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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세상에 대한 쓴소리

한국이 세대간의 소통이 단절된 이유

by 썬도그 2012.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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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갯벌 봐라 갯벌"

중학생 조카는 시큰둥 합니다. 
"알어 할머니"
어머니는 계속 저게 갯벌이고 서해라서 뻘이 많고 조수간만의 차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중학생 조카는 별 반응이 없습니다. 소래포구의 식당에 가서 광어회를 먹으면서 제가 중학생 조카에게 요즘 인기 있는 연예인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학생 조카는 신이난듯 자기가 좋아하는 보이밴드 이름을 말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한명씩 소개를 해줍니다. 
그 모습에 어머니가 뭐라고 한마디 하십니다. 
"여기까지 와서 연예인 이야기나 하고 있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게에 한마디 했습니다. 
"얘들이 갈매기나 회나 갯벌이나 포구의 정취 같은 거 보다는 연예인이 이 아이들에게는 더 큰 호기심이자 관심꺼리예요. 어머니가 백날 그런거 말해봐야 얘들 관심도 없어해요. 그리고 솔직히 회도 우리 어른들이나 맛있지 얘들이 맛을 알겠어요. 그냥 초고주장맛이라고 할꺼요

"마져 삼촌 맹맛이야"

제 말에 어머니는 크게 느끼시는게 있으신가 봅니다. 어머니가 눈높이를 낮추면 아이들랑 오래 길게 얘기 할 수 있어요.


한 외국인이 종묘앞 종묘공원에서 수 많은 노인분들이 장기나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왜 한국은 노인들끼리만 놀아요? 왜 젊은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죠?"라고 자신이 바라본 한국풍경을 책에 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왜 우리나라는 노인정이 따로 있을까요? 외국에도 있긴 하겠지만 다른 복지시설은 없어도 노인정은 동네마다 꼭 하나씩 있습니다. 

노인정이라는 공간은 어떻게 보면 한국의 독특한 문화입니다. 노인들끼리 모여서 노인들끼리 노는 모습, 과연 이게 올바른 모습일까요? 저는 이 노인정 문화를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왜 노인들은 노인끼리만 놀까? 왜 젊은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못할까? 젊은 사람들이 피하는 걸까 아님 노인들이 피하는걸까?'




소통은 권력을 가진자가 눈높이를 아랫사람에게 맞춰야 이루어진다


잘 모르시겠지만 한국 노인의 자살율을 세계적으로 아주 높습니다. 자살공화국 한국이지만 우리는 젊은 층의 자살만 보고 있지 노인분들의 자살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전 이 노인들의 자살이유를 외로움에서 찾고 싶습니다.  노인의 고독사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노인분들이 대화상대가 없기 때문입니다. 

노인들의 대화상대가 많지 않은 이유는 사회적인 문제도 있지만 노인분들 본인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은 희미해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유교문화가 남아 있고 특히 나이를 많이 드실수록 유교문화가 머리속에 꽉 들어차있습니다. 유교문화가 좋은 점도 있지만 군대문화 처럼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계층을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하기도 하죠. 이런 이유로 한국은 수직문화의 나라이지 수평문화의 나라가 아닙니다. 

직장에서 말을 하는 사람은 상사들이지 부하직원들이 말을 하지 않습니다. 부하직원은 말을 들어주는 직원들이죠. 직장문화에서 부터 한국은 상사의 의견이 바로 정답이 되는 모습이고 이러다보니 상사와 부하직원간의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물론 듣는 척은 하죠. 그러나 자기 경험에서 나온 혜안이 맞다면서 상사의 고집대로 나아가죠. 그리고 그 주장이나 의견에 반대되는 혹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싸가지 없이 상사말에 토 단다고 합니다. 이렇게 평생을 한국인들은 삽니다.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대문화와 나이가 계급인 사회에서는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수평적 사회로 가기에는 한국은 너무나 멀어 보이네요.  

노인분들의 고독사 문제도 여기서 찾고 싶습니다. 말할 상대가 없으면 눈 높이는 젊은이들에게 맞춰 보십시요. 20대에게 맞추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바로 밑에 50대나 40대에라도 맞춰보세요. 하지만 이런 노력은 전혀 안하고 자신의 눈높이에 40대,50대,60대가 맞춰주길 바랍니다. 여전히 상전노릇 할려고 하고 대접 받을려고만 합니다. 이러니 젊은 사람들이 노인분들과 대화를 할려고 하겠어요. 

그런 자리가 있어도 젊은 사람들 오히려 더 불편해 합니다. 처음에 눈치보다가 결국은 자기들끼리 대화를 하게 되죠
이런 모습은 비일비재 합니다. 복학후에 대학 사진동아리 신입생을 받자마자 신입생에게 접근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마. 복학생이 신입생에게 다가가기에는 어려움이 참 많죠. 그때 술자리에서 제가 먼저 젝스키스와 HOT를 이야기 했습니다. 

역시나 신입생들의 우상인 아이돌스타 이야기를 시작하니 술자리에서 금방 다 친해지더군요. 이렇게 누군가와 소통을 할려면 권력을 가진자나 상사나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자신의 눈높이를 아랫사람에게 맞춰야 소통이 잘 이루어집니다. 반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소통을 시도할려다가  잘못 어긋나면 "싸가지 없다"라는 소리가 들릴 수 있어서 누가 겁나서 소통을 할려고 합니까?. 그냥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아무말도 안하고 눈치만 보고 있죠



꼰대들의 소통방식은 상향식 소통


SNS한다고 페이스북을 부장이나 사장 이사가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SNS에 담긴 내용과 자세가 소통을 만드는 거지 SNS라는 그릇이 만드는 것 아니죠. 부하직원이 다니는 식당에 부장이상의 간부급들이 같이 간다고 해서 같은 테이블에서 담소를 나누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같은 SNS식당에서 점심을 따로 먹는 것과 똑 같습니다.

부장이나 사장등 권력자들이 부하직원 신입직원에게 눈높이를 맞춰야 합니다. 유교나 군대식으로 자신들에게 맞추라고 하면 그게 맞춰집니까? 경험이 없는데 상사의 비위에 잘 맞춰집니까? 또한 말 실수 한번 잘못하면 회사에서 짤릴 수 있는데 제대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천상 상사가 아랫직원 눈높이와 맞춰야죠.

그런데 꼭 꼰대들이 자기 SNS하니까 모두 자기 트위터 팔로잉하고 페이스북 친구추가하라고 합니다. 이게 전형적인 꼰대식 소통입니다. 앞에서 말은 안하지 상사들 뒷담화 가득 하는게 아랫사람들입니다. 그런데 SNS까지 와서 직장관계의 수직관계를 찾을려고 하면 누가 좋아합니까? 



세대간의 소통이 안되는 이유는 한국의 수직사회 때문


저도 노인분들과의 대화를 꺼려 합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나 자기 소싯적 이야기만 주구장창하는 모습이 지례 생각나서 길게 대화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인분들의 지혜와 혜안과 통찰력과 삶의 경험에서 나온 연륜을 선문답처럼 듣고 그걸 살면서 깨달으면서 나이드신 분들의 경험을 우러러 봅니다.

삶의 선배로서 해주는 조언들이 주옥같은게 많죠. 그러나 한국 노인분들의 문제는 나이대접을 무조건 받을려고 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지하철의 노약자 자리에 젊은 사람이 앉아 있으면 버럭 화를 내는 노인분들 많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질 까지 하죠. 이런 노인분들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시선을 많은 노인분들이 가지고 있습니다. 

수평적 사회라면 20대와 60대가 서로 의견을 말하고 서로 얻을 것은 얻고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실용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20대는 60대의 말만 들어야 합니다. 이러니 무슨 소통이 되겠습니까?  이런게 쌓이니 나이든 사람하고 이야기를 나눌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20대가 30,40대 이야기를 잘 들을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자기 또래 끼리만 놀지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길게 이야기를 할려고 하지 않죠. 길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그 사람이 자기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춰주는 사람하고만 말하죠

이러니 아이들이 친구와의 약속이나 말은 잘 듣지만 교사와 엄마 아빠의 말은 잘 듣지 않습니다. 
한국의 세대간의 소통 단절은 사회적인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어른이 사라진 세상에서의 젊은이들은 우왕좌왕하다가 친구의 비슷한 경험에 의존하고 거기에 조언을 구합니다. 분명 30대,40대라는 선배들이 있지만 그 선배들을 찾을려고 하지도 찾아도 주변에는 거의 없습니다.  요즘 20대들은 혼자 지내는 것도 좋아하니  한번 넘어지면 누가 일으켜 세워주지도 않습니다. 

이미 젊은 시절 경험하는 똑같은 고통을 우리 30,40대들은 20대에게 자신의 경험을 풀어놓지도 않습니다. 서로 각자 아프며 각자 해결하면서 삶을 계속 이어가죠. 이렇게 각자 고통을 참아가면 그 사회는 점점 병든 사회가 되어갑니다.

이런 세대간의 대화단절을 해결할려면 30대는 20대에게 40대는 30대에게 50대는 40대에게 눈높이를 낮춰서 대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입니다. 항상 상전 대접만 받을려고 하면 밑에 사람들은 대화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한국에서의 소통은 상사가 부하직원으로 향할때만 성립된다고 하는 한 외국인의 쓴소리를 새겨야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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