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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하울링, 세상 아웃사이더들의 울부짖음

by 썬도그 2012.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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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우~~~~  늑대는 이렇게 달을 보면서 허공에 울부짖습니다. 이 아우우~~~ 하는 습성은 개과 동물들이 하는데 가끔 개들 중에도 이 아우우~~를 하는 개가 있어 TV동물농장에 나오기도 하죠.  

아우우~~~하는 늑대의 울음소리를 영어로 하울링이라고 합니다. 영화 하울링은 늑대의 울부짖음이자 이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의 울음소리였습니다

남자들 세계에서 당찬 여형사가 살아가기란...


 

 
만년 과장 같은 승진에서 매번 밀리는 고참 형상 상길(송강호 분), 그는 인사 고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건을 맡았다며 투덜거립니다. 여기에 오토바이를 잘타는 여형사 은영(이나영 분)까지 맡게 됩니다.  새로 발령 받았다면서 인사를 한 은영, 

"선배님 뭐 부터 하면 될까요?"  라는 말에 상길은 
"나가 있어. 할거 없어"라는 싸늘한 말을 던집니다.

이 영화 하울링은 이런 시선을 전면에 깔고 있습니다.
군대 같은 남자들이 득시글한 형사계에서 미모의 여형사가 등장하고 그 미모의 여형사를 성적 농담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만나는 사람 마다 여형사라면서 추근거림 비슷한 조롱섞인 말들을 하죠.  

은영은 남자들의 세계에서 여자로써 자신을 지키면서 사는것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그 세계에 반항을 합니다.
그럴때 마다 언어의 구타가 시작됩니다.  타 팀의 잡무지시에 단호하게 거부하는 당찬 은영,  그 모습에 놀라는 남자형사들의 표정 속에는 독한 계집이라는 생각을 주고 받습니다.

이런 생각은 파트너인 상길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칙주의자인 은영과 적당선을 탈줄 알아야 한다는 실용주의적인 보신주의자인 상길의 대립은 계속 일어납니다. 급기야 상길 때문에 일이 커진 것을  은영이 대신 감당하지만 그런 은영을 보듬어 주지 못하는 상길. 자신의 진급에만 혈안인 어떻게 보면 냉혈적인 형사이자 자신의 진급이라는 단 하나에만 매달리는 속물입니다.


이 영화는 크게 두개의 이미지가 크로스 됩니다.
하나의 이미지는 남자라는 늑대들의 세계에서 여형사가 어떻게 구타를 당하는지에 대한 군대문화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여자라는 아웃사이더들이 삶의 고단함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특히 직장여성으로 살아가기는 참 힘이 듭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이 있는데도 성적인 농담을 진하게 하는 모습, 여자직원의 신체에 대한 뒷담화를 주고 받는 모습(물론 여직원끼리도 하겠죠) 또는 손님이 오면 무조건 여직원에게 커피를 타게 하는 모습 또는 회식자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은영은 그대로 보여줍니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늑대개가 연쇄살인을 하는 추리 또는 형사물의 이미지입니다
이 영화의 타이틀을 보면 알겠지만 이 두개의 이미지중 늑대개 연쇄살인 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고 이런 이유로 관객들은 이 영화가 형사물로만 보고 접근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두개의 이미지 즉 형사물과 함께 주인공 은영의 삶을 조명하는 영화입니다. 
저는 두개의 이미지중  형사물 쪽에는 큰 느낌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은영이라는 여형사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살짝 붉어 졌습니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모든게 간 때문이 아닌 모든게 여형사 때문입니다.
너 들어오고 단합도 안되고 되는게 하나도 없어. 남자 형사들은 대놓고 은영을 멸시하며 따돌리며 나가라고 윽박지릅니다.
은영이 이루어 놓은 성과는 단박에 무시하고 모든 불화의 원인을 은영으로 설정합니다.

은영은 아웃사이더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아웃사이더인 늑대개를 만납니다. 늑대도 아니면서 개도 아닌 그래서 특별한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늑대개,   은영은 쓰러져서 고통스러워 할때 늑대개와 눈빛이 마주칩니다



늑대개와 첫 조우에서 두 배우(?)가 나눈 눈빛은 이 영화의 명장면입니다.
은영은 그 늑대개의 눈에서 뭘 느꼈고 뭘 봤을까요?  늑대개의 눈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둘은 다른 종이지만 본질은 같은 아웃사이더로써의 삶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는 이 교감, 즉 두 아웃사이더의 교감을 주제로 삼고 있습니다. 마케팅상 형사물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솔직히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유하감독의 전작처럼 세상 아웃사이더들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비열한 거리'에서의 아웃사이더와도 연결이 됩니다. 

개는 사람을 배신하지 않고 주인을 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주인을 뭅니다. 물기만 하나요. 죽이기도 하죠.
자신의 욕망에 따라서 수시로 주인을 바꾸는 인간들.  이런 인간들을 우리는 개 같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개만도 못한 놈들입니다.  영화 하울링은  개만도 못한 인간들의 더럽고 추하고 냄새나는 욕망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이라는 사회의 불합리와 부조리를 원리원칙주의자가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지도 잘 담고 있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그렇게 말하죠. 쟨 유도리가 없어.  유도리가 너무 없어도 문제이지만 너무 많아서 나는 탈이 더 많은 세상입니다. 얼마나 굽신거리고 편법을 쓰며 반칙을 쓰는지 원칙주의자가 왕따가 되는 세상속에서 은영은 힘겨워 합니다. 


배우 이나영에 푹 빠지게 하는 영화



이 영화의 원작은 일본소설 '얼어붙은 송곳니'입니다. 소설은 여형사의 심리묘사를 다룬 일본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걸 영화로 만들면 심심하죠. 그래서 유하감독은  파트너인 남자형사의 역활을 키웠습니다.

그 남자형사가 바로 송강호입니다.
이나영을 먼저 캐스팅 하고 송강호가 합류하자 크게 기뻐 했다는 이나영.  이 영화는 남녀 형사의 로맨스 같은 이야기를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또한 어떠한 추근거림도 없습니다. 철저하게 업무적으로 만납니다. 송강호의 이전 영화 '푸른 소금'과는 영 딴판이죠.  송강호는 연기의 갑(甲)답게 빼어난 연기를 합니다.  가장 연기하기 힘든게 연기 하는 듯 안하는 듯 자연스러운 연기인데  송강호는 진짜 형사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무장한 채 연기를 합니다.

영화 하울링은 송강호가 메인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이나영입니다. 송강호는 주연과 조연사이에 있는 경계인(?)같은 역활입니다. 송강호라는 듬직한 포수미트에 연기경력은 10년이 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알을 깨지 못한 이 성실하고도 성실한 이나영이 전력투구를 합니다.

"솔직히 제 스타일은 아니예요. 아내가 적극적으로 권해서 캐스팅한 배우입니다"
 "여형사 하면 떠오르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하지원이 정답일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은영은 형사같지 않는 외모 즉 
호리호리하고 여자의 이미지가 강한 은영은 이나영이 더 어울려 보였습니다"

감독 유하는 이렇게 관객이 던진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맞습니다. 이 영화는 형사같지 않은 형사인 은영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형사라고 하면 어깨 딱 부러지고 힘도 좋고 단발머리에 남자 한 두명은 제압하는 걸걸한 목소리의 여형사를 생각하지만 이 영화속 은영은 여자 그 자체입니다. 다만 여자이지만 애교도 없고 오로지 일에 집중하는 그 일에서 희열을 느끼는 듯한 일 중독자가 아닐까 의심이 되는 캐릭터입니다.
그 캐릭터를 이나영은 연기합니다

이나영은 연기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중 하나는 이나영이라는 배우가 가진 월등한 외모 때문입니다.
어쩜 30대 초반 여배우가 20대 초반 처럼 보일 수 있는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 했습니다. 이상합니다. 이나영이 그렇게 예쁜 배우인지 이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냥 눈 땡그랗게 크고 머리가 필요이상으로 작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하울링'에서 이나영은 광채가 납니다. 너무 광채가 나서 영화 몰입에 방해가 될 정도입니다.  뭐 과장도 있긴 하지만 너무 여주인공의 외모가 뛰어나다 보니  이 영화 하울링이 추구하는 하이퍼 리얼리티와 어울리지 않는 환타지적인 외모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뛰어난 외모로 인해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모습은 미스캐스팅이 아닌 오히려 이나영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고 생각 했습니다.   이나영은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한다고 할 수 없지만 무난하게 잘 연기를 하고 이전 보다는 많이 성숙되고 힘을 뺀 듯한 연기를 합니다.  이전 영화에서 이나영은 연기강박증이 있는지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모습들이 있습니다.  자연스러움도 인위적으로 잘 훈련된 자연스러움으로 보이는데 이게 부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배우 이나영이 좋은 점은 성실함입니다. 하지만 그 성실함이 지나치니 독이 되는 모습을 보였고 참으로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영화 하울링에서의 연기는 이전 보다 많이 좋아졌고 원탑으로 가도 되겠구나 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이렇게 변화된 모습은 훌륭하고 든든한  송강호라는 포수 덕분이겠죠.  송강호라는 배우는 이렇게 빛이 납니다. 이나영이라는 후배를 뒤에서 받쳐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아쉬운게 있다면 여전히 어깨에 좀 힘이 들어갔다는 것인데요. 언젠가는 봉인된 포텐이 터질 드라마나 영화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하울링


 

영화 하울링은 마케팅 차원에서 형사스릴러 물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사실 이 영화는 형사물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다 보고 나면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드라마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 입니다

그 이유는 형사물이긴 하지만 어떤 반전이나 많은 추리를 요하는 짜임새 있는 형사물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을 하고 있고 뜬금없이 범인들이 튀어 나와서 산만하다는 비평들이 있습니다. 공감합니다. 
짜임새 있는 형사물은 아닙니다. 그점은 좀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유하감독은 형사물과 드라마 이 둘을 동시에 잡기 보다는 형사물이란 외형을 갖추었지만 그 안에 말하고자 하는  은영이라는 아웃사이더와  늑대도 개도 아닌 또 하나의 아웃사이더와의 교감에 큰 비중을 두었고 실제로 촬영할때도 개와 눈빛 교환 하는 장면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이나영이 총쏘고 발길질 하는 형사물로 접근하면 대실망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요소, 특히 개와 인간의 서로에게 느끼는 교감과  그 교감속에서 추악한 인간들의 욕망을 파해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이 영화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 입니다



개의 눈에 비친 인간 세상의 추악한 욕망을 고발한 영화 하울링
 


 영화 하울링에서 이나영의 큰 눈과  늑대개의 강렬한 눈빛에서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나영의 연기는 꽤 좋았습니다.  영화 하울링은 단점이 꽤 있는 영화입니다.  느슨한 추리구조와  뜬금없이 등장하는 나레이션이나 인물들,  하지만 그 단점을 덮는 장점도 많은 영화입니다.  박장대소는 아니지만 유하 감독식의 유머도 있고 실제로 초반에는 웃음이 많이 터집니다.  그 웃음은 부조리를 발견한 웃음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은 두 배우와 함께 늑대개의 연기가 무척 뛰어납니다. 특히 이나영에 대한 이전 느낌과는 좀 다른 좀 더 강한 연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거기에 늑대개에 대한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개를 통해서 보는 우리 인간의 추악함을 고발한 영화이고 개보다 못한 세상을 아웃사이더가 살아가는 고단함에 제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습니다.

강력추천하긴 힘들지만 볼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늑대개는 암컷일까요? 수컷일까요? 그게 극장문을 나서면서 계속 궁금하네요. 
영화 에어리언 처럼 두 암컷의 교감이고 감독이 그걸 원했다면 암컷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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