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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동기고 동창이면 무조건 친해야 할까? 스트레스 받는 한국식 인간관계

by 썬도그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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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XX중학교 나왔어요?
네 XX중학교 나왔어요
저도 XX중학교 나왔는데 야 우리 동창인데 말 놓자
어 그래!

이후 그 직원과 말을 놓게 되었습니다. 먼저 입사한 그 직원은 저와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그렇게 말을 놓고 지냈지만 더 친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 직원은 저와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전 낯을 많이 가립니다. 저도 한때는 제 성격을 속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인간관계를 넓혔고 한때는 어떤 자리에 놓아도 잘 어울리는 카멜레온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조용한 모임에서는 조용하고 고품격인 인간인 척 하다가도 놀아줄 때는 화끈하게 막춤과 분위기 메이커 역활을 했고 언젠가 부터 어색한 자리가 생기면 절 먼저 찾았습니다. 전 내성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의 생리를 좀 안 후 대학에 간후 사진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성격을 많이 변화시켰습니다. 좀 더 활달하게 바꾸었습니다. 술의 힘을 많이 빌렸죠. 

술 먹고 취기에 객기도 부려보고 선배들 앞에서 뿌잉뿌잉도 했죠. 다음 날 동기들은 외모와 다르게 잘 논다며 칭찬인지 부러움인지 의아함인지 모를 감탄사를 보내곤 했습니다. 고백하자면 그때의 객기와 활달함은 제 성격이 아닌 모두 인간관계를 넓히기 위함이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40대에 은퇴해서 자영업이나 치킨집이라도 운영할려면 밑천은 마당발 같은 인간관계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요. 그 생활을 하면서 즉 내 성격을 속이고 내 정체성을 속여가면서 억지로 억지로 활달하게 지내다보니 제 속은 병들었습니다. 결국은  술먹고 다 토해버렸습니다. 

"이게 내 모습인지 모르겠다"
":솔직히 니가 나 불러도 나가기 싫을 떄도 많어. 하지만 인간관계를 위해서 나가기 싫어도 참고 나간거야. 나가서 광대짓 하고 바보짓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그게 인간관계인줄 알았어. 나를 속이고 남 비위나 맞추면서 살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아니야. 난 그런 술자리 다 싫어"

이 토악질은 고등학교 동기들 모임에서 했습니다

약 20년 된 고등학교 동기모임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모나지 않는 녀석들이라서 지금도 만나고 있는 동창동기입니다. 모임은 8명입니다. 고백하자면 이 8명 중 저와 영혼의 주기율이 비슷한 친구는 한명도 없습니다. 제 취향과 성격은 대충 이렇습니다

따지기 좋아하고 색다르게 보는 것 좋아하고 잘못된것은 바로 지적하고 두루뭉수리 하게 세상에 순응할려는 것 못 견뎌하며 지루한 것 너무 싫어하고 했던말 또하는 것 저주하면서 책이나 사진등 문화생활을 즐겨하며 배기량 높은 차량 몰고 다니면서 으스되지 않고  연봉이 많던 적던 그걸 무시하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추구하는게 제 성격입니다. 이성관계는 보수적이지만 생활은 진보적이죠.

하지만 이런 제 성격이나 취향과 비슷한 친구는 안타깝게도 한명도 없습니다. 모두 문화와 담 쌓고 살며 책이나 작은 영화를 즐겨 찾는 친구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30,40대 처럼 외형에 취중하며 으스되고 친구이지만 서로 비교하며 보이는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죠

이런 이유로 전 친구들과의 술자리나 한달에 한번 있는 모임을 아주 즐겁지는 않습니다. 
취향이 다르다 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보다는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만 하다가 옵니다. 이런 생활이 몇년이 지나니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집에서  옛날 영화나 보는게 낫지 관심도 없는 이야기 딱히 만나서 할 이야기도 없고 할 것도 없는 모임에 나가서 실망하고 들어오고 스트레스만 받다보니 몇번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몇번 안나갔습니다

몇번 안나가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 하시겠지만 아예 안 부릅니다. 이런 이런 술자리나 강릉 여행을 갈건데 나올래? 라고 물어보지도 않습니다. 그냥 자기들 끼리 갑니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강릉 여행 이야기 나오면 그때서야 갔다왔다고 말하죠. 사실 전 다른 건 몰라도 여행 무척 좋아했고 그 당시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그 말에 묘한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나중에 술자리에서 터트렸습니다.
"니들에게 맞추면서 모임에 참석하는게 스트레스다 난 이 니들과 취향이 많이 달러. 그런데 그나마 니들이 좋아서 내가 내 취향이나 성격 숨기면서 만난거야. 솔직히 저번에 니가 나 모임에서 탈퇴 시킬까 하는 말을 했을 때 괘씸하기도 했지만 고맙기도 했어. 나도 내 취향과 다른 친구들 7명과 함께 지내는거 힘들거든 그 나마 딱 한 친구가 나의 이런 모습을 알고 자기 성격을 죽이면서 맞춰줄려고 하고 지난 번에도 내가 미술전시회나 사진전시회 좋아하는 걸 알고 자기 취향에 맞지 않지만 함께 해줘서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거지 이 모임이 썩 유쾌한 것은 아니야"

이런 폭탄을 터트리니 모두 한마디 씩 하네요
놀란 것은 저만 그런게 아닙니다. 모두 이 고등학교 동참 모임에 얽매인 것 입니다. 자신도 나가기 싫어도 안나오면 다음에 안부르고 왕따는 아니지만 은근히 밀어낼려는 행동을 알기에 나오기 싫어도 참고 나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 폭발 이후에 모임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매달 만나는 모임은  분기마다 한번 씩 만나는 것으로 하고 가끔 술김에 만나는 모임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도 친구가 거부하면 매달리거나 섭섭하다거나 하는 말을 하지 않기로요.  안나오면 다음에 연락을 안하거나 하는 쪼잔한 행동 하지 않고  그 시간에 술이 고프거나 친구가 보고 싶거나 하면 가볍네 나오고 가볍게 거부할 수 있게 바꾸었습니다. 예전에는 특별한 이유없이 안나오면 우정이 식었다느니  그런 이기적인 놈이였냐느니 하는 핀잔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 말 자체가 서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죠


어제 KBS의 두드림에서 개그우먼 정주리가 인간관계의 괴로움을 말했습니다. 낯가림에 대한 이야기와 고민을 말 했습니다. 


전 김C의 이야기에 눈길이 닿았습니다. 김C는 1박2일 3년을 했지만 사적으로 강호동씨 딱 한번 봤고 다른 멤버들하고 사적으로 연락해 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전 이 김C의 말에 너무 공감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을 한다고 무조건 다 친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반에 30~40명이 있다고 모두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은 동기나 동창이라고 해서 무조건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동아리에 있다고 해서 동기일지는 몰라도 친구라고 할 수 없는 동기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나의 취향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보죠. 회사에 먼저 입사한 그 중학교 동창녀석은 저와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지만 전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와 너무 취향이 다르고 삶의 주파수가 정반대인데 단지 동창이라고 동기라고 친해여야 하고 친구라고 하기엔 제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와의 한바탕이 있기 전이면 모르겠습니다. 스트레스 받으며서 그 동창과 어울렁 더울렁했겠죠. 하지만 전 그게 싫었고 어느정도 거리두기를 했습니다. 역시나 몇주 후에 다른 직원을 통해서 자긴 친해지고 싶은데 내가 거리를 두는 것 같다고 실망스럽다는 말이 들려 왔습니다. 속으로 끙끙 앓았죠. 난 그게 아닌데 단지 취향이 달라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어깨동무하는게 서로 더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거리두기를 한건데 마치 내가 그 동창을 싫어하는 것으로 비추어지니 한숨이 나왔죠

술이 좋은게 그런것 입니다. 술 먹고 다 풀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좀 더 편하게 지냈습니다. 서로 취향을 존중해주면서 지내다보니 가장 이상적인 관계가 되었습니다. 친하면서도 일상을 더 많이 공유하지는 않는 그러나 서로를 챙겨주는 관계가 된거죠. 서로 고민들어주고 술자리 같이하는 그런 관계요

그렇다고 지금 고등학교 동참 모임이 이기적이거나 개인주의로 흐르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가 큰 일을 당하면 무조건으로 달려옵니다. 그냥 닥치고 달려옵니다. 다만 큰일이 아닐때는 좀 더 쿨하게 서로 취향과 개인을 존중해 줍니다.이게 가장 이상적인 동창동기 관계가 아닐까요?  친구가 부르면 무조건 나가야 하는 관계, 집에서 한 숨 더 자고 싶고 다른 취미 활동 하는데 안오면 친구도 아니라는 강박은 좋은 관계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술 취했다고 전화해서 안나온다고 얼마나 투정을 부리나요. 그런 투정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또한 동창이라고 동기라고 얼굴 한번도 안본 선배인데 사회에서 선배라고 무조건 따르고 후배라고 무조건 챙겨주는 이 무논리적인 학연관계는 좀 사라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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