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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음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겨 있는 일본 드라마 오센(おせん)

by 썬도그 201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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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맛있는 영화 '양과자점 코안도르'를 보고 난 후 호평을 블로그에 적었더니  일본드라마 '오센'을 추천해 주신 분이 계셨고 일드를 좋아하는 친구가 '오센'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 '아오이 유우'가 나온 작품이라면 크게 가리지 않고 보기 때문에 (아오이 유우)를 영화보다 더 길게 볼 수 있다기에 보기 시작했습니다.

 
'오센'은 2008년 4월부터 6월까지 일본 NTV에서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오센은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로  한국의 식객과 비슷한 요리 드라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음식과 비슷하게 간이 덜 된듯한 담백한 맛이 있는 드라마입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잇쇼안이라는 전통을 대대로 지키면서 요정이 있습니다. 이잇쇼안의 여주인은  '한다 센(아오이 유우)'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젋고 아름답고 웃음기 많으며 매일 술에 취해서 지내는 약간은 묘한 여주인입니다.   요정이라고 표현은 되었지만 음주가무를 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일본 음식을 정성 가득하게 제공하는 맛집입니다.

얼마나 전통방식을 고수하는지  밥을 지을때는 가스불이 아닌 짚으로 밥을 짓고 좀 더 수고스럽고 불편하고 시간이 많이 걸려도 전통 방식 그대로 음식제조를 합니다.

 


드라마는 시작하면서 일본의 '패스트푸드'들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느림의 미학이 담긴 '잇쇼안'으로 시청자를 안내합니다. 
뭐든지 대량생산하고 대량소비하는 모던한 세상에서 18세기로 돌아간듯한  '잇쇼안'의 여주인과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드라마에 녹여냅니다.

이 오센은 '느림의 미학'을 담은 드라마입니다.  전통방식을 고수하고 그 전통의 가치가 왜 소중하고 유의미한지를 10편에 하나씩 에피소드를 담아서 내놓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부터 전통과 현대의 가치충돌이 일어나죠

전자렌지 하나로 쾌속으로 음식을 만들어내는 전자렌지의 여왕과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잇쇼안'의 여주인인  한다 센의 음식대결이 펼쳐집니다.  속도면에서는 전자렌지가 앞서지만  한다 센의 음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기고 마음을 헤아리는 음식의 깊은 애정은 따라 올 수 없음을 드라마는 잘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옛것은 좋고 현대의 빠른 음식인 패스트푸드는 가치없다'고 말하는 노인네 고집같은 이야기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잇쇼안'이 대량생산 빠른 음식을 하지 않기에 겪는 어쩔 수 없는 매출에 대한 고민도 있습니다.  밥도 짚이 아닌 가스불로 하고 전자렌지나 여러가지 현대식 조리기구와 재료로 만든다면  매출을 올릴 수 도 있고 특히  '잇쇼안'의 맛을 무기로 분점을 내고 체인점을 내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꼬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고민도 크고 많이 담아 있습니다.

자신만의 고집 즉 여주인인 한다 센의 고집으로 인해 '잇쇼안'자체가 붕괴 될지 모른다는 고민도 깊게 녹여 있죠. 또한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요. 이런 현실적인 고민이 이 드라마가  단지  옛것은 좋은 것이라고  외치는 비현실적인 이상향만 그린 요리드라마가 아닙니다.

어찌보면 이 '오센'은 요리드라마라기 보다는  변해야 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깊은 혜안과 거기에 겪는 갈등을 잘 담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여기저기 맛집이라고 간판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호들갑 스럽게 맛집이라고 간판을 내건 음식점 치고 맛집이 몇이나 있을까요?  맛이라는 것이 과연 맛을 위한 맛인지 아니면  돈을 위한 맛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이 '오센'은  맛의 본질, 즉 손님을 헤아리고 음식을 먹는 사람의 심리와 마음까지도 다독이는  음식이 사람을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다는 음식이 가지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하는 드라마입니다. 

 

 
전 이 '오센'을 10편 모두 꼭꼭 씹어먹었습니다.
너무 맛이 있어서 한 그릇 더 달라고 하고 싶을 정도 였습니다. 10편으로 끝나는게 너무 아쉽네요
이 '오센'에서의 아오이 유우는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게 나옵니다. 다만 너무 생글거리고 웃기만 해서 오글 거리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일까요?  너무  눈웃음을 많이 보여서 낯간지러운것만 빼면  꽤 좋은 드라마입니다.

특히 남자주인공 격으로 나오는 에자키(우치 히로키)의 익살스러운 행동들은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합니다.
일본드라마도 그렇고 미국드라마도 그렇고 멜로 드라마가 아니면 남녀사이의 애정관계를 담고 있지는 않네요

전 한국드라마에만 익숙해서 그런지  드라마 시작하자마자  한다 센과 에자키의 러브스토리가 언제 터지나 하고 기다렸는데 드라마 끝까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멜로라인이 거의 없는데요. 일본 음식답게 달달한 멜로 라인을 제거했네요. 오히려 그 모습이 일본요리와 요리에 대한 깊이를 더해준것 같아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스즈키 란란이라는 영화 '러브레터'의 씬스틸러 조연으로 나온 배우도 보이고  잠깐이지만 '카메모 식당'에 나온 배우도 보이고요.  전체적으로 참 깔끔하고 담백하지만 영양가 높은 드라마 한편을 봤습니다.

이러다 일드팬이 되는 것이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일본 전통음식들에 대한 정보도 풍부하고 음식에 대한 성찰도 맛깔 스럽게 담겼고 러브라인도 없어서 담백했던 드라미입니다. 아오이 유우 팬이라면 꼭 봐야 할 드라마이고 유머도 곳곳에 백설기에 콩처럼 박혀 있는 월 메이드 드라마입니다.

패스트 푸드 세상에 사는 우리에게 음식에 대한 추억을 되새김질 해주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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