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리뷰/영화창고

영화관의 기립박수는 왜 사라졌을까?

by 썬도그 2012. 3. 28.
반응형



어제 페이스북으로 영화 엔딩크레딧에 대한 이야기를 좀 나눴습니다.
영화가 다 끝나고 그 영화의 여흥을 느낄 수 있게 영화관 직원은 뒷문 확 열지 말고 불도 켜지 말고 부디 노래 끝나기 까지 감상할 수 있게 냅두라는 것 입니다. 

생각해보면 요즘 대형 복합상영관들은 영화가 딱 끝나자마자 엔딩 크레딧 올라가자 마자 불을 확 켭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입니다. 불 안키면 관객들이 어두운 가운데도 그냥 알아서 나갑니다. 그러다 사고 날 수도 있고 해서 알아서 켜 주고 여기에 대한 불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유의미한 영화는 이 엔딩크레딧을 다 보고 불을 켜주어야 합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면서 영화의 주제곡인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영화관의 훌륭한 사운드 시스템에서 흘러나왔습니다. 그러나 이전 상업영화처럼 직원은 문을 벌컥 열었고 관객들은 노래 듣다가 습관적으로 일어나서 나갔습니다

저 또한 노래를 들으면서 나갔습니다. 영화관 복도에서 들여 오던 그 노래가 아직도 기억나네요.괜히 일어났나 할 정도로 약간의 후회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관 직원을 탓할 수 없습니다. 원래 그게 관행이고 건축학개론이라고 딱히 다른 상업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직원이 나가주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닌 관객 스스로 남아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을 열고 주변 관객이 일어나고 특히 끝자리에 앉아 있으면 나갈려는 관객 때문이라도 일어나게 됩니다.  

이게 보통의 풍경이죠. 

엔딩크레딧이 다 오른 후에 불을 켜는 영화관들은 오로지 예술영화 전용관에서만 가능합니다. 이 예술영화 전용관들은 상영후 10분이 지난 후에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 합니다. 2년전에  스펀지하우스에 갔다가 15분 늦었다고(강남은 왜 이리 대중교통이 불편한지) 입장 불가 판정을 받고 황망했습니다. 직원이 다음 회에 손님이 없으니까 다음회에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더군요. 

이런 예술영화 전용관은 엔딩크레딧을 다 틀어주고 그게 다 끝나면 불이켜집니다. 그 이유는 엔딩크레딧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영화의 여흥을 더 느껴보라는 배려차원입니다. 눈물 흘릴 시간을 충분히 주는 영화관의 배려입니다. 실제로 이런 배려 때문에 예전 80.90년대까지 단관개봉관만 해도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눈물 다 흘리고 그거 다 추스리고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영화관은 동네 편의점 같이 대량소비의 창구가 되었고 예식장 처럼 관객을 찍어내는 대량소비 시스템으로 돌아갔고 빨리 나가주는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과 관객 또한 더 남아서 보고 있는게 창피스러운 모습이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는 대형 복합상영관의 등장과 맞물리게 됩니다. 대형 복합상영관이라는 이 멀티플럭스관이 전국에 세워지면서 영화는 극명하게 두 부류로 나뉘어지게 됩니다

그 분류란 예술영화와 대중영화, 이 두 부류로 극명하게 분리가 되고 영화 자체도 상영관이 달라지게 됩니다. 복합 상영관에서 예술영화를 볼 수 없고 오로지 예술영화관에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이 되었습니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영화도 예술적인 측면과 상업적인 측명이 양존하는 매체였고 이런 이유로 예술영화도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회자되는 92년 개봉한 '퐁네프의 연인들'의 흥행 대 성공은 당시의 있는 척 하고 싶은 고상함이 지배했던 시대라고 치부하더라도 신기한 풍경이었죠.  지금 같으면 수입조차도 안됐을 영화였습니다. 

지금 21세기는 극명합니다. 대중상업영화 , 예술영화, 이렇게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인 기립박수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아니 어언 10년 동안 기립박수를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니 10년도 더 되었고 80년대에 살짝 본 기억이 나고 
이후에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본적이 없습니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친구와 함께 얼떨껄에 록키4를 보고 박수를 쳤던것 같습니다. 

돌프 룬드그렌을 쓰러트린 실베스타 스탤론옹을 보고 기립박수를 쳤는데 남들이 치니까 쳤지 왜 쳐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재미있게도 록키4는 상업영화였죠.  보통 예술영화를 보고 기립박수를 치는데 요즘은 예술영화를 보고도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을 거의 못 봤습니다.  수년 전에 한 남성 관객이  혼자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뜬금없다하는 표정으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옆에 있던 여자친구가 앉아 좀! 이라는 핀잔을 주는 모습이 생생하네요


기립박수는 왜 영화관에서 사라졌을까요? 왜 안치는 걸까요?  작년에 본 서편제라는 뮤지컬에서는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뮤지컬 거의 안보는데 그 뮤지컬 문화에서는 기립박수가 기본인듯 합니다. 뭐 안 일어나면 혼날 것 같아서 얼떨껼에 치긴 했습니다.  뮤지컬이나 연극등 직접 배우가 앞에서 거친 숨소리 내가면서 연기하는 공연매체는 아직도 기립박수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영화는 안치는 걸까요?
영화라고 안치는 것은 아닙니다. 칸에서 5분간 기립박수(그게 관행이라고 하지만) 받았다는 한국영화는 그게 홍보 마케팅으로 둔갑해서 한국에 소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더 이상 영화관에서 박수를 치지 않게 되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왜 박수문화가 사라졌을까요? 분명 80년대는 록키4 보고도 박수를 쳤는데 왜 지금은 치지 않는 걸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 입니다. 예전 처럼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는 감동 명화가 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 주장은 억측에 가깝습니다만 나이들수록 옛 영화들이 좋아지는 이유는 요즘 영화들은 예전 영화 같은 깊은 메타포들이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모든 한번씩은 경험해서 인지  영화를 봐도 시큰둥 하는 것도 있겠죠

더 큰 이유는 박수를 칠만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아닐까 합니다. 박수에 인색해진것도 맞고 그런 박수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10,20대,30대들이 더 이상 박수를 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박수란 정말 자신이 모두 녹아내려서 그 영화와 동기화 되었을 때 저절로 쳐지는건데 그럴만한 느낌을 주는 영화를 좀 처럼 만나기 힘들다는 것도 있을 것 입니다. 

가끔 시사회에서 기립박수치는 분들을 보면 대부분이 주인공 배우의 팬클럽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정말 감동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가장 큰 이유는 예전 같이 영화에서만 느끼는 재미와 감동등 그 시대의 유일한 오락꺼리인 영화관람이 이제는 그냥 하나의 소일꺼리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입니다. 영화 말고도 감동을 주고 즐길 꺼리가 많아졌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집중도도 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예전엔 영화를 집중하고 우러러 보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영화는 이동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소비하고 노트북으로 PC로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고  영화라는 권위가 많이 떨어졌고 보다 대중속으로 녹아 들어갔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제에서 대상이나 그랑프리를 받으면 바로 재미없다는 편견의 주홍글씨를 쓰게 되고 오히려 그 수상소식이 거부로 느껴지게 되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록키4 보고 기립박수치는게 코메디 같은 풍경일 수 있지만 당시 관객들에게는 정말 진한 감동을 느끼게 했고 그 감동을 박수로 표현했습니다. 영화관이라는 권위, 또한 영화만이 줄수 있는 거대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에서 느끼는 감동은 드라마에서도 게임에서도 다양한 매체에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영화관은 이제 편의점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슬리퍼 질질 끌고가서 봐도 되는 곳이 되었죠. 예전엔 개봉영화 볼려면 보통 이틀을 소비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투자 시간도 길었고 예매를 안하면 아침에 가서 저녁에 보면서 하염없이 영화 상영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로보캅 볼려고 오전에 가서 마지막 5회만 남아서 친구랑 종로거리 배 곯아가면서 쏘다니다가 오후 9시에 영화 보고 막차타고 집에 온 그 기억들, 그 시간들이 영화를 우러러 보게 하지 않았을까요?  쉽게 볼 수 없는 그런 앙칼짐이 권위를 만들고 같은 값이라도 더 흥분되고 감동받게 하고 그래서 기립하게 하고 박수를 쳤던 것은 아닐까 합니다. 

뭐 서푼짜리 분석글이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앞으로도 영화관에서 기립박수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을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