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의 향기/음악창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위대한 이유

by 썬도그 2011. 6. 29.
반응형

87년은 밤의 청소년들의 대통령인 이문세가 '별이 빛나는 밤에'의 별밤지기를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별밤을 듣고 있었죠.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충격적인 소리에 동생과 저는 진짜야? 라고 서로를 쳐다 봤습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지난날'을 입에서 흥얼거리면서  있었거든요.
이문세는 라디오에서 유재하가 거의 가지 않던 동창회를 그날따라 간다고 나섰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전해주었습니다.

얼굴도 모릅니다.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여리디 여린 착한 목소리로 지난날을 부르던 유재하만 알뿐이죠.
이후 유재하 노래들은 신화가 되어 87년 88년 인기가요 순위에 꾸준이 올랐습니다.

당시는 학교 앞 레코드 가게에 붙여진 뮤직박스 차트가  제 학교 성적 차트보다 더 궁금했었습니다.
거기에 상위권은 아니지만 50위 안에 1년이 넘게 꾸준히 오르락 내리락 했던 노래가 바로 유재하의 노래들이었습니다.
 


 단 한장의 앨범만 내놓고 운명을 달리한 싱어송라이터 유재하.

어제 잠을 청할려다가  가끔 즐겨보는 (?) '명작스캔들'을  봤습니다. 조영남과 김정운 박사가 나와서 서양명화나 클래식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문화코드를 설명하는데 이게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뒤에 숨겨진 비밀과 왜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가 신화가 되고 여전히 인기있는 노래인지임을 설명해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 방송을 보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고  그 방송내용과 함께 제 이야기를 섞어보겠습니다.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는 방송불가 노래였다
 

유재하는 단 한장의 앨범을 87년에 내놓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유재하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이라는 위대한 밴드에서 잠시 키보드연주자로 있었다가 87년 솔로 앨범을 냅니다.  한양대 작곡가를 나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작사 작곡에 아주 능숙했습니다. 당시의 대세였던 이문세의 3집 앨범의 '그대와 영원히'를 작곡한것이 유재하였습니다. 

이문세 3집에서 '그대와 영원히'가 전 참 좋았습니다. 슬픈얼굴이 가득고인듯한 목소리와 느린 선율이 저의 감수성을 젖셨습니다.  유재하는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앨범 전체를 혼자 작사,작곡 그리고 편곡까지 합니다.

혼자 작사,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은 많지만 편곡까지 하는 가수는 흔하지 않습니다. 멜로디야 가수의 머리속에서 나올 수 있어도 그 멜로디에 색을 입히는 악기배치까지 일일이 다 하기 힘들죠. 하지만 유재하는 그걸 혼자 다 합니다. 

그런데 앨범 타이틀곡인 '사랑하기 때문에'는 방송불가의 노래였습니다.
저도 어제 처음 알았는데  예전 80년대는 라디오PD나 방송PD 앞에서 오디션을 받아야 했습니다. 거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방송에 내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유재하는 자신의 노래를 PD들 앞에서 들려주었는데 방송불가라는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 이유는 가수가 노래를 못부른다는 것과  노래가 이상한다는 것 입니다.

그전의 노래들은  조용필, 이선희류의 파워플한 보컬의 노래와  조동진, 시인의 촌장과 같은 음유시인같은 읇조리는 듯하고 사색적인 노래가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유재하는 노래도 썩 잘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음유시인 같은 모습도 아니고 참 낯설었습니다.  가요 특유의 뽕끼가 없고 클래식 실내악 같은 노래를 내놓았으니  당시 방송국PD들에게는 참 낯선 노래였죠

당시는 음악평론가들이 대부분 팝컬럼리스트라고 해서 팝에 대한 평만했지 가요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보면 한국가요의 부흥기의 신호탄을 올린것은 86년 이문세 87년 유재하가 아니였나 생각이 듭니다.  
가요에 클래식적인 요소를 넣은 유재하와  팝의 세련미를 가미한 이영훈,  이 두 작사작곡가가 한국 가요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고  가요도 팝송못지 않은 수준에 올려놓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팝은 절대적인 인기였고 라디오를 틀었다 하면 팝만 소개하는 라디오프로그램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문세, 유재하가 등장한 이후에는 팝과 가요가 반반씩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게 됩니다. 뭐 지금은 팝음악을 듣는 분들이 많지 않고 팝만 트는 라디오 방송도 거의 없고  '배철수의 음악캠프'만 기억나네요.  배캠에서도  청취자들이 가끔  왜 가요 안트나고 성화던데요 ㅋㅋㅋ

'사랑하기 떄문에'는 당시로서는 정말 낯선 노래였고 이런 이유로 방송에 나가지 못했다가 입소문 입소문을 통해서 방송에 나오게 됩니다.


클래식 실내악 같은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
 


이전에도 클래식을 가요나 팝에 도입한 노래들은 많았습니다.  비틀즈의 yesterday도 클래식 연주가 들어가죠.
그런데 '사랑하기 때문에'는  기존의 오케스트라 같은 웅장함을 지우고  미니멀하게  클래식 실내악 같은 편곡으로 만들어진 곡 입니다.


노래가 시작하면  바이올린 선율이 나오고 화자의 목소리를 따라가고 리드하는 클라리넷 선율이 나옵니다.
그리고 플롯이 유재하의 목소리에 응답하듯 간지럽게 나옵니다. 보통 연주들은 가수의 반주역활만 하는데 이 노래에서 반주는 직접 가수가 노래하는 곳 까지 침범을 합니다. 아주 적극적이죠.  이렇게 현악기 관악기가 흘러나오면서 간주에서는  전자기타와 드럼이 나옵니다.  

돌이켜보면 사랑하기 때문에게 지금까지도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클래식 선율과 그 악기를 채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 80년대 90년대 초 음악들을 되새김질 하는데 김현철이나 푸른하늘의 노래들을 들어보면  전자음악의 소리가 많이 납니다. 신디사이저의 뿅뿅거림이 있는데  당시는 그게 참 세련된 반주음이었는데 지금들어 보면 80년대 특유의 디스코의 뿅뿅 거리는 소리처럼 촌스럽습니다.  

반면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런 소리가 없습니다. 클래식 악기 선율이라서 그런지 클래식 처럼 생명력도 길고 어제 나온 신곡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물론 지금은 '사랑하기 때문에' 같은 발라드 스타일 작곡을 안하죠.  하지만 지금의 10대들도 이 노래가 명곡임을 단 한번을 듣고 인정할 만큼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단돈 800만원으로 혼자 작사,작곡,편곡, 제작까지 한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 들어도 명반이고  실제로 2007년에 나온 한국의 100대 명반중에 2위를 기록한 명반이기도 합니다.



한 여자와 만나고 헤어짐을 담은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 

대학 1학년때 처음으로 불법음반을 구입했습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술에 취해서 지하철을 탈려고 하는데  종로의 그 거리 리어커에서 유재하 음악이 흘러 나왔습니다. 80,90년대만 해도 길보드 차트라고 해서 거리에 불법복제한 릴테이프 파는 리어커들이 많았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워크맨에 그 불법 복제한 유재하의 앨범을 꽂아서 몇날 몇일을 들었습니다.  그러다 선배에게 뺕겼습니다.  정말 품질 조악하고 잡은 덕지덕지 뭍은 그 릴테이프를 매일 들어도 들어도 노래가 다 좋아서 인지 손에 놓지 못하겠더군요

대학에 떨어지고  패배라는 쓴잔을 들이킨채 집에 쓰러지듯 들어와서 하루종일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그런데 이 사랑하기 때문에는 잘 들어보면  한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모든것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들의 사랑을 들어보면 막 사랑을 시작한 대학 새내기 같은 느낌이 나고   '그대 내품에'는 사랑의 발단 과정이 있고요.
그리고  '우울한 편지'를 받고 헤어진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 유재하는 사랑하던 연인이 유학을 떠나게 된 것을 알게 된후 일부러 헤어질려고 군입대한다는 거짓말을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서 재회합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앨범에 녹여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의 기승전결이 앨범 전체에 들어가 있습니다.
유재하에 대한 평가는 항상 후합니다.  단 하나의 앨범을 내고 세상을 떠났다는 신비주의도 그를 천재반열에 올리게 하는데 큰 역활을 했죠.  그래서 거품이 약간 있을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작사,작곡,편곡실력이나  당시 가요계의 흐름을 바꿀정도의 큰 역활을 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명작스캔들'에서 조용남은 유재하를 만나보지 못한게 아쉽다면서 이 천재가 왜 천재인지에 대한 단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제 방송에서는 딱 한번 유재하가 방송출연을 하는데  그 젊음의 행진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살짝 나옵니다.
저도 첨 봤습니다. 유재하가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요.

그는 방송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평범하게 부른게 아닌 앉아서 부릅니다. 지금이야 그런 모습이 흔하지만 당시는 가수가 무대에 않아서 부르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신인이고  첫 무대인데   앉아서 부를 생각을 하다니요.  그 모습 하나만 봐도 이 가수가 얼마나 다른 가수들과 달랐는지를 말하더군요.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유재하가 떠난후 이문세등의 동료 뮤지션들은 유재하의 음악을 기리고 후배양성을 위해서 매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하고 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 수장자는 조규찬이었습니다. 요즘 이분 뭐하시나요? 아내인 해이와 함께 가요계에서 다시 뵀으면 합니다. 
이후 고찬용, 나는 가수다로 유명해진 정지찬, 스윗소로우, 유희열등이 이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배출한 가수들이죠



유재하 라는 천재가 가요계의 밀알이 되다

분명 유재하는 요절이라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어서 실재보다 더 부풀려진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거품을 빼도 그는 한국가요계의 큰 방향성을 제시한 가수입니다. 기존의 가요가 미국 팝음악의 카피캣이었고  카피속도가 엄청 느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대중음악 시간차가 수년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한물 간 장르를 뒤늦게 배끼기 시작했고요

그러나 유재하와 이영훈이라는 작곡가는  세련된 팝발라드를 동시간대에 한국에 소개합니다. 
팝송의 그 세련된 발라드를 한국가요에서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지금도 불리워지고 세대를 넘어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분명 유재하 혼자 한국 가요계를 크게 성장하게 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가수들과 작사작곡가들이 함께 했죠. 
하지만 유재하라는 이름이 다른 가수들 보다 더 굴게 표시되는 이유는 유재하가 처음 시도한 것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유재하의 목소리 어떠세요? 나가수에 나가면 바로 탈락할 정도로 가창력은 좋지 못합니다.
그런데 노래라는게 꼭 고음을 지르고 악을 써가면서 부르는 이선희 스타일의 가수만 가수가 아니죠.
유재하의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진솔하고(자기 이야기를 부르니 그렇겠지만) 착합니다. 그리고 친근하고요
전 유재하의 곡을 다른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부르는 노래를 많이 들어 봤는데 원곡을 뛰어넘는 노래를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유재하라는 이름은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었네요.
잠시나마 그를 느낄 수 있는 시절이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빗소리속에서 듣는 그의 목소리가 더 구슬프네요 
반응형