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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퍼펙트 게임, 그러나 영화는 퍼펙트 하지도 완투도 하지 못하다

by 썬도그 2011.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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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이란 한 투수가 1회부터 9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로 내보내지 않은 말 그래도 무안타는 기본, 무 사사구까지 기록해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기록이 쉽지 않은 게 야수들의 도움이 없으면 이루기 힘든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최고의 투수였던 선동렬과 최동원을 두 주인공으로 담은 영화 '퍼펙트 게임'은 영화 제목과 달리 퍼펙트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그 아래단계인 노히트 노런도 아니고 완투도 하지 못한 영화로 저에게 비추어졌네요

야구팬이라면 이 두 사람의 엄청난 기록을 잘 기억할 것 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좀 설명을 하자면 아래 기록을 보시면 두 선수의 엄청난 기량을 느낄 수 있습니다

퍼펙트 게임

역대 투수들의 기록을 뒤져보면 완투승 4위에 최동원, 선동렬이 올라와 있습니다. 완투승이란 1회부터 9회까지 투수 혼자 던져서 이기는 경기를 완투승이라고 하죠. 두 선수는 마운드에 올라오면 다른 투수가 올라올 일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퍼펙트 게임

승리는 하지 못했지만 1회부터 9회까지 던진 완투경기는 최동원이 무려 80 경기고 선동렬은 68경기입니다.
최동원이 선동렬 보다 승률이 낮을 지는 몰라도 최동원은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면 지던 이기던
'최동원 경기는 최동원만 던진다'라는 말이 헛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퍼펙트 게임

야구광입니다. 그래서 최동원, 선동렬을 잘 알고 있고 특히 선동렬이라는 이름은 짜증 그 자체였습니다
말이 국보급 투수고 국가대항전이야 우리편이지 MBC청룡, LG트윈스팬인 저에게는 선동렬과 최동원은 짜증의 이름입니다.
두 사람 마운드에 서 있으면 오늘 지겠구나 하는 생각부터 했죠.

두 선수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강속구 투수입니다. 최동원과 선동렬 모두 150km의 강속구를 주 무기로 선동렬은 손가락이 짧아서 유일하게 던지는 변화구인 파워 슬라이드와 정확한 제구력을 무기로 타자들을 가지고 놀았고 최동원은 다이내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폭포수 같은 낙차 큰 커브가 일품이었죠


한 시대에 두 명의 영웅이 나오기 힘든데 이 두 영웅은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둘의 구도는 여러가지로 화제였죠
먼저 전라도 출신의 선동렬, 경상도 출신 최동원, 고대 출신 선동렬, 연대 최동원, 그리고 제과업체 라이벌인 해태제과와 롯데제과라는 라이벌 구도까지 겹쳐지면서 둘의 대결은 그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시대상을 뛰어넘는 관심사였습니다.

감동적인 이야기, 그러나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민폐를 끼치다

퍼펙트 게임

스토리 부터 이야기해보죠. 뭐 스토리라고 해봐야 이미 결과가 다 나와 있기에 스토리가 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에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보다 각색이 중요합니다. 또한 실화로만 담기에는 너무 밋밋할 수 있기에 사실을 바탕으로 허구적인 이야기를 넣어야 했고 영화는 그런 허구를 집어넣습니다 관객인 이 부분에 대해서 궁금해합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가? 특히 저같이 어설프게 아는 관객은 더 궁금해 미칩니다.

차라리 극장을 나서면서 최동원이 죽은지도 모르는 10대라면 그냥 다 사실로 생각하던지 아님 다 구라로 생각하던지 그게 어쨌건 크게 신경쓰지 않는 10,20대 관객이라면 스토리의 진실과 허구를 구분하려고 하지 않겠죠. 하지만 전 그 조건 즉 87년 그 당시 야구광이었던 터라 이 영화 속의 이야기가 진짜야? 구라야?라는 헤맴속에서 미로에 갇힌 느낌이 듭니다 미리 알려드리지만 (스포 아님) 박만수라는 백업포수 이야기나 김용철이 최동원과 티격태격하는 내용등은 다 구라입니다. 그런 허구를 구분한다고 해도 이 영화는 빈틈이 참 많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선수가 맞대결을 3번 했는데 1승 1 무 1패 그리고 그 1 무가 15회 연장까지 완투한다는 그 이야기가 뼈대가 되어서 몇 개의 허구적인 이야기를 살 붙이고 상상 속의 캐릭터를 투입합니다.

퍼펙트 게임

그리고 그 상상속의 캐릭터들이 이야기를 망치기 시작합니다.

최정원이라는 여기자가 등장하는데 왜 이런 스포츠 영화에는 클리세처럼 미모의 여자 기자가 등장할까요?
아무튼 이 최정원이라는 이 여기자와 남자기자는 싹 도려내도 상관없을 정도로 차라리 도려내는 게 영화를 좀 더 담백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민폐 캐릭터로 나오는데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입니다. 야구도 잘 모르는 여기자가 눈물까지 흘리는 장면에서는 한숨이 길게 나옵니다...

최정원은 영화복 정말 없네요. 나오는 영화마다 크게 주목 받지 못하네요. 이런 캐릭터는 각본단계에서부터 좀 더 짜임새 있게 그리던지 아민 삭제했어야 하는데 두 주인공에게 어떤 리액션을 일으키지도 못합니다. 유일하게 한 건 한 게 최동원의 분노를 일으키게 하는 독설이 전부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80년대 당시 3S정책이라고 해서 우민화 정책중 한국은 스포츠를 선택했고 실제로 전두환은 스포츠로 국민들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올림픽도 아디다스 회장을 로비해서 얻어낸 것이고요

영화에서는 국가 고위직 예를 들어 안기부 같은 사람이 나오던데요. 그 사람도 민폐2호로 영화에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데 왜 감독은 그런 사람들을 곳곳에 배치했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무리 감동적인 스토리지만 2시간을 그 이야기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박만수라는 3류 포수의 감동이야기도 넣고 여러 가지 곁가지 이야기를 넣는데 차라리 두 선수에게만 더 집중했으면 어땠을까요?

퍼펙트 게임

국가대표 선배로 부터 최동원이 선동렬이라는 후배를 감싸주는 장면 등은 참 찡하던데요. 차라리 두 선수의 어린 시절부터 담던지 두 선수 사이의 에피소드를 더 보강하거나 아님 그 감동적인 15회 완투경기 이후에 두 선수가 훗날 그때를 회상하는 장면이나 아니면 차라리 대결 구도가 아닌 최동원 전기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퍼펙트 게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 영화는 선동렬, 최동원 투톱 경기라기 좀 버겁습니다. 그 이유는 이 영화는 최동원이라는 영웅에 대한 헌정영화 같다고 할까요? 최동원이 주연이고 선동렬이 조연으로 나온다고 보시면 됩니다.


모범생 최동원, 껄렁한 선동렬

퍼펙트 게임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두 영웅의 스타일이 다름을 알 수 있었고 그 스타일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같다고 느껴지더군요. 당연히 타고난 신체적 우월감이 대단한 고무팔 고무허리의 선동렬은 경기 전날에도 술을 마시는 행동을 하는 반면 키고 작고 왜소한 최동원은 술은 물론 경기 때 지각을 해도 후배들을 혼내는 바른 사나이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정머리 없는 인물은 아니죠

실제 최동원은 바른 사나이 이미지가 강하고 반골기질도 강했습니다. 자신이 옳다면 끝까지 가는 사람입니다.
나꼼수에도 나왔지만 최동원은 한번 홈런 맞은 코스에 또 공을 던지는 반항끼가 있는 선수이고 그게 바로 최동원입니다
그러니 한국 야구 최초로 선수협을 만들려고 했고 그 선수노조를 만든다는 이유로 부산의 아이콘을 삼성에 팔리게 되고 그걸 계기로 은퇴까지 이어집니다. 은퇴후에도 보세요. 한나라당 텃밭인 부산에서 민주당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그 정신
그게 바로 최동원 정신입니다. 최동원은 자신보다 못한 후배들의 현실을 그냥 넘어가지 못한 선수입니다.

현재 선수협이 파행으로 이어지고 있던것 같은데 최동원 같은 선수가 없어서 그런 파열음이 나는 것 아닐까요?
이 영화는 그런 최동원의 바른생활 이미지를 잘 담고 있습니다. 최동원은 참 특이한 투구폼을 가진 선수입니다.

어렸을때 최동원 투구폼을 흉내 낼 수 조차 없을 정도로 기괴한 투구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모 히데오 선수의 꽈배기 투구가 나오기 이전에는 가장 이상한 그러나 최동원만의 맞춤 투구폼을 보면서 신기해하면서 본 기억이 나네요

최동원은 만들어진 영웅입니다.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진 투구폼이고 노력으로 만들어진 영웅이죠
반면 선동렬은 타고난 신체적 잇점으로 인해 모차르트 같은 야구천재이고요. 이 스타일이 다른 두 야구 천재는 마운드에서 진검 승부를 합니다. 만약 선동렬에게 최동원이라는 선수가 없었다면 과연 선동렬이 그렇게 크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영화에서는 선동렬이 게으른 천재 같이 그려지지만 실제 선동렬은 그렇지 않죠. 그것도 영화적 설정 같습니다

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좀 많이 했네요.

영화는 이런 모습을 잘 담고 있습니다. 최동원의 인성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 많이 나오고 참 독한 사람이다라고 느껴지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최동원을 연기한 조승우는 전역 후 첫 영화인데 역시 '조승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 연기 잘했습니다. 반면 선동렬을 연기한 양동근은 연기를 잘하지만 이상하게도 약간 어색합니다. 뭐 선동렬 몸을 가진 배우가 많지 않기에 양동근이 그런대로 비슷한 이미지를 보이긴 하지만 선동렬 말투가 아닌 양동근 말투가 보여서 약간은 실망스럽습니다.

최동원을 위한 영화였는데 차라리 버디무비가 아닌 최동원 헌정 영화로 기획하고 이 스토리보다 더 감동적인
그래서 최동원 선수가 고인이 되었을때 뉴스에서 선동렬과의 대결이 아닌 롯데가 84년 삼성을 누르고 우승했을 때 혼자 4승을 그것도 완투승이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부하고 믿기지 않는 철인의 이미지를 갖게 한 그때의 경기를 영화화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너무 주제 넘은 지적인가요? 이런 지적을 하는 이유는 솔직히 이 선동렬, 최동원의 대결구도가 그렇게 짜임새 있게 그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CG는 좋으나 밋밋한 편집에 별 느낌도 없다

퍼펙트 게임

예전엔 야구 영화 찍기 힘들었죠. 87년 개봉한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찍을 때만 해도 야구장 관객을 실제로 동원해서 촬영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했다가는 제작비가 감당되지 않기에 대부분 CG로 처리해 버립니다. 기술이 좋아져서 예전 같이 스포츠 영화 만드는 문턱이 낮아졌고 이 영화 '퍼펙트게임'도 CG의 힘을 많이 빌립니다.

먼저 두 선수가 던지는 공 (조승우는 직접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도 CG고 관객도 CG입니다. 뭐 야구장 자체부터가 CG죠. 87년 당시의 그 허름한 야구장이 아니던데요. 작정하고 CG를 팍팍 씁니다. CG완성도는 높은편이긴 합니다만 자세히 보면 싱크가 잘 되지 않아서 아! 이건 CG구나 아니구나를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볼만 합니다. 문제는 15회까지 가는 그 혈투를 장장 30분 이상 담는데 그 혈투를 긴장감 있게 느끼게 하는 세밀함이 없습니다. 1구 1구를 아주 긴장감 있게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몰아서 보여주는 쇼 같은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어 이런 거죠. 연장에 가자 양 팀 선수들은 선동렬과 최동원을 위한 게임이라면서 호수비들을 보여주는데 아주 서커스단이 따로 없더군요

왜 야구경기장면에서는 담장을 넘어가는 공을 잡는 장면은 그렇게 많이 나오나요? 그게 감동스럽고 멋지게 보이나요?
호수비만 약 5분을 보여주는데 사실성은 안드로메다로 가고 그냥 폭죽 놀이를 하는 듯 장난으로 느껴지네요. 설탕도 적당히 뿌려야 제맛이 나지 설탕 범벅을 만들어 놓으면 그게 속으로 들어가지나요?

또한 촬영장면도 이전의 야구에서 많이 봤던 구도들입니다. 영화 투혼이 그런면에서 촬영이 한수 위입니다. 영화 투혼은
스테디캠으로 촬영한 장면도 있고 미끈하게 잘 담던데 '퍼펙트 게임'은 87년 경기라서 일부러 그렇게 촬영한 건지는 몰라도 따 그 87년 영화 '이장호의 외인구단'의 그 촬영기법에 머물러 있습니다.

유일하게 날 웃기게 했던 조진웅

퍼펙트 게임

트, 조진웅, 뿌리 깊은 나무의 그 조진웅이 아닙니다. 정말 존재감 최고입니다. 최동원과 동기로 나오는데 최동원과 티격태격하는 인물로 나옵니다. 조진웅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더 안 좋은 평을 했을 것입니다. (뭐 이미 악평에 가까운 영화평이 되었지만요) 조진웅은 언젠가 원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기 너무 좋네요

야구팬, 특히 롯데, 해태 팬들이라면 괜찮은 영화

기대가 많으면 실망도 많은가 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악평에 가까운 글이 되고 있네요.
그렇다고 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 영화를 재미없게 보는 조건 즉 해태도 롯데팬도 아닌 야구팬이고 거기에 87년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이 영화가 어디가 구라고 어디가 진짜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기도 하며 퍼펙트게임처럼 설탕 범벅이 되어서 재료의 맛은 없고 소스의 맛만 느껴지는 영화보다는 재료 자체의 맛을 느끼는 담백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그런 이유로 3가지 악조건이 결합되다 보니 내 취향과는 동 떨어진 영화가
'퍼펙트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롯데팬이거나 해태 팬이고 사실과 허구를 정확히 알거나 그냥 다 허구로 그냥 다 사실로 믿고 보는 팬들,
야구 자체를 좋아하는 팬들 (저같이 두 선수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 말고)에게는 그냥 볼만한 야구 영화입니다.

하지만 전 안 좋은 조건이 다 들어갔네요
영화 초반에 접착제로 찢어진 손가락을 붙이는 장면이 감동이라고 느껴진다면 이 크리스마스에 보셔도 좋을 듯하고
그 장면을 보고 뻥이 좀 세네(실제로는 이물질을 바르면 안 되고 말이 됩니까? 사람손이 레고도 아니고)라고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비추천입니다.

감동스토리임에는 맞지만 단편영화 수준의 스토리를 장편으로 억지로 만들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듯한 영화였습니다. 전 이 영화 비추천입니다.
제목은 퍼펙트게임인데 영화 자체는 완투능력도 안되어서 여기자라는 셋업맨 올라오고 여기저기서 불 끄기 위해서 많은 투수들이 등장하는 졸전 같았습니다.


선수시절 최동원을 싫어했습니다. 그가 마운드에 서면 MBC청룡은 지던 경기를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마운드를 내려온 후 보여준 모습을 잘 기억합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 빔 좋은 아저씨의 모습을 보였던 그때가 그립네요. 올해는 유난히 야구 레전드들이 고인이 많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 말고 언제 한번 최동원 전기를 담은 영화가 나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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