자들의 농간에 60층짜리 건물을 63빌딩이라고 수십년째 부르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 속여먹기 쉬운게 권력자들입니다. 솔직히 63빌딩 작명을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정부의 입김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튼 80년대의 희극입니다. 

어차피 우리는 보여주는대로 보고사는 우민들입니다. 꿈보다 해몽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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