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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창고

별을 쫓는 아이, 감수성의 바다에 서사가 풍덩 빠진 수작

by 썬도그 201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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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계의 '이와이 슌지'라고 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를 첨 본 게 2천 년도 초였을 것입니다.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라는 작품은 5분짜리 였지만 참 신선했죠. 디테일한 감정변화를 담은 작품으로 인터넷 동영상사이트에서 참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후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별의 목소리'를 보면서 그의 애니에 푹 빠졌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애니의 특징은 너무나 때깔 고운 이미지를 쏟아낸다는 것입니다. 이미지의 활홀함으로 따지면 '신카이 마코토'가 최강이죠. 특히 저녁노을을 담은 작화는 세계 최강이고 그 해 질 녘 풍경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습니다.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람이 바로 '신카이 마코토'입니다. 여기에 소녀의 감수성을 그대로 담은 감수성 가득한 이야기가 영화 가득들어가 있죠.

솔직히 말하자면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는 억지설정이 좀 있긴 합니다. '별의 목소리'에서는 전투로봇을 타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먼 거리에서 서로에게 문자 메세지를 보낸다는 설정은 그럴듯 하고 애잔하지만 따지고 들어보면 이해가 안 가는 설정입니다. 로봇이 날아다니는 시대인데 무슨 휴대폰입니까? 하지만 이런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게 그의 뛰어난 감수성입니다.


'초속 5센티미터'라는 애니를 보면서 좀 맹숭맹숭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영화가 끝나면서 영화 주제가가 나오면서 터져나오는 눈물을 주체 못 한 기억이 나네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을 보다 보면 슬픔과 서글픔을 서서히 끌어올리다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터트리는 먼가 가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느낄 그런 서글픔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이 '신카이 마코토'는 잘 씁니다.

관찰력이 높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관찰력이 높다는 것은 호기심이 많고 하나의 사물을 오래 볼 수 있는 시간도 있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시간이 많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아서 외로움을 많이 타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제 억지 추론이긴 하지만 이 '신카이 마코토'를 보면 제 생각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구름의 저편이나 별의 목소리까지 그는 모든 그림을 혼자 그렸습니다. 뭐 애프터 이펙트, 포토샵,

라이트웨이브등을 이용했지만 혼자 만들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죠. 아니 애니를 혼자 만들어? 그만큼 이 '신카이 마코토'는 능력자입니다. 지금은 인기가 많아져서 가내수공업에서 벗어나 감독이 된 '신카이 마코토' 그가 새로운 장편 애니를 들고 왔습니다.

지구공동설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는 제목과 예고편만 보고 영화를 봤습니다. '신카이 마코토'정도면 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죠
영화 줄거리를 대충 좀 소개하겠습니다.

시대배경은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현재인줄 알고 보다가 아무래도 학교도 그렇고 3륜자동차도 나오는 것으로 봐서 80년대인가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2차 대전 참전 한 내용이 나오는데 선생님이 불로장생하는 하이랜더가 아니라면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60년대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코브라 헬기가 나옵니다.
지적을 좀 하자면 이 스토리속의 시대배경은 현실성은 크게 있지 않습니다. 그냥 70년대쯤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코브라 헬기만 없다면 한 60,70년대 배경으로 느끼겠는데 코브라 헬기가 산통을 깨 놓네요.

사실 이 영화 현실성에 부합된 스토리를 찾으려고 하면 영화 못 봅니다. 앞으로 말할 이야기 자체가 다 구라고 판타지이고 신화입니다. 그러니 영화적 허용이라고 너그럽게 보셔야 속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여중생 혹은 초등학생 6학년으로 보이는 '아스나'입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엄마랑 둘이 사는데 엄마가 간호원이라서 야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혼자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아스나는 꿍하고 있지 않습니다. 혼자 밥하고 빨래하고 쌀 떨어지면 쌀도 직접 사다 놓습니다.
아주 씩씩한 소녀이죠.

아스나는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집에서 보이는 산 중턱 바위에 비밀장소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식량도 쌓아 놓기도 합니다. 아시나의 유일한 취미는 아버지가 준 유품인 광석을 가지고 라디오를 청취하는 것입니다
광석라디오로 이리저리 주파수를 옮기면서 공중에 떠다니는 소리를 청취합니다. 이런 아스나의 친구인 고양이 미미가 항상 함께 하죠

그렇게 매일 혼자 지내던 아스나 앞에 괴물이 나타납니다

그 괴물이 아스나를 해치려고 할 때 귀공자 타입의 한 소년이 괴물로부터 아스나를 지켜줍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슌'입니다. 괴물과 싸우면서 다친 상처를 보고 아스나가 자기의 스카프로 상처치료 후 묶어 줍니다.

아스나는 이상하게 슌에 대해서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슌이 자신의 존재를 말하죠.
자신은 아가르타에서 왔다고요. 아가르타는 별나라 이름이 아닙니다. 지구 속에 사는 지역의 이름이 아가르타입니다.
이 영화는 '지구공동설'을 기본바탕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어렸을 때 북극인가 남극인가 근처에 가면 지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있다는 소리도 들었고 실제로 그걸 봤다는 사람도 있고 아무튼 지구가 돌덩이로 구성된 것이 아닌 지구 속이 텅 비어 있어서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아가르타는 지상과 똑같습니다.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해도 있습니다. 그러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별입니다. 지구 속이다 보니 (해는 어떻게 있는 거야?) 밤하늘의 별이 없고 그런 이유로 은하수도 없습니다.
그 별을 쫓아서 지구 속에서 밖으로 나온 아이가 바로 슌입니다.

슌은 그날 밤 그 언덕에서 은하수를 잡으려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아스나는 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새로 부임한 선생님에게서 국어시간에 '아가르타'라는 세계에 대해서 듣게 됩니다. 방과 후에 선생님에게 '아가르타'에 대해서 묻게 되죠

그런데 이 선생님 묘한 선생님입니다. 10년 전에 아내와 사별했는데 '아크 엔젤'이라는 비밀결사대에 소속되어 있는 사람입니다. 아크엔젤이란. 아가르타라는 지하세계에 사는 사람들과의 조우를 위해서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조직이죠
아가르타의 기술과 문명을 배우려고 하는데 찾는 게여간 쉬운 게 아니네요. 그도 그럴 것이 아가르타를 열려면 '클라비스'라는 광석이 있어야 열립니다.

하지만 이 선생님은 아가르타에 갈려는 목적은 단 하나! 죽은 아내를 되살리는 것입니다.
여차저차해서 선생님과 아스나는 함께 죽은 슌의 동생인 슌과 너무 닮은 신과 셋이서 아가르타에 도착하고 모험이 시작됩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해서 현실을 외롭게 사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할까요?
죽음도 삶의 일부이고 그게 자연의 섭리지만 이 저돌적인 선생님은 그걸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스나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죠

영화에서 보면 선생님은 아스나에게 묻습니다.

"난 죽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여기에 왔는데 넌 왜 험난한 여행을 하려는 거지?"
아스나는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갈 때 그 대답을 합니다

전 상투적인 대답일 줄 알았습니다. 죽은 아빠 살리려고요! 라든지 하는 대답을 할 줄 알았는데 뜻밖의 그러나 너무나 공감되고 가슴에 와닿아서 머리를 뭔가로 크게 얻어맞은 아스나의 대답에 한동안 얼얼했습니다.

그래서 아스나가 필요 이상으로 쾌활했구나. 자신을 숨기기 위해서 위장하기 위해서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쩌면 일본 아니 우리들의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이 아니 현대인들이 모두 겪고 있는 가장 큰 감정이 아닐까 하네요

스토리가 생각보다 탄탄하고 방대합니다. 신카이 마코토가 이런 스타일이 아닌데요.
차근차근 귓속말하듯 부끄러운 고백 같은 스타일이고 잔잔하다 못해 졸리기까지 하면서 답답스러운 그러나 너무나 가슴을 크게 움직이는 떨림을 담는 감독인데 스케일이 이거 뭐! 인디아나죤스는 아니더라도 '미야자키 하야오' 급은 되네요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어려 모로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과 비슷한 모습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신카이 마코토'의 감수성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 감수성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서사성이 증폭되었습니다.

감수성의 바다에 서사가 풍덩 빠진 영화고 그런 이유로 지루할 틈도 없고 눈물도 약간 훔치게 하는 재미와 울림 두 개를 동시에 잡은 영화입니다.

신카이 마코토가 지브리에 입사한듯한 느낌의  스토리와 작화


영화 속에서는 삶과 죽음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와 비유가 나옵니다. '케치아코아트리'는 지하세계 문지기 역할도 하면서 수호신 역할을 하는 존재들인데요. 저 멀리 거 거대한 한쪽팔이 없는 '케치아코아트리'를 보면서 문득 '천공성의 라퓨타'에 나온 로봇이 생각나네요

뭐 주인공들의 작화야 일본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워낙 비슷하게 그려서 지브리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여러모로 지브리의 향기가 납니다. 인물 작화는 좀 맘에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풍광은 캬~~~ 정말 절경입니다.

왜 우리는 절경을 보면 그림 같다고 하잖아요. 이상향을 우리는 그림으로 그릴 수 있는데 아마 이 '별을 쫓는 아이'속 풍경과 절경은 정말 대단합니다. 은하수며 트레이드 마크가 된 노을장면, 그리고 여러 가지 모습들은 정말 너무 아름답습니다.

여기저기서 은하수를 담은 화면에 감탄을 합니다.

Hello goodbye hello  

영화가 끝이 나면 주제가가 나옵니다. hello goodbye hello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죠.  이건 진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헤어짐과 죽음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실을 왜곡하고 인정하지 않고  죽은 사람이 기억이 산 사람의 기억을 지배하는 사람들.   

영화 속에서 '신'이 말하듯  산사람이 죽은 사람보다 더 중요하죠. 
세상에는 죽음으로 인해 인연이 끊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평생을 고통으로 지내는 그 사람들에게 단 하루만이라도 그리운 그 사람과 함께 해준다면  죽음을 받아들일까요?

아이가 크면  이런 것을 꼭 묻습니다
"아빠 죽는 게 뭐야"
"죽으면 사라지는 거야?" 
"사람은 안 죽을 수 없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아이랑 함께 봐도 좋은 영화인데  삶과 죽음에 대한 순리를 아이들이 올곧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도 좀 있긴 하지만 액션장면도 많고  아름다운 풍광과  귀여운 고양이 미미만으로도 아이들도 좋아할 영화입니다.

하루종일 이 노래만 다시 듣게 되네요. 
'신카이 마코토'가 좀 더 상업적인 작품을 가지고 왔네요.  지브리 영화가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비슷한 모습도 있지만 
특유의 감수성과  화려한 배경그림은  정말 보기 좋네요.  요즘 볼만한 애니들이 왜 이리 많은가요.  "별을 쫓는 아이" 강추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분이라면 더 좋고요. 눈만 즐거운 게 아닌 음악도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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